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코베인 위기의 자영업 5일차

by 비타민들레


모든 멘탈 코칭의 핵심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어떤 결과를 마주하던

원인을 내게서 찾을 것이냐

외부에서 찾을 것이냐에 따라

얻는 배움과 나아갈 길이 달라진다.


전자는 나를 더 갈고닦을 수 있겠지만

후자는 남 탓만 하게 될 수 있는 확률이 더 높다고들 한다.


자영업 5일 차, 눈뜨고 코베인 나는

스스로 초래한 수십만 원의 피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네 대표님, 좀 고민해 보셨나요?”


“네, 그럼 2년 계약할게요.”


브랜드의 수명을 2년으로 잡은 게 아니라

적절한 할인율과 필요시 적절한 변경 시점을 고려해

2년간 키워드 검색 광고 대행을 운영해 주고

홈페이지도 만들어주고 블로그체험단 n건 패키지를

선택하기로 했다.


“계약서는 메일로 보내주시는 거죠?”


“아뇨, 카톡으로 하시면 돼요.”


이윽고 기본 표준계약서 같은 게 카톡으로 안내가 되고

무이자할부 3개월로 105만 원을 결제했다.


음… 뭔가 잘못되었다, 이건 아닌데? 앗차차차


놀랍게도 이런 생각이 든 건

결제 직후, 그들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이었다.


그들은 내게 ‘스마트스토어’ 샘플 링크를 보내며

어떤 형식의 디자인을 원하는지 물어봤다.


또 블로그체험단 모집/신청 양식을 보내며

내게 채워달라고 했는데

그 내용들이 모두 실망스럽고 일률적이라

한숨이 나오는 걸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이 제작한 각종 홈페이지 퀄리티는

내 기준으로 많이 낮아, 어디서부터 의견을 줘야할지 막막했다.

택하고 싶은 선택지가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글을 쓰는 시점에 다시 과거의 링크들을 눌러보니

10개 중 9개는 판매자가 중단을 했거나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웹사이트가 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그들에게 나의 스마트스토어를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 바로 들었다.


블로그 체험단에 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시간에

다른 방식의 마케팅을 떠올리는 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다시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니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이 적지 않았고

‘고성을 질러’ 환불을 받았다/못 받았다 등의 후기도 눈에 들어왔다.


아 그래… 이건 아니다. 내가 잘못 판단했다.


결제한 지 2시간 만에, 담당자에게 환불 요청을 했다.


“당일 결제 건에 대한 취소 요청이므로, 100% 환불해 주세요.”


“대표님, 키워드 검색광고 세팅에 이미 비용이 들어

100% 환불은 어렵습니다.

또 저희 귀책사유가 아닌 고객님의 ‘단순변심’으로

해지 요청을 주시는 거라

위약금을 내주셔야 됩니다.”


애석하게도 그들이 하는 말은 다 맞았다.


“위약금이 너무 과도합니다.

결제한 지 2시간 밖에 안 되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대리님은 이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세요?”


“대표님, 법적 위약금 10%에 ~~

광고등록 및 충전비용~ 신규사업장 들어오지 못하게끔~

파워링크 광고자리 노출~ 우리도 리스크와 손해를 보고~”


낯설고 모르는 단어 때문에 혼이 쏙 빠지는 것 같았다.


그들은 매우 논리적으로 계약서 기반의 대응을 했으며

결국 나의 단순 변심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게 맞았다.


“어제 막 오픈한 자영업자에게

다짜고짜 유선으로 연락 주셔서

‘해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식으로만 말씀하시고

전화도 계속 주시니 당황스러웠습니다.”


환불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내가 얼마나 속상하고 황당한지에 대한

감정적인 이야기를 어필하는 내가 초라했다.


그 뒤 몇 번의 카톡 실랑이가 오갔고

난 더 이상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 위약금을 냈다.



누구를 미워하고 탓하리…

헛똑똑이 똥멍청이 같은 선택을 한 나를 탓해야지.


번복과 미숙으로 돈을 잃은게

너무 창피해서 이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그 날은 반성의 의미로 저녁을 굶었다.


이 사건이 내게 남긴 건 뭘까?

너무 쉽게 가려고 발품을 팔지 않은 것,

시간이 돈이라는 생각에 깊이 고민하지 않은 것,

순간의 설레발에 사로잡힌 것, ‘돈’을 함부로 쓴 것.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그 실수를 할 사람 중에 ‘나는 없다’고 생각한 게 문제였다.

교만하고 허술했던 나 자신에게

세상은 수업료로 겸손을 가르쳐 줬다.


회사라는 보호막 없이 돈을 번다는 건,

실수조차 내 이름과 돈으로 책임지는 일임을 알았다.


책임의 대가를 치르며,

‘비회사원’으로서 더 단단하게 자라고

밥벌이의 의미를 배워나간 것이라...


나는 그렇게 해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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