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사랑이야기
그는 잠버릇이 별로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아내는 여러 가지 잠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이불을 둘둘 혼자 말아가는 것은 기본이고 두 번째는 그를 자꾸 침대에서 밀어낼 때가 있습니다.
또 그를 소스라치게 놀라게 한 것은 가끔씩 이를 갈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직후 그가 아내에게 밀려서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뭘?"
"당신 기억 안 나? 당신이 나를 밀어서 침대바깥으로 떨어졌잖아..."
"내가?"
"아니 그럼 내가 당신 말고 다른 여자와 잠을 자는 거야?"
"설마?"
"설마라니? 아니 당신은 자기의 잠버릇도 몰라?"
"몰라? 아무도 그런 이야기해 준 적 없거든.."
"하나님 맙소사..."
그녀는 자신의 잠버릇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체념 반 혹은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 반으로 버텨오긴 했지만 어제저녁은 정말 참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아침에 그는 그녀에게 울컥했습니다.
"당신 말이야. 가만히 보면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떠올리게 해. 어떻게 평상시와 그렇게 다를 수가 있어?"
"내가 뭘 어때서?"
"당신 잠버릇 때문에 내가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거든... 이러다가.. 혹 제 명대로 살지 못하는 거 아닌가 몰라"
"뭐라고... 말을 해도 꼭 그런... 그런 말 두 번 다시 하지 마... 난 과부 되기 싫거든...."
"그러려면 제발 좀 이렇게 깨어있을 때처럼 조신하게 자면 좀 안돼?"
"할 수 없잖아. 잠버릇이 그렇게 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가 깨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보고 어떡하라고? "
"어휴 내가 거실에 나가서 자던지 해야지 이거.."
"아니 이 남자 봐... 싸움을 하더라도 절대로 각방 쓰는 거 안된다고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말을 싸악 바꾸냐?"
"상황이 그렇잖아... 아니 내가 당신 때문에 침대에서 밀려나서 아래로 떨어진 게 벌써 몇 번째야?"
"그래도 각방은 안돼... 밤에 베개 안고 침대바깥으로 나가기만 해... 가만히 안 놔둘 테니까 알았어?. 무슨 남자가 그리 민감해.. 그냥 대충 자면 되는 거지...."
그러고 보면 그는 참 순진했습니다.
사랑하는 여자와 한 침대에서 잔다는 게... 뭐 상상으로는 행복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는데... 매일밤... 아내의 이상한 잠버릇을 다 견뎌내야 하다니.... 그렇다고 이제 와서 결혼을 무를 수도 없는 일...
문득 오래전 읽었던... 책에서의 내용이 눈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한 침대에서 밤에 같이 잠이 든다는 것은 그 사람의 코 고는 소리, 이불 내젓는 습성, 이 가는 소리, 단내 나는 입 등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 외에도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게 볼 수 있다는 뜻이다.."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혹 밀란 쿤테라는 그를 위해 그 소설을 쓴 것 아닐는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은 분명 사실이고, 목숨도 내어줄 수 있긴 하지만.......
이건 좀 쉽게 견뎌내기 힘든 일입니다. 뭔가 대책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