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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횡단 철도 여행

1. 규슈 신칸센을 타고 구마모토로

by 늘 담담하게

규슈로 떠나는 12월은 눈과 함께 강추위가 시작된 날이었다. 인천공항으로 가는 야간 리무진 버스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정말 위태롭게 달려 마침내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불편한 몸상태로 인해 인천공항까지 이동하는 동안 한숨도 자지 못했고, 새벽의 인천공항에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여볼까 싶었지만 그 역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후쿠오카로 떠나는 오전 8시 대한항공편은 정말 오랜만에 다시 타보는 것이었다.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편중 가장 빠른 항공편이었기에 그 여행에서 대한항공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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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앞서 여러 이동루트를 검토했을 때 당초에는 미야자키현과 오이타현까지 포함해서 규슈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루트를 생각했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여행에서 앞서의 여행에서 가보지 못했던 규슈의 모든 현을 다 여행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철도노선 시간표의 연계가 쉽지 않았고 대충 지나가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결국 구마모토현을 거쳐 가고시마까지 다녀오는 일정으로 정했다.


결국 미야자키나 오이타는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서 후쿠오카 공항까지의 비행시간은 1시간 20분, 오전 9시 20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철도여행의 시작점이 될 하카타역까지의 이동은 조금 복잡하다.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와, 국제선 청사바깥으로 나와서 셔틀버스로 국내선 청사로 이동해야 하고, 다시 국내선청사 지하에 있는 지하철역으로 가서 두 정거장을 가야 후쿠오카의 하카타역에 도착하게 된다.


하카타역에서 JR규슈 레일패스를 교환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레일패스를 교환하려는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중국인들, 그리고 동남아시아인들까지...


원래는 하카타역에서 레일패스만 교환하는 것뿐 아니라, 여행기간 중 탑승하게 될 열차들의 지정석예약도 다 하려 했지만 예약하려는 열차이름과 시간을 일일이 종이에 써야 한다는 창구 여직원으로 인해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는 미리 계획했던 신칸센열차를 탈 수가 없을 것 같아 패스만 교환 후 구마모토로 가는 10시 45분발 사쿠라 547호의 열차의 지정석만 예약하고 창구를 나섰다.


자. 이번 여행은 철저한 철도여행이니만큼 규슈 신칸센부터 알아보고 가자.


규슈 신칸센은 1973년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하지만 1차 루트가 완성된 것은 2004년 3월. 구마모토현 야츠시로(신야츠시로역)와 가고시마현 가고시마(가고시마중앙역) 구간이 1차로 개통되었고, 7년 뒤인 2011년 3월 12일에 산요신칸센의 종착역인 하카타역에서 신야츠시로를 연결하는 나머지 구간이 개통되어 같은 날부터 산요 신칸센과의 직통열차도 운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대한 개통식을 열릴 예정이었던 그날 하루 전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개통식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316px-Kyushu_Shinkansen_map_Kagoshima_route_and_Nagasaki_route.png?type=w2 (규슈 신칸센의 노선도)


규슈 신칸센은 이상하게 끝쪽 구간부터 먼저 개통했는데, 이렇게 한 이유는 당시 신칸센 계획이 중앙정부에서 퇴짜 맞는 게 많아서, 만약 기존 신칸센과 이어지는 구간을 먼저 지어놓으면 중앙정부가 "끝부분은 안 지어도 되겠네" 이렇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끝부분을 먼저 지어놓고 중간 부분을 안 지을 수 없도록 안전책을 세워 둔 것이었다.


이 노선에 투입되는 운행차종은 신칸센 800계와 N700계로서 N700계는 산요 신칸센과 직통연결을 하기 위해 새로 들여온 차량으로 사쿠라, 미즈호 등급으로 운용된다. (일본 열차 동호회에서는 열차 차량의 종류를 구분 짓는 숫자가 중요하지만 내가 쓰는 열차여행기에서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일본 열차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산요 신칸센과 마찬가지로 꽤 많은 부분이 터널구간이다. 하카타-신야츠시로 간 130km 중 30%(39km), 신야츠시로-가고시마츄오 간 126.8km 중 69%(약 87.5km)가 터널로 총길이의 거의 절반(49%)이 터널이다. 하카타-신토스 사이에 치쿠시 터널(길이 약 11.9km)이 규슈 신칸센 내 최장 터널로 5km을 넘는 터널만 7개가 있다(그중 3개는 신야츠시로-신미나마타 사이에 위치함).


1024px-Kyushu_Railway_-_Series_800-1000_-_01.jpg?type=w2 규슈 신칸센의 특급열차 쓰바메(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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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의 800계 열차의 사진. 이 열차의 이름은 사쿠라(벚꽃)이다. 열차의 디자인은 디자이너이자 JR 규슈의 디자인 고문인 미토오카 에이지가 담당했으며, 2005년 로렐상 및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의 굿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내장재에 일본의 전통 소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 장인정신의 표본이라고 일컫는 열차이다. JR서일본의 히카리급 열차라고 이해하면 된다. 쉽게 말하면 신칸센의 열차 등급 중 두 번째에 해당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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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N700계 열차인 미즈호, 신칸센의 최고등급인 노조미에 해당되는 열차로서 가고시마주오에서 신 오사카 구간을 3시간 44분 만에 주파한다. 1961년 10월부터 1994년 12월 3일까지 도쿄역- 구마모토역/나가사키역 간을 운행했던 침대특급 미즈호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열차는 여행마지막 날 구마모토에서 하카타역까지의 구간에 탑승했다. 보다 많은 열차를 타기 위해 첫날 하카타에서 구마모토까지는 벚꽃, 귀국일 아침에는 미즈호를 탔다. JR패스 전국판으로는 이 열차를 탑승할 수 없다. JR서일본은 자사가 운행하는 최고등급의 열차 노조미를 전국판 JR패스로는 이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이 열차와 동급인 미즈호도 역시 탈 수가 없다. 한마디로 꼼수영업이다. 다만 JR서일본이 판매하는 산요 웨스트 레일패스나 JR규슈 레일패스는 이 열차의 탑승을 허용한다. )




여담으로 규슈신칸센의 개통을 축하하기 위한 CM이 준비되어 있었다. 전구간 개통을 눈앞에 둔 JR규슈에서는 신칸센 개통에 즈음하여 대규모 이벤트를 기획했다. 2011년 2월 20일에 가고시마주 오역을 출발한 신칸센 열차가 하카타역까지 운행할 때 열차 진행방향의 왼쪽에서 달리는 신칸센 열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장면들을 촬영하여 광고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 그해 1월부터 각 언론 및 홈페이지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를 시작했고 그 프로젝트의 이름을 '축! 규슈 종단 웨이브'로 정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줄 사람 1만 명을 모집했는데 최대 2만 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사람들이 모일 장소는 열차가 정차하는 12개의 역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지정한 14개의 지점이었다.



이렇게 엄청난 호응 속에 JR규슈에서는 손을 흔드는 연습을 하는 모습을 찍어서 TV 광고로 만들기 위해, 캠페인 참여방법을 픽토그램으로 만들어 홍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2월 20일, 수많은 시민들의 참여 속에 성공리에 광고를 찍었다. 그리고 그해 3월 12일에 개통식과 함께 TV에 대대적으로 방영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하루 전날, 비극의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고 결국 이 광고는 방영되지 못한 비운의 광고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개통 3일 전에 유튜브에 15초~3분짜리로 나누어서 공개한 광고는 화제가 되었다. 그 후, 2011년 칸 국그제광고제에서 아웃도어 부문 금상, 미디어 부문 은상을 탔다. 이후, 해당 광고와 미공개 영상을 묶은 DVD로 만들어 판매해서 그 수익금 중 일부를 동일본 대지진의 지원금으로 기부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UNbJzCFgjnU

하카타에서 구마모토까지 사쿠라가 달리는 시간은 약 40분.. 오랜만에 탄 신칸센의 지정석에 앉은 나는 구마토로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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