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 감상평)
한 사나이가 있다. 혹독하리만큼 추운 겨울, 드넓은 대동강마저 꽁꽁 얼었다. 그 위를 처절하고 외롭게 걷는 한 사나이, 그 이름은 대한의군 참모 중장 안. 중. 근.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매서운 추위와 싸우며 그가 걸어간 끝에 도착한 그곳은 그와 뜻을 함께한 동지들이 있었다. 우리의 원수인 이토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 단지동맹으로 대한 독립을 몸소 실천했던 그의 처절했던 삶은 어땠을까? 굳건하고 강한 기백으로 절개를 지키며 작심한 그의 선택에서 흔들리지 않는 꼿꼿한 사람! 그러나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안중근은 정에 한없이 약한 그 어떠한 것에도 흔들리는, 꽁꽁 언 강에서 지쳐 쓰러져 힘들게 신음하는 보통의 사람이었다.
나의 짧은 역사 속 지식을 풀어 보자면 한 나라의 황후라고 일컫는 그녀는 왜 그랬을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랏일을 한다는 사람치곤 몇몇 어리석은 자들은 민중들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
‘동학농민운동’으로 시작된 민중들의 봉기를 막으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범할 수 있게 길을 마련해 준 명성황후로 인해, 우리나라는‘을사늑약’이라는 강압적인 조약을 맺게 되었고, 결국엔 명성황후 또한 일본 자객으로부터 시해되었으니, 그 비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한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사회에 부조리를 척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함께 앞으로 살아가게 될 다음 세대를 위하여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꾸며 모두가 힘을 합쳐 반란을 일으킨다.
우리는 반항하지 않는다. 국가의 견고한 틀을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 바로잡기 위한 도전일 뿐이다.
<단지 동맹 (안중근 의사가 동지 11명과 조직한 비밀 결사) 보고문서>
서른 살, 처자식이 있는 한 사나이가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던져서 얻고 싶었던 그 하나!
우리나라의 국권! 그것을 지키기 위한 그의 위대한 신념이 나의 마음을 울린다.
나랏일을 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보다, 보다 살기 좋은 나라를 위해 투쟁하는 우리의 모습, 보다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며, 아주 오래전 그날과 바로 지금, 오늘이 맞닿아 있다.
우리 독립군들과 왜군들의 잔인하리만큼 처절한 싸움,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뜻을 함께한 동지들이 흘리는 뜨거운 눈물, 그 통곡에 나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영화의 마지막,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치르고 점점 크게 몇 번이고 부르짖었던
“까레 아우라! (대한 독립 만세!)”
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마음속에 울려 퍼진다.
지금의 우리가, 살 수 있게 길을 터준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그들의 숭고한 마음과 희생으로 내가 이렇게 버젓이 살고 있다. 그 감사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글로 대신할 수밖에 없지만 나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는 비록 형장의 이슬이 되어 우리 곁에 없지만, 우리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이다.
영화 속 보통의 사람이었지만 대한 독립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굳건한 의지로 원대한 뜻을 품고 실천하는 안중근 의사는 위대한 ‘영웅’이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 강에서 쓰러져 있던 그가 다시 일어나 걷고 있다.
그의 나지막한 음성이 들린다.
어둠이 짙어 오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올 것이다.
... 사람들이 모이면 우리는 불을 들고 함께 어둠 속을 걸어갈 것이다.
...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 된다.
...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