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을 두텁게 하기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
정부의 부동산 잡기가 시작됐다. 통상 가장 먼저 건드리는 건 대출이다. 가장 만만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규제 산업이기에, 규제를 좌지우지하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쩐이 필요한 정책 때마다 은행들이 '사회환원'이라며 가장 먼저 돈을 내놓는 이유다.
은행 입장에서도 대출 금리 인상이 순이자마진(NIM) 측면에서 그리 악재만은 아니다. 대출 금리는 은행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서 결정되는데, 통상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높여서 대출 문턱을 높인다. 은행 입장에서 자금 조달은 은행채 금리로 하는데 대출 금리는 그보다 훨씬 높아지니 이득이다. 대출 규모 자체가 줄어드는 건 아쉽지만 말이다.
세금을 건드리는 것보단 저항이 약한 편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출이 개천용(자수성가) 중산층들의 유일한 사다리라는 점이다.
대출 한도를 6억 더 나아가 2억으로 줄이면서, 현금 부자들만 더 나은 주거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중위소득 150% 안팎의 애매한 월급을 가진 대기업 직장인이 가장 타격이다.
기존에는 돈을 어느 정도 모은 뒤 대출을 통해 최대한 빨리 목표에 다다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집 살 시기가 점점 뒤로 미뤄지면서 오르는 집값만 바라보게 되거나, 원래 살 수 있었던 집보다는 다운그레이드의 집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게 됐다. 좋은 집일수록 더 빨리 오른다는 점에서, 돈이 돈을 낳는 현상은 앞으로 더 가팔라질 예정이다.
아예 개천에서 용이 되지 않았다면, 그냥 정책대출을 활용하면 된다.
이해는 하지만, 지금 모든 사회정책이 저소득층에 나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방향에만 쏠려있는 듯하다. 그런 과정에서 오히려 높은 연봉이 필요 없는 금수저들에게 정책 혜택이 쏠리거나, 개천에 있는 이들이 굳이 개천을 벗어나지 않고 국가 돈에 의지하게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는 중이다.
국가가 안정적이려면 중산층이 탄탄하고 두터워야 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중산층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하고 이들이 탄탄하게 버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개천용의 날개를 꺾는, 중산층을 더 얇게 만드는 정책은 조금만 더 신중하게 접근해 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