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지친 두 사람이 마주 앉는다는 것
남편은 이번 주 내내 야근이었다.
늦게 들어오고, 씻고 바로 눕고,
피곤하다는 말만 남기고 그대로 잠들었다.
나는 그 시간 동안
혼자 아이를 보고, 집안일을 돌보고,
일도 하고, 몇 번이고 울컥하는 마음을
그저 묵묵히 삼키며 하루를 버텼다.
그가 힘든 거 안다.
회사에서 얼마나 고단한지도 안다.
그래서 더더욱
“밥은 먹었어?”
“오늘 일은 어땠어?”
이런 다정한 말이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근데 그게,
현실에선 잘 안 된다.
왜냐하면,
그 말을 꺼내기까지 내가 지나쳐온 감정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공감 없는 사람과 오래 함께 살면,
나도 점점 감정을 말하지 않게 된다.
내가 힘들다고 하면
“나도 힘들어.”
내가 아프다고 하면
“나도 아파.”
그 말이 되돌아올 걸 아니까
내 마음을 꺼내는 게 무의미해진다.
게다가 싸움이라도 생기면
그걸 대화로 풀고 싶어도
“그렇게 된 건 네가 그러니까 그런 거야.”
“너 그 말투 때문에 항상 일이 커지잖아.”
모든 감정의 원인을
결국 나에게서 찾는 말들.
나는 그런 말들로 상처받는 게 싫어서,
말을 안 하게 됐다.
참고, 참고, 또 참다 보면
나도 점점 차가운 사람이 되어간다.
그렇게 서로 말이 짧아지고
표정이 굳고
서로가 서로에게 점점 낯설어지고 있는 걸 느낀다.
하지만 오늘은
그 감정을 아무에게도 설명하지 않고,
그저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너 잘못한 거 없어.
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거잖아.
이해받고 싶었던 거잖아.
다정하지 못한 하루였다고 해서
너까지 너를 미워하지 말자.
오늘도 마음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나를 붙잡고 있는 너.
그거면 충분히 잘 살아낸 거야.
From 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