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은 스승이다

by 호호혜진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엄마가 만든 멋진 문장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논어>에 담긴 공자의 말씀이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 중 누군가는 선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 그럴 때, 선한 것은 본받고, 선하지 않은 것은 반면교사 삼으면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 된다는 의미다.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배움을 취한 공자의 면모가 드러나는 말이다.

나는 사람을 만날 때면 이 문장을 떠올린다. 상대방의 좋은 모습을 보면 ‘배워야겠다, 저런 면은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하고, 반대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면 ‘저렇게 행동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한다. 직장에서도 사람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 경험이 있다. 특히 장애인 복지관에서 나를 이끌어준 김○○ 팀장님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스승 같은 존재다.



나의 스승, 김 팀장님


장애인 복지관에 입사한 나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팀장님과 함께 일하며 이용자에게 전체 사업 및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사람을 대하는 업무를 맡았다. 담당해야 할 일은 많았고, 워킹맘인 팀장님은 정해진 시간에 초집중하여 업무를 끝내고 사슴처럼 빠르게 퇴근하시곤 했다.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팀장님은 이용자들에게 밝은 미소로 상담을 진행했고, 나를 위해 장애 이해와 사회복지사의 자세, 마음가짐을 다지는 스터디까지 준비해 주셨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팀장님의 열정을 따라가지 못했다. 내가 왜 노력해야 하는지조차 몰랐기에 팀장님이 이끌어주시는 만큼 따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용자의 불만이 나타났지만, 나는 그것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팀장님을 따르지 않는 내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더 노력하지 않는 나 자신을 자책하며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 나를 팀장님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함께 야근하는 날이면 단순한 업무 대화가 아니라, 사회복지사로서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혼을 내거나 다그치는 게 아니야.“

팀장님은 상대방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 수 있는지, 상담의 기초 자세는 무엇인지, 그리고 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하는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려 주셨다. 덕분에 나는 상담 업무를 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응대 방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점점 더 실감하게 되었다.

그때의 경험은 단순한 업무 습득이 아니라, 내 직업의 기본적인 가치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나도 후배 직원들에게 팀장님이 내게 해주셨던 것처럼 조언을 해주고 있다. 경력이 쌓이며 자신감도 생겼지만, 왜 그때는 경험이 곧 경력이 되고 자신감이 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을까?



팀장님의 변화, 그리고 나의 깨달음

팀장님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예전보다 차분해지셨고, 나와도 일정한 거리를 두기 시작하셨다. 마치 사자가 새끼 사자를 언덕 아래로 밀어내듯, 이제는 내가 스스로 책임을 느끼며 해보길 바라는 듯한 태도였다. 실수해도 곧바로 도와주기보다는, 묵묵히 곁에 있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눈을 맞추지 않고 지켜보셨다. 처음엔 그 변화가 낯설고 아쉬웠다.

거리가 느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님은 아이 양육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퇴사를 결심하셨고,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준비되지 않은 채 홀로 남겨진 기분, 두려움과 막막함이 밀려왔다. 이제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제야 단둘뿐인 팀에서 팀장님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짊어지고 계셨는지를 깨달았다. 동시에, 그동안 둥지 안에서 보호받으며 지냈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팀장님이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감싸 안고, 아낌없이 가르쳐주고자 애쓰셨는지를.

몇 년이 흐른 지금, 나도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끄는 위치에 있다. 과연 내가 누군가에게 팀장님처럼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도 되지만, 그분이 내게 해주셨던 것처럼 나도 후배들을 묵묵히 기다려주고, 필요한 순간에는 따뜻하게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늘 사람들 속에서 배우며 성장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나아갈 것이다. 내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의 스승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