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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대호 변호사 Nov 27. 2024

민사 소송일지 세번째 페이지
: 투자금반환소송 일부승소

동업 목적의 투자금 7,800만 원 중 6,000만 원 인용되어 환급

"같이 동업하자고 해서 투자한 건데 그대로 날라버릴 지 제가 어떻게 알았겠어요"


너무나도 젊은 청년이 세상을 다 산 사람처럼 크게 한숨을 쉬며 저 말을 하고는 고개를 푹 떨구더군요.


얼굴이 많이 상한 것이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친한 친구와 동업을 하는 경우는 꽤 많죠. 신뢰를 바탕으로 같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인데 돈만 잃어버리고 이렇게 찾아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기도 합니다.


계속 한숨을 쉬는 청년 앞에 차를 한 잔 내어주고 저는 이렇게 말했지요.


"그래도 저에게 오셨으니 투자금 찾을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아볼게요. 그러니까 저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주셔야 합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청년은 앞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잘 맞는 군대 동기를 만나서 전역한 뒤로 그 친구랑 같이 카페를 열기로 하고 군대에서 착실히 모은 돈을 가지고 투자금 겸 동업 자금으로 빌려줬죠. 그 친구가 가게 알아보고 계약하는 동안 저는 카페 운영 계획을 짜기로 했고요.."


청년은 이 뒤로도 한참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보였습니다. 긴 이야기 끝의 결론은 투자금 겸 동업자금으로 주었던 7,800만 원 중 일부라도 돌려받고 싶다는 것이었죠.


저는 청년에게 확실한 회수를 원한다면 투자금반환소송을 해야한다고 전했습니다.


안그래도 돈이 없어 현재 생활이 힘들다고 했기 때문에 이를 망설이긴 했지만 승소하면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말에 진행하기로 했죠.


그래서 저는 투자금반환소송에서 승소하여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여러 증거들을 찾아 살펴보았는데요.


안타깝게도 친구끼리 있었던 일이라 그런가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증거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을 살려 다음과 같은 주장을 내세웠지요.



1. 동업 투자 계약서가 존재하는 점


다행히 두 친구 사이에 계약서가 존재했는데요.


계약서 속 내용을 보면 의뢰인과의 동업 계약에서 한 사람의 유책으로 인해 사업이 잘못되게 된다면 유책이 있는 자가 모든 손해를 부담하고 동업 시에 들어간 투자금을 반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의뢰인의 수기 서명이 있을 뿐 아니라 상대의 인감도장까지 찍혀진 계약서가 존재했기에 이를 증거로 삼아 주장할 수 있었지요.


현재 의뢰인의 상황은 동업을 위해 투자금 7,800만 원을 피고에게 넘기고 피고의 유책으로 인해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서 속 내용을 충분히 이행할 수 있는 조건이며 피고는 이를 이행해야 한다 주장했습니다.


2. 피고가 주장하는 증여에 대한 반박할 증거가 있는 점


의뢰인은 자신이 제공한 7,800만 원이 대여금이며 이를 서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피고 측에서는 해당 금액이 투자를 해보라며 '증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통장 거래 내역서를 제출하였는데요.


해당 증거는 의뢰인도 가지고 있는 증거였기 때문에 혹여 조작된 것은 없는 지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통장 거래 내역만으로는 이를 증여인지, 대여인지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점을 빌어 피고의 주장에 어폐가 있다는 것을 주장했고


반박할 수 있는 증거로 의뢰인의 통화 녹취록과 문자 메세지 내용을 제출했지요.


통화 녹취록 중 일부분과 문자 메세지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의뢰인 : 그러니까 상가 계약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모자란 돈이 얼만데?

피고 : 계약금이랑 잔금이랑 이것저것 해서 넉넉잡고 9000정도 모자라.
내가 지금 자재 같은거 선주문한다고 입금을 미리해서 남은 돈이 2000정도 밖에 안되는데
너가 7000 나한테 빌려주면 잔금까지 치루고 남는 금액은 너 다시 돌려줄게. 괜찮아?

의뢰인 : 그래 군적금으로 모은 돈 있으니까 일단 내가 줄 수 있는 금액 7800정도? 빌려줄게.
남는건 전부 돌려받는거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알고 있을게.


이를 통해서 의뢰인이 피고에게 돈을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준' 것 임을 알 수 있었지요.


피고 또한 '다시 돌려준다'고 했으니 이를 대여해준 것으로 인식했다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력히 피력했습니다.



제 주장과 증거를 모두 검토하고 피고의 주장과 근거 또한 검토한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내렸습니다.


피고가 주장하는 증여의 개념은 원고 측의 근거로 인해 조각되었으므로 증여로 인정하지 않는다.

원고는 피고에게 대여 및 투자의 개념으로 제공한 것이 인정되나 7,800만 원 전액을 돌려받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소를 제기하기 전 피고 측에서 내세운 근거를 통해 알아본 바 두 사람은 이 전에 구두로 합의한 정황이 있고 원고 측에서도 이를 인정했기 때문에

받고 넘어가도 괜찮다고 인정한 1,800만 원을 제외한 6,000만 원을 피고 측에서 지급하기로 한다.


약간의 무리가 있었어 전액 반환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뚜렷한 증거가 없던 투자금반환소송에서 6,000만 원의 금액을 돌려받기로 했을 뿐 아니라


소송에 들어간 변호사 수임료 및 재판 비용까지 피고에게 청구할 수 있었으므로 의뢰인은 홀가분한 얼굴이었습니다.


저 역시 젊은 청년이 돈 때문에 고민하다 다시 활기를 되찾으니 기분이 좋더군요.



판결이 확정되고 집행을 통해 금액을 돌려받게 된 날 의뢰인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변호사님, 사실 너무 막막했거든요. 파산해야하나 싶기도 했고.. 그 큰 금액을 어디서 메꾸지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되서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고 저는 마음고생하느라 힘들었을텐데 다행이라며 용기내어 찾아준 덕분에 이런 결과가 있을 수 있었다며 오히려 열심히 살고자 하는 청년을 격려했지요.


언제나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재판이 끝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일부라도 의뢰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되면 마음 한 쪽이 편안해지고는 합니다.


어려운 사건일수록, 증거가 부족할 수록 저 또한 의뢰인만큼 초조하고 긴장되는 나날 속에 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프로 오대호는 그런 감정보다 빠른 해결과 확실한 결과로 증명해보이고자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제 노력들의 결과가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에 올라올 소송 이야기도 읽어봐주실거지요?


그렇게 믿고 오늘은 이만 여기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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