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소송일지 네번째 페이지
: 대여금반환청구소송
8년 전 대여금 5천만 원을 대여금반환청구소송으로 전액 돌려받은 사례
"빌려준 지는 조금 오래되긴 했는데 그래도 받아야 할 것 같아서요.."
저를 찾아오셨던 아이의 어머님은 이전에 친했던 옆집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고자 하신다며 말을 시작하셨습니다.
"어쩌다가 돈을 빌려주시게 된 거에요? 그 금액이면 꽤 큰 돈인데.."
의뢰인은 약 8년 전, 빌라 옆집과 매우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 빌라를 이사 나오고 없지만 이전 8-90년대처럼 옆집과 왕래하며 잘 지내던 사이였다고 했지요.
그러다 옆 집 가장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가세가 기울어 갔다고 했습니다.
평소 나이대와 아이들의 나이도 비슷했기에 측은했던 의뢰인은 옆집에게 돈 5,000만 원을 남편 몰래 빌려주었다고 합니다.
사정이 어려우니 금방 갚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했지만, 본인도 비상금을 탈탈 털어준 것이니 반드시 갚아달라 부탁했다고 하셨지요.
이사를 갔더라도 옆집과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던 와중, 같은 빌라를 살았던 사람에게 한 가지 말을 들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어려웠다가 갑자기 뭐가 잘됐는지 지금은 강남에 있는 아파트에서 살고 있데요. 저보다 훨씬 여유롭게 산다고요.. 그런데도 아직 돈을 안갚는다는 게 너무 괘씸해서 이젠 법적으로 소송을 해서라도 받아내야겠어요!"
잘 살게 되었을 때 갚아달라며 빌려주었던 5천만 원을 까먹은 거 같다며 이제는 받아야겠다고 화를 내시더군요.
그래서 저는 의뢰인에게 시간이 없으니 지금 바로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진행하자고 말씀드렸습니다.
먼저, 해당 사안에 대해서 소멸시효를 연장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런 일반 채권의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정해져 있고, 그 기간이 넘어가게 되면 법적으로 빌려준 돈을 되찾고자 하는 권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인데요.
해당 권리를 잃어버리게 되면 법적 소송이나 다른 절차를 통해서 이를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쩌면 못받을 수 도 있기에 연장은 반드시 해야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내용증명부터 보냈는데요.
내용증명을 보내게 되면 시효를 연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대방에게 일종의 경고와 함께 심리적 압박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이름으로 보내겠다는 의뢰인을 말리고 제 이름으로 발송해두었는데요.
그 이유는 상대가 변호사의 이름으로 내용증명을 받았을 때 그 효과가 더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기다려보았는데 상대로부터 아무런 대응이 오지 않았고, 금액 또한 입금되지 않았기에 본격적으로 대여금반환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시작했지요.
1. 상대의 재산조회 및 가압류 신청
대여금반환청구소송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상대에게 가압류 신청을 거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소송 중에 상대가 대여금을 주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돈이 없어서 소송할 수 없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진행하기 전에 먼저 상대의 재산을 조회하는 것이 좋기에 진행했습니다.
실제로 재산을 조회해보니 충분히 갚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되시더군요.
그래서 가압류 신청을 통해 소송에서 승소한 뒤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조취를 취했습니다.
2. 은행에서 발급받은 입출금내역서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는 주장에 대한 신빙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입니다.
따라서, 저는 증여가 아닌 대여였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관련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지요.
아무래도 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이기 때문에 이를 대처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들을 필요로 했습니다.
의뢰인께 어떤 방식으로 빌려줬냐 여쭤보니 모바일 이체를 해주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플을 통해 확인해보니 기간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통장 입출금 내역은 한계가 있었기에 은행에서 입출금내역서를 발급받아보았습니다.
큰 돈이기 때문에 몇 주에 걸쳐 총 5천만 원을 빌려준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이를 제출했습니다.
3. 전화 통화 녹음 내역과 문자 메시지 속 내용
다행히 두 분이 연락을 계속 주고 받고 있었기에 전화나 문자 주고받은 내용에서 몇 번이나 돌려달라고 말한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요.
언제나 의뢰인은 "도대체 언제 돌려줄거냐, 우리도 사정 어려운 거 알지 않냐"며 빌려준 것에 대한 증거를 확실히 했지만
상대는 "아직 능력이 되지 않는다, 설마 내가 언니 얼굴 보고 떼먹겠냐"면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저는 이를 토대로 "의뢰인이 빌려준 5천만 원은 상대를 측은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선심이었으며 관련 증거들을 통해 이를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8년이나 이를 의도적으로 갚지 않은 것에 대해 신속히 돌려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제 의견과 증거들을 검토한 뒤 이런 판결을 내렸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빌려간 돈 5천만 원에 대해서 즉시 지급하라.
소송에 들어간 비용은 피고가 지급한다.
의뢰인은 5천만 원을 전부 돌려받기 위해 강제집행을 실시했고 앞서 해두었던 가압류 신청 덕분에 무사히 이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송에 들어간 비용까지도 청구하여 받을 수 있었지요.
의뢰인은 카톡 메세지로 저에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늦게 변호사님을 찾았으면 아마 이 돈 찾지도 못했겠지요..? 법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던 저에게 이렇게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돈도 찾고, 소송비용도 아낄 수 있었어요.."
저는 문자를 받고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친한 사이에 있는 금전 문제만큼 사이를 곤란하게 하는 것은 없지요. 하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아, 이제 글을 마무리 해야겠군요. 다시 저를 찾는 전화들이 밀리기 시작해서 말입니다.
그럼, 다음에도 흥미로운 소송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