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영 Good Spirit Nov 09. 2024

여름과 여름 사이

일상 一想

“사랑이 아닌 말들로

사랑을 말해 주세요.”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하지만 나는 여름이 아닌 말들로

여름을 말할 수 없다

    

지글지글 푹푹 자글자글 푹푹

나는 여름의 솥 안에서

익어 시들어졌다  

유난히 기세등등했던 이번 여름

   

여름은 다 죽일 듯이

푹푹 쪄대면서도

견디어낸 것들에게는

항상 성장을 약속한다


볕에 그을린 얼굴들

더욱 짙고 무성해진 잎들처럼

    

여름은 여름 안에

수많은 여름을 품고 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그 수많은 여름들이며


세종수목원에서 만났던

지중해와 열대기후의 여름들도

여름이 품은 수많은 여름들이다


각자의 여름이

각자의 생명을 키워낸 것이다

여름은 견디어내기만 한다면

성장을 약속하니까

     

여름과 여름 사이에는

여름이 있다


여름은 오고

또 오고


가더라도 다음 여름을

기약한다


우리의 여름도

다시 올 것이다


2024. 8. 10. 세종수목원
2024. 8. 8. 순창 복흥계곡


작가의 이전글 여름의 정상(peak)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