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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영 Good Spirit Nov 09. 2024

여름과 여름 사이

일상 一想

“사랑이 아닌 말들로 사랑을 말해 주세요.”

이런 노랫말로 시작하는 노래가 있다

하지만 나는 여름이 아닌 말들로 여름을 말할 수 없다 

    

지글지글 푹푹 자글자글 푹푹

나는 여름의 솥 안에서 익어 시들어졌다  

유난히 기세등등했던 이번 여름

   

여름은 다 죽일 듯이 푹푹 쪄대면서도

견디어낸 것들에게는 항상 성장을 약속한다


볕에 그을린 얼굴들

더욱 짙고 무성해진 잎들처럼 

    

여름은 여름 안에 수많은 여름을 품고 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그 수많은 여름들이며


세종수목원에서 만났던 지중해와 열대기후의 여름들도

여름이 품은 수많은 여름들이다


각자의 여름이 각자의 생명을 키워낸 것이다

여름은 견디어내기만 한다면 성장을 약속하니까

     

여름과 여름 사이에는 여름이 있다


여름은 오고 또 오고 


가더라도 다음 여름을 기약한다


우리의 여름도 다시 올 것이다


2024. 8. 10. 세종수목원
2024. 8. 8. 순창 복흥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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