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열심히 살았던 나에게

직업인으로서 지쳐버린 나를 안아주고 싶다

by 유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참 열심히 살아왔다고.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그리고 ‘나’라는 이름으로도.

그중에서도 오늘은, ‘간호사’로서의 나를 꺼내보고 싶다.


사람들은 간호사를 “주사 놓고 환자 챙기고,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해주는” 직업쯤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게 전부일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정말 그보다 훨씬 더 고되고, 치열하다.


나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스케줄에 몸을 맡긴 채

일주일을 7등 분해, 매일 다른 시간에 일어나고 다른 시간에 잠드는 삶을 산다.

데이(오전 근무), 이브닝(오후 근무), 나이트(야간 근무)로 나뉜 3교대 근무는,

내 몸의 바이오리듬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고, 해도 지기 전에 퇴근한다.

하루 종일 병동을 돌아다니며 환자를 확인하고,

쉴 틈 없이 전산 업무를 처리하며,

머릿속엔 항상 외워야 할 의료 지식과 매뉴얼들이 빽빽하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면

내가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지금 몇 시에 밥을 먹는 건지도 모를 때가 있다.

단순히 체력이 소진된 게 아니라, 삶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간호사라는 직업을

“그냥 주사 놓는 일 아니야?”라며 가볍게 말한다.

그게 너무 속상하다.


소방관들이 2교대에서 죽어나간다는 말, 들어봤지?

3교대인 간호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도 삶을 걸고 일하고,

생명을 책임지며 고군분투하는 전문 직군이다.


나는 오늘,

그 누구보다 **‘직업인으로서 지쳐 있는 나’**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아이를 돌보느라 피곤하고

남편과 감정이 엇갈리는 하루 속에서도

나라는 사람은 여전히 환자의 곁에 있었다.


하루가 끝나면 쓰러지듯 눕지만

그 하루를 버틴 내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수고했어요. 당신은 오늘도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냈네요.”


내가 나에게 그 말을 먼저 해준다.

너무 열심히 살았던 나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From 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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