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남편이 갑자기 잘 쓰던 아이폰을 두고, 휴대폰을 바꾸겠다고 했다.
갤럭시가 결제방식이 더 편할 것 같다나.
최근 아이폰의 다른 기능들도 잘 쓰지 않는다며, 마음을 굳힌 듯했다.
나는 휴대폰 바꾸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던데.
남편 아이폰이 사진이 더 잘 나와 바꾸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내 만류에 안 바꾸겠다고 하더니..!
며칠 뒤 그가 슬그머니 애플워치를 팔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안다.
짐을 줄이겠다고 그가 운동화를 여러 켤레 팔아댈 때가 새 신발에 눈독 들이고 있을 때라는 걸.
다시 한번 경고를 날렸다.
"진짜..!! 그냥 쓰라니까. 휴대폰 바꾸려고 작업하고 있네!
저번에도 그러고 또다시 아이폰으로 돌아왔잖아."
그는 자기 계획을 읽혀 뜨끔한 얼굴로 잘 안 써서 판 거라고 변명을 했다.
어젯밤. 나는 아이를 재우다 아이방에서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깼다.
내 휴대폰을 찾으러 안방을 맴돌았다.
어둠 속에서 폰을 하나 집어 들었는데, 내 폰이 아닌 모르는 폰이었다.
"이거 뭐야"
자다 말고 내 인기척에 허둥지둥 깜짝 놀란 남편.
그 모습에서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일단 다시 잠이 들었다.
오늘.
새벽 수영 후 출근하려고 일찍 집을 나서던 남편. 그 소리에 나도 살짝 잠이 깼다.
범인이 주변의 동태를 살피듯, 지난 새벽 내 기억을 확인하고 싶었나. 그는 뒤에서 나를 슬며시 안았다.
'궁금해하는 걸 알려줘야겠군.'
그가 안도하는 듯한 타이밍에 말했다.
"휴대폰 결국 바꿨지?"
"헉"
"아휴 진짜 그냥 쓰라니까!"
"아이폰 팔면 이게 더 돈 버는 거야. 몇 십만 원 더 생겨."
"그래? 그럼 나 침구청소기 좀 살게."
"뭐? 얼만데?"
"한 20만 원 하던데."
"또 인스타 공구야? 그놈의 인스타 폭파시켜야 하는데."
"벌었다며. 그럼 써야지."
"그게 무슨 논리야."
"내 논리."
아들 둘 맘이 되더니 테테테토녀가 된 것 같다고 머리를 붙잡고 나간 남편.
우리 집 재정 담당인 그의 삶.
그는 가끔 인스타를 저주한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