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이성과 합리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싱큘러리티 사회

by 윤세윤

이성과 합리의 끝에서, 우리는 AI와 불평등의 특이점을 마주하다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그의 저서『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날카로운 통찰을 던졌습니다. 태초의 인간, 즉 자연 상태의 인간에게는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했으며, 자기 보존과 연민이라는 두 가지 원칙에 따라 소박한 삶을 영위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모여 살고, 농경과 야금술이 발달하며 ‘내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이 싹트는 순간, 비극은 시작되었습니다. 사회 상태의 형성, 즉 인류의 발전이 오히려 불평등을 낳고 심화시켰다는 것입니다.


루소의 이 주장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논리를 던집니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인류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이성적 생각과 합리적 판단을 거듭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불평등은 더욱 확대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리 주변의 사례들을 통해 이 명제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합리적 선택이 낳은 불평등의 그늘


과거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떠올려 봅시다.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을 같은 교실에서, 같은 내용으로 가르치고, 한날한시에 치르는 시험 하나로 줄을 세워 대학에 보냈습니다. 지극히 단순하고 어찌 보면 비합리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획일적인 교육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수시(수시모집)’ 제도입니다.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과 소질, 성장 과정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각종 비교과 활동과 컨설팅, 고품질의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업 성취도와 대학 입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고,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위태로워졌습니다. 합리적인 제도의 도입이 오히려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 셈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경제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례 없는 감염병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멈춰 서자, 각국 정부는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이는 경제 시스템의 완전한 파국을 막기 위한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풀린 돈은 실물 경제로 흘러가기보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쏠렸습니다. 그 결과 자산 가격은 폭등했고, 자산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격차는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합리적 판단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급속히 심화시키는 딜레마를 낳은 것입니다.



비이성적 파괴가 해소시키는 인류의 불평등


오히려 인간의 가장 비이성적이고 불합리한 판단이 불평등을 해소하는 역설적인 상황도 존재합니다.

인류 최악의 행위인 전쟁이 그 예입니다. 역사가 월터 샤이델(Walter Scheidel)이 그의 저서 『위대한 평준화』에서 주장했듯, 역사적으로 대규모 전쟁과 혁명, 국가 붕괴와 같은 폭력적인 격변은 기존의 사회 질서와 부의 구조를 완전히 파괴하며 부의 불평등을 극적으로 해소하는 ‘평준화’ 역할을 해왔습니다.

물론 이는 모두가 가난해지는 ‘하향 평준화’라는 비극적인 대가를 치르지만, 불평등의 격차 자체는 줄어든다는 점에서 씁쓸한 통찰을 줍니다.



인류 앞에 다가온 궁극의 이성, AI


이제 우리 인류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한 치의 비이성이나 불합리도 용납하지 않는 존재의 등장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 입니다. 현재 AI 기술의 핵심인 인공신경망은 인간 뇌의 신경세포, 즉 뉴런의 작동 방식을 그대로 모방한 것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이라는 작은 생물은 고작 302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미 이 선충의 신경계를 컴퓨터 상에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냈습니다.

인간은 약 1000억 개의 뉴런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뉴런의 연결이 상상할 수 없는 수로 모여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AI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1세대 AI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2045년경에는 인류 전체의 뇌 용량을 합친 것보다 강력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또한 뇌를 관찰하는 MRI의 해상도 역시 꾸준히 발전하여, 언젠가는 인간의 뉴런 연결 구조 전체를 스캔하고 컴퓨터 상에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인류가 만들어낼 2세대 AI, 즉 인간의 뇌를 완벽하게 복제한 AI의 등장입니다.


2세대 AI의 등장은 인류 사회를 오직 이성적 생각과 합리적 판단만이 존재하는 특이점(Singularity) 사회로 이끌 것입니다. 감정이나 비합리적 동정, 어설픈 연대는 배제된 채 오직 효율과 이윤이라는 합리적 기준만이 지배하는 사회. 루소가 경고했던 것처럼, 이러한 궁극의 합리성은 불평등, 즉 양극화를 인류 역사상 그 어떤 때보다도 빠르고 극단적으로 진행시킬 것입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시기,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직업군은 어떤 것일까요? 역설적이게도, 현재 사회에서 가장 높은 소득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직업군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의사, 변호사, 금융 전문가와 같은 고소득 전문직은 그들의 높은 몸값 때문에 AI로 대체했을 때 가장 큰 비용 절감 효과, 즉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이들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루소의 통찰에서 시작된 불평등에 대한 고찰은 이제 AI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불평등이 토지와 자본의 소유에서 비롯되었다면, 미래의 불평등은 ‘궁극의 이성’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서 발생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의 발전이 낳은 불평등이 AI라는 새로운 동력원을 만나 폭발적으로 증대될 특이점의 문턱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들의 아이 세대는 노동소득으로 자본을 모이지 못하는 세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본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성공과 실패로 이후 세대들의 계급이 정해질 것이 때문입니다.

금요일 연재
이전 03화AI 시대 더욱 대학을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