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음에
다리가 한발두발 뛰기 시작하면
어깨가 좌우로 흔들리고
팔이 가볍게 보조를 맞춘다
온몸의 살들이
미세한 출렁임을 시작하고
살틈 혈관도 함께 출렁인다
심장은 출렁이는 혈관 구석구석
혈액을 흘러 보내기 위해
다리보다 빠르게 뛴다
가쁜 호흡의 풀무질은
심장에 불을 지피고
온몸을 달군다
불가마처럼 붉어진 얼굴
뜨거운 열기가 입 밖으로 훅훅
이마 콧잔등 목덜미
가슴 등줄기 팔 다리
땀이 흘러내린다
호흡은 점점 안정화된다
목적한 곳에 이르면
속도를 늦추어 걷는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아직 살아있구나
살아있기에 살고
달릴 수 있어 달린다
삶을 만끽하는 달리기는
내일의 달리기를 위해
오늘의 달리기를 멈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