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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기

복잡한 세상, 나만의 속도로

by 임선재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는 "복세편살"이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라는 뜻의 줄임말로, 삶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 때 이를 단순하게 넘겨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가벼운 유행어처럼 느껴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말 속에는 현대인들의 깊은 고민과 갈망이 담겨 있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정말 편하게 사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걸까?


복잡한 세상 속에서 길을 잃다

현대사회는 기술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스마트폰을 켜기만 하면 전 세계의 소식이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고, SNS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진다. 하지만 이런 과잉 정보는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큰 혼란과 불안을 만들어낸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 앞에서 고민에 빠진다. 단순한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조차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현대사회는 과잉의 시대이며, 이 과잉은 인간을 혼란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무언가를 더 소유하고, 더 경험하며, 더 완벽하게 살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길을 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복세편살"이라는 말은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현대인의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복잡함을 줄이는 첫걸음

복세편살의 핵심은 단순함이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고, 불필요한 걱정과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함을 실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우리는 종종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SNS에서 타인의 삶과 비교하며 괜한 열등감을 느끼거나,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강박에 시달리곤 한다.


미국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단순하게 살아라. 더 단순하게"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가 삶의 복잡함을 줄이고 단순함을 추구할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소로는 자연 속에서 단순하게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며, 물질적 풍요보다 내면의 평화를 중시했다. 현대인이 "복세편살"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히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복세편살의 일상적 실천

그렇다면 복세편살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우선,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걸러내는 습관이 필요하다. 하루 동안 접하는 정보의 양을 줄이고, 정말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 종일 스마트폰 알림에 시달리는 대신, 중요한 연락이나 업무를 제외한 모든 알림을 꺼보는 것도 좋은 시작이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자극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또한, 소유를 줄이는 것도 복세편살의 중요한 방법이다. 우리는 물건을 쌓아두는 것이 곧 풍요라고 착각하지만, 사실 물건이 많아질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건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되찾는 과정이다.


관계 속에서도 실천하는 복세편살

복세편살은 단순히 물질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서도 복세편살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많은 사람들과 얽히고설켜 스스로를 지치게 만든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욕심을 버리고, 진정으로 소중한 관계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친밀한 몇몇 사람들과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수많은 얕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것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만들어준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소유의 삶이 아닌 존재의 삶을 살아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관계에서도 소유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서로의 존재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진정한 복세편살은 이러한 내적 태도에서 시작된다.


복세편살의 철학적 의미

복세편살은 단순히 삶을 편하게 살자는 의미를 넘어, 복잡함 속에서 본질을 찾으려는 철학적 태도를 담고 있다. 우리는 종종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복세편살은 이러한 흐름에 저항하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불교에서는 "무소유"라는 개념을 통해 집착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찾는 길을 제시한다. 복세편살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과잉과 집착을 버리고 본질에 집중하는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이는 단순히 게으름이나 나태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복잡함을 줄이고 내면의 충만함을 추구하는 과정이다.


복잡한 세상, 나만의 속도로

복세편살은 단순한 유행어나 농담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인들이 삶의 무게 속에서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선택한 하나의 방식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편하게 산다는 것은 단순히 불편함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내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도 복잡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건 정말 중요한가?"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며, 내 삶을 조금 더 단순하게 만들어간다. 복세편살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고민해봐야 할 삶의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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