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一想
“사랑이 아닌 말들로 사랑을 말해 주세요.”
이런 노랫말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하지만 나는 여름이 아닌 말들로 여름을 말할 수 없다
지글지글 푹푹 자글자글 푹푹
나는 여름의 솥 안에서 익어 시들어졌다
유난히 기세등등했던 이번 여름
여름은 다 죽일 듯이 푹푹 쪄대면서도
견디어낸 것들에게는 항상 성장을 약속한다
볕에 그을린 얼굴들
더욱 짙고 무성해진 잎들처럼
여름은 여름 안에 수많은 여름을 품고 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그 수많은 여름들이며
세종수목원에서 만났던 지중해와 열대기후의 여름들도
여름이 품은 수많은 여름들이다
각자의 여름이 각자의 생명을 키워낸 것이다
여름은 견디어내기만 한다면 성장을 약속하니까
여름과 여름 사이에는 여름이 있다
여름은 오고 또 오고
가더라도 다음 여름을 기약한다
우리의 여름도 다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