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채용 실패입니다. 3개월 만에 또 퇴사했네요."
스타트업 대표 A씨는 고개를 떨궜다. 이번이 세 번째다. 채용 비용으로만 1억이 넘게 들었고, 면접관들의 시간까지 돈으로 환산하면 그 이상이다.
더 큰 문제는 연이은 채용 실패로 팀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채용 실패는 도미노처럼 번진다. 인력 공백으로 기존 직원들의 업무가 늘어나고, 불만이 쌓인 핵심 인재가 퇴사한다. 그러면 또다시 서둘러 채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에 갇혀 회사가 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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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상황에 처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오프닝 준비'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오프닝 준비란 "우리가 뽑고 싶은 인재상" 정확히 그리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왜 지금 사람을 채용하려 하는가?" "그 사람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 "어떤 역량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가?" "그런 사람을 어떻게 모셔올 것인가?", "우리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뽑을까?" 등을 설계하는 과정인데요.
이 준비를 소홀히 하면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이 모호해지고, 곧 잘못된 채용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됩니다. 앞서 살펴본 악순환의 늪에 빠지는 것이죠.
링컨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무를 베는데 1시간이 주어지면, 도끼를 가는데 45분을 쓰겠다."
오프닝은 곧 나무를 베기 전 도끼를 가는 행위입니다. 여기서 준비를 소솔히 해서 모호한 후보자 풀을 만들면, 아무리 좋은 면접 프로세스와 온보딩 프로그램을 가졌어도 인재를 뽑을 수 없죠. 아무리 뛰어난 셰프라도 상한 고기로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제대로 오프닝을 준비하실 수 있게, 30년 경력의 개발자 출신 리더인 한기용 멘토님의 인사이트를 빌려왔습니다. 인재 밀도를 높이고 싶은 리더라면 차분히 읽어보고 채용 프로세스 설계에 적용해보셨으면 합니다.
오프닝에서 흔히 하는 실수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우선 "하면 안 되는 것"을 안 하면 된다는 말이 있죠? 오프닝도 마찬가지로 하면 안 되는 실수만 안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채용에서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일까요?
"우리 팀은 사람이 부족해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겁니다.
성장하는 기업의 구성원들은 흔히 "사람이 늘어나면 일의 부담을 줄어들고, 성과도 그만큼 오를 거야"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1명이 늘어나면 내 일을 위임할 수 있다거나, 100명일 때보다 200명일 때 매출이 2배 오를 거라는 식의 생각인데요.
그러나 이는 완전히 착각입니다. 매킨지의 조직 효율성 연구에 따르면, 직원이 2배로 늘어날 때 의사소통에 드는 시간은 4배 이상 증가한다고 합니다. 구성원이 늘어나면서 더 큰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는 뜻이죠.
이를 모른 채 무작정 채용을 해버리면 심각한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N사의 사례가 좋은 예시인데요.
이 회사는 각 팀장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요청을 모두 수용했습니다. 1년 만에 직원이 50명에서 100명으로 늘면서, 회의와 면담 등 의사소통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죠. 비용 지출은 크게 증가했으나, 업무 처리 속도는 오히려 30% 감소했습니다. 또한 뽑힌 사람 대부분이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했고, 회사는 오히려 성장 정체기에 빠졌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구성원이 느는 것은 일손이 는다 뿐 아니라, 비용이 증가한가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이 부족하다"는 호소를 곧이곧대로 듣고 섣부른 채용을 해선 안 됩니다. 회사의 중간관리자가 사리분별을 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 실수만 안 해도 오프닝 준비의 반은 먹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나무를 베는데 6시간을 준다면 4시간은 도끼를 가는데 쓸 것이다. - 링컨
채용오프닝? 딱 3가지만 준비하세요
첫째, 채용의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다음 3가지 물음에 구체적으로 답하는 것을 뜻한합니다.
1. 새로운 인력이 필요한 이유
2. 그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
3. 그에게 기대하는 성과
마케터 채용 준비 전 예시를 살펴볼까요?
1. 새로운 인력이 필요한 이유
"우리 제품의 인지도가 낮아 매출이 정체되어 있다. 현재 마케팅팀은 SNS 운영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통합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2. 그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
"월 평균 100만 원의 광고비로 운영 중인 SNS 채널의 도달률이 5%에 그치고 있다. 제한된 예산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6개월 내 도달률 20% 달성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3. 그에게 기대하는 성과
"첫 3개월 내에 통합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6개월 안에 브랜드 인지도 2배 증가, SNS 도달률 20% 달성, 웹사이트 트래픽 50% 증가를 달성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그 사람을 뽑았을 때 무엇을 기대하고, 내야하는 성과가 무엇인지 기재해야 합니다. 이를 얼라인한 후에 필요한 자격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하죠.
*어떤 사람이 인재인지 아직 모르겠다면?
둘째, 직무 기술서를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위에서 필요한 자격을 알아보아야 한다 했죠? 그 내용을 적는 란이 바로 직무기술서입니다.
링크드인에서 '직무 기술서는 마케팅 문서'라는 말을 본 적 있습니다. 구인자의 니즈와 구직자의 니즈가 정확히 만나야 좋은 채용이 이뤄진다는 뜻인데 공감가는 말이죠.
이는 마치 연애나 결혼과 비슷합니다. 내가 원하는 조건과 상대방이 원하는 조건이 서로 맞아떨어져야 좋은 인연이 이뤄지는 것처럼, 채용도 회사와 지원자 양쪽의 니즈가 정확히 맞아야 성공할 수 있겠죠?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인재를 모집하려면 직무기술서는 추상적인 '열정'이나 '성실함' 대신, 구체적인 경험과 스킬을 명시해야 합니다. 아래 비교 예시를 들어볼게요.
[잘못된 예시]
마케터 채용 공고:
"디지털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분"
"성장하는 조직에서 함께 배우고 싶은 분"
지원자가 대체 여기서 무엇을 추론할 수 있을까요? 300명이 지원해도 회사가 원하는 역량과 맞는 사람이 있으리 만무합니다. 지원자가 많은만큼 검토에만 2주는 걸릴 것이고, 결국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할 거에요.
[잘 된 예시]
마케터 채용 공고:
"페이스북 광고 집행 경험 (핵심 지표: CPA 2만원 이하 달성)"
"뷰티 브랜드 인스타그램 채널 운영 경험 (팔로워 10만 이상 달성)"
"구글 애널리틱스로 데이터 분석 후 인사이트 도출 경험"
더불어 "이 역할은 MZ 타겟 화장품 브랜드의 SNS 마케팅을 책임지게 됩니다. 월 5천만 원의 광고 예산을 운영하며, ROAS 200% 달성이 목표입니다"처럼 기대하는 성과도 명확히 제시하면?
그럼 지원자는 50명으로 적을 순 있지만, 그중 80%가 회사가 원하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람일 확률이 높겠죠?
중요한 것은 지원자가 이것만 보고도 "내가 하는 일과 내야할 성과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작성하는 것"에 있습니다. 직무기술서 형식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나 통상 아래의 형태로 작성 됩니다.
[퍼포먼스 마케터 직무기술서]
1. 직무 개요
- 부서: 마케팅팀
- 직책: 퍼포먼스 마케터
- 보고 체계: 마케팅 팀장 직속
- 관리 예산: 월 3,000만원 규모
2. 주요 책임과 역할 (비중)
- 광고 운영 및 예산 관리 (40%)
* 월 3,000만원 광고 예산 집행
* 주요 채널: 메타, 구글, 카카오
- 성과 분석 및 리포팅 (30%)
* 주간/월간 리포트 작성
* A/B 테스트 설계 및 분석
- 광고 기획 및 소재 관리 (20%)
* 주 2회 광고 소재 교체
* 월 1회 대규모 캠페인 기획
- 외부 협력사 관리 (10%)
* 3개 협력사 커뮤니케이션
3. 성과 목표(KPI)
- ROAS 180% 이상 달성
- 신규 고객 CPA 3만원 이하 유지
- 월 매출 기여도 2억원 이상
- 광고 대비 구매전환율 2% 이상
4. 권한
- 일 예산 100만원 이하 자율 집행
- 광고 소재 제작 요청 (월 10건)
- 외부 협력사 미팅 주관 (월 1회)
물론 회사의 상황에 따라 너무 구체적으로 적기는 힘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 JD를 본 지원자가 "이 회사에서 어떤 업무에 집중할지" 그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90일 온보딩 계획을 세워야 한다.
기껏 채용 해놓고 금방 인재를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는 것처럼.
구글의 성공적 채용 연구에 따르면, 첫 90일의 경험이 이직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 기간 동안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면 대부분 1년 안에 퇴사하는데요. 잠깐 아래 예시를 살펴볼까요?
[온보딩 실패 사례]
L사는 시니어 개발자를 뽑았지만, 90일 동안 '코드 분석'만 시켰다. "천천히 회사 코드를 파악하세요"라는 말뿐, 구체적인 업무가 없었다. 그는 한 달 만에 퇴사했다.
[온보딩 성공 사례]
1일차: 회사와 팀 적응
회사의 미션/비전/가치(MVC) 이해
팀 구성원 소개 및 협업 방식 파악
업무 환경 세팅 및 주요 시스템 접근 권한 획득
사수/멘토 지정 및 매일 싱크업 일정 확정
30일차: 개인 업무 시작
주요 업무 프로세스 이해 및 실행
작은 단위의 과제로 성공 경험 쌓기
팀원들과 1:1 미팅으로 관계 형성
업무 수행 중 막히는 부분에 대한 피드백 수렴
60일차: 협업 업무 진행
팀 프로젝트 참여로 협업 경험 쌓기
정규직 전환을 위한 중간 평가 진행
피드백을 통한 개선점 파악 및 수정
90일차 목표 구체화
90일차: 온보딩 완료
독립적인 업무 수행 가능 여부 점검
팀 내 역할과 책임 명확화
정규직 전환 최종 평가
향후 성장 경로 설정
핵심은 사수와 싱크업하며 정보의 비대칭을 빠르게 줄이고, 업무 일지 작성을 통해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것에 있죠. 특히 60일차에는 명확한 피드백으로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판단하고 이를 후보자와 공유해야 합니다.
60일 경에 명확한 평가와 피드백을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온보딩을 설계해주세요
결론: 채용의 성패는 '준비'에서 결정된다
지금까지 채용 준비의 핵심 3요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채용 목적의 명확화", "직무기술서 구체화", "90일 온보딩 계획 수립"이 그것이죠.
"지금 당장 사람이 필요해요", "빨리 뽑아야 해요"라는 말이 자주 들리진 않나요? 반대로 "이 포지션이 왜 필요한지", "그 사람이 와서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충분했나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아래 체크리스트로 현재 우리 회사의 채용 준비 상태를 점검해보시기 바랍니다.
채용 준비 체크리스트
[채용 목적이 명확한가?]
새로운 인력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하다
기대하는 성과를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
[직무기술서가 구체적인가?]
필요한 경험과 스킬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
주요 책임과 역할이 비중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성과 목표(KPI)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90일 온보딩 계획이 있는가?]
1일차/30일차/60일차/90일차별 목표가 명확하다
사수/멘토가 지정되어 있고 데일리 체크인 계획이 있다
60일차에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판단할 기준이 있다
위 9개 항목 중 하나라도 '아니오'라고 답했다면, 채용 준비가 미흡한 것입니다. 좋은 인재를 뽑고 싶다면,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 이 부분부터 보완하시길 권합니다.
결국 채용의 성패는 '준비'에서 결정됩니다. "우리 팀은 사람이 부족해요"라는 말에 이끌려 서둘러 채용하기보다, 위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점검하며 철저히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글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가기까지 지식을, 구루들의 인사이트를 녹여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EO스쿨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재를 모으는 것에서 막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