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3편] 조직문화, 팀이 붕괴되는 이유 (신뢰)
"이 회사는 뭔가 이상해요."
어느 유능한 개발자가 입사 한 달 만에 퇴사하며 남긴 말입니다. 연봉은 이전 회사보다 40% 높았고, 사무실도 강남 한복판에 있었으며, 최신식 장비도 제공됐습니다.
그런데 왜 그는 떠났을까요?
"회의 때마다 아무도 말을 안 해요. 리더가 얘기하면 '네네' 하고 끝나죠. 거기다 팀장님은 자기 의견에 반대하면 '넌 아직 경험이 부족해' 이런 식이에요. 이런 문화에선 절대 성장 못 해요."
여러분의 회사는 어떠신가요? 팀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나요? 리더와 직원이 서로 신뢰하나요? 불편한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누나요?
조직의 성장을 가로막는 건 자금도, 전략도 아닙니다. 바로 '신뢰의 부재'입니다.
신뢰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서로 안전하다'는 느낌입니다. 내 의견이 무시되거나 조롱당하지 않을 거란 믿음, 실수해도 질책보다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안정감을 말합니다.
신뢰가 없는 조직은 겉으로만 평화롭습니다. 회의에서 아무도 의견을 내지 않으니까요. '멍청하게 보일까 봐', '지적당할까 봐' 침묵합니다. 결정은 윗사람 마음대로 내려지고, 구성원들은 그저 시키는 대로 합니다. 책임감도 없습니다. 당연히 결과도 안 나옵니다.
반대로 신뢰가 있는 조직은 다릅니다. 오히려 의견 충돌이 활발합니다. "이 방식은 비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자유롭게 의견을 냅니다.
때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지만, 결정된 사항에는 모두가 헌신합니다. 내 의견이 100% 반영되지 않아도 "왜 이런 결정이 났는지"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혁신은 항상 '이상한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는 엉뚱한 제안이 breakthrough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뢰가 없다면? 아무도 '이상한 생각'을 꺼내지 못합니다. 당장의 상식에 어긋나는 말은 눈총 받고, 의견이 다를 때 분위기가 다소 공격적인데 누가 새로운 의견을 낼 수 있을까요? 혁신의 씨앗이 사라지고 성장도 정체되는 것이죠.
안타깝지만 많은 리더가 이 신뢰를 깨뜨립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신뢰란 무엇인가요?
신뢰는 '심리적 안전감'에서 시작됩니다. 내 의견이 무시되지 않을 거란 믿음, 실수해도 비난받지 않을 거란 안도감, 나의 성장을 진심으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확신. 이런 감정들이 쌓여 신뢰가 됩니다.
팀원이 "이 방식은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을 때, 리더가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라고 진심으로 묻는다면 신뢰가 쌓입니다. 반대로 "네가 뭘 안다고?"라고 한다면 신뢰는 깨집니다.
얼핏 보면 "애개... 되게 별 거 없네. 저건 누구나 할 수 있어"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많은 리더들이 이 신뢰를 깨뜨립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팀원: "저희 이 기능을 개선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리더: "아니요, 그건 고객이 원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이 업계 15년을 해봐서 압니다."
팀원: "이 프로세스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리더: "프로세스를 이해하시나요? 일단 기존 방식부터 제대로 해보시고요."
팀원: "신규 프로젝트 제안드리고 싶은데..."
리더: "우리는 지금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제가 회사 상황을 더 잘 압니다."
"저렇게 무례하게 말하지는 않습니다" 혹은 "저 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이건 어떠신가요?
"흠... 좋은 생각인데, 지금은 좀 시기상조인 것 같네요." "그건 이미 검토해 봤는데, 여러 이슈가 있더라고요." "좋은 제안이에요. 하지만 우리 회사 상황에는 안 맞을 것 같아요."
더 공손하게 들리나요? 하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상대의 제안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해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죠.
"너무 바빠서 어쩔 수 없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팀원의 의견이 배제되는 이유를 깊이 파고들면 주요 원인이 '리더의 교만'에 있습니다. "내가 더 잘 알아"라는 생각이 무의식 중에 팀원의 제안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죠.
존중하는 마음...
신뢰를 쌓는 화술을
배우면 되지 않을까요?
신뢰를 쌓는 화술이나 기술을 검색해 보면 정말 여러 가지가 나옵니다. 샌드위치 기법부터 쿠션어 사용, 일관된 모습 보이기 등 방법은 100가지도 넘을 텐데요.
그런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요? 샌드위치 기법을 쓰면 정말 팀원이 여러분의 의견을 잘 수용하고, 신뢰할 수 있을까요?
그냥 쉽게 생각해서 생판 처음 만난 여성이 "너무 잘생기셨어요. 그런데 연봉은 얼마인가요? 안심하고 말씀하셔도 돼요"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뒤로 가기를 누르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만, 리더의 정신 건강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많은 리더들이(사실은 대부분이) 신뢰를 간과합니다. 믿음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아닌 "갈등 해결의 기술", "피드백 기법", "위임의 방법", "1 on 1 미팅 부드럽게 진행하는 법" 등 기술을 찾고 적용하는 데 집중합니다.
물론 이런 기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짚으려는 부분은 "저런 기법을 배우려는 의도"에 있습니다.
앞의 문장에서 제가 "의견을 잘 수용하기 위해서" 표현을 썼습니다. 여기서 여러분이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면, 여러분의 의도는 신뢰 관계 구축보다 "내 말을 잘 듣게 만들고자" 기술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스로는 아실 것입니다. 신뢰 관계가 중요함을 알고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인지, 팀원이 내 말을 따르게 만들기 위해서 배우는 것인지.
안타깝게도 후자에 해당하면 여러분의 의도는 팀원에게 금방 읽힐 겁니다. 팀원은 바보가 아니니까요. 한 번은 모르겠지만 두 번, 세 번 그렇게 상대를 대한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입니다.
신뢰는 건물의 토대와 같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건축 기법을 써도 모래 위에 지으면 2층도 못 쌓습니다.
마찬가지로 갈등 해결의 기술이나 피드백 기법 등을 배운다고 한들 서로를 믿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입니다.
명심하세요. 중요한 것은 의도와 마음가짐에 있습니다.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뒷받침되어야 화술이든, 위임의 방법이든, 기법 등 적용할 수 있습니다.
Q: "나는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려 했는가?"
알겠어요. 잔소리 그만하고
진짜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세요
그렇다면 어떻게 신뢰를 쌓을 수 있을까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칼럼에서 각각의 기술을 상세히 다룰 예정이니, 오늘은 대략적으로 "이런 게 있구나" 정도로 보고 넘어가시면 좋겠습니다.
첫째, 리더가 인간적인 모습 보이기
쉽게 말해 "리더도 완벽한 인간이 아님을, 실수하는 인간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제가 제안한 방식에도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보이는 허점이 있나요?", "지난번 그 결정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바꾸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등이 그 예시입니다.
이렇게 실수를 인정하고 본인의 허점을 드러내면 팀원도 본인의 의견을 편하게 낼 수 있습니다.
둘째, 리더십 발휘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기
피드백 주는 법, 갈등 해결하는 법, 업무 위임하는 법, 효율적인 회의 진행법 등입니다. 아무리 의도가 좋고 선하다고 한들 Skill이 부족하면 서로 오해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1:1 미팅을 자주 하기
의외로 많은 리더가 바쁘다는 이유로 이를 안 하는데 굉장히 큰 패착입니다. 신뢰는 단기간에 형성되지 않습니다. 앞서 예시로도 보았지만 소개팅 처음 만난 상대에게 나 자신을 100% 오픈하지는 못하잖아요?
그런 만큼 신뢰의 밀도를 쌓아야 하며, 대화는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대화 = 신뢰의 밀도를 쌓는 행위)
그러니 1:1 미팅을 자주 가지면 좋습니다. 1~2주에 한 번, 업무 외적인 이야기도 나눕니다. "주말에 뭐 하셨어요?", "요즘 피곤해 보이시네요" 같은 대화로 시작합니다. 개인적인 이해도가 높아지면 신뢰도 자연스레 쌓입니다. 1 on 1 미팅에 대해서는 추후 따로 칼럼을 작성할 예정입니다.
세 가지를 말씀드렸지만 다시금 강조합니다. 이런 모든 행동의 근간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합니다. 팀원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함께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테크닉이 아닌 진심 어린 존중이 있을 때, 비로소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좀 알아서 따라주면 안 되나?
이런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리더는 너무도 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하나하나 다 깊이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압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리더에 대한 팔로우십을 강화하는 최고의 방법이 곧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그 일련의 과정을 거쳐 서로를 온전히 믿을 수 있는 문화가 되면, 설령 의견이 달라도 리더를 믿고 따르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노력 없는 결실은 없다고 하죠?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겠지만, 신뢰문화 구축이 여기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말이 길었네요. 오늘의 글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조직의 성장은 신뢰에서 시작됩니다. 신뢰가 있어야 건강한 의견 충돌이 가능하고, 이것이 혁신을 만듭니다. 반대로 신뢰가 없다면 조직이 와해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2. 신뢰를 막는 주요 요인은 "리더의 교만함"입니다.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선행되어야, 후술 할 "위임의 기술", "갈등해결의 기법" 등이 유효합니다.
오늘 글이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앞으로도 3,000명의 스타트업 종사자를 교육하며 파악한 고민을 주제로, 구루 분들의 인사이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양질의 칼럼을 쓰겠습니다.
지금까지 EO스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