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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소야본선 여행기(3)-나요로, 해바라기

해바라기를 보러 가다

by 늘 담담하게

전편에서 아사히카와의 8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편에서 설명한 대로 아사히카와는 동서 남북으로 이어지는 교통의 중심지에 있기 때문에 아사히카와 주변 지역의 여행기는 소야본선 여행기가 끝난 뒤에 이어질 것이며 아사히카와의 여행지에서 미우라 아야코 기념 문학관 여행기는 또 다른 연재 편, 일본의 성과 성당, 기념관 여행기에 쓸 예정이다.


JR아사히카와역에서 나요로역까지는 특급열차로는 54분, 쾌속열차로는 1시간 13분이 소요된다. 현재 일본의 지방철도선 대부분이 운영상황이 그리 좋지 못한 상태이며, JR홋카이도가 운영하는 노선들은 더욱더 심각하다. 사실상 소야 본선의 경우, 나요로까지가 그런대로 운영 중이며, 그 이북 지역의 역들은 당장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이다.


소야본선의 열차를 타고 나요로를 처음 찾아간 것은 한 여름이었고 해바라기를 보기 위함이었다.


홋카이도 여름을 대표하는 꽃밭이라고 한다면 첫 번째가 후라노 지역의 라벤더이고 두 번째가 호큐류초의 해바라기이다. 그 외에 대규모 해바라기밭을 볼 수 있는 곳은 아사히카와에서 왓카나이로 가는 길목에 있는 나요로이다.


삿포로를 출발점으로 하면 가장 무난하게 갈 수 있는 해바라기 밭은 호큐류초이지만 나요로는 굉장히 먼 감이 있어서 홋카이도 여행을 시작하면서 몇 년 동안은 가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아사히카와에서 숙박을 하면서 동부 지방을 돌아보는 일정에 나요로의 해바라기를 보러 갔다.

112891257_1465417090324520_6281739339879170211_n.jpg 호큐류초 해바라기밭

나요로(名寄)는 아사히카와의 북쪽 카미카와 종합 진흥국에 속한 도시로 카미카와 종합 진흥국 관내에서는 아사히카와시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물론 아사히카와시 다음이긴 하지만 인구는 2024년 11월 30일 기준 24,802명 정도의 작은 소도시이다. 지명인 나요로는 아이누어 나이오로푸토( ナイオロプトゥ, 시냇물이 흘러드는 입구)에서 유래된 것으로 나요로 강이 데시오 강에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말한다.


나요로는 1900년 야마가타현 도에이촌(현재의 쓰루오카시)에서 개척단이 집단 이주해 오면서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후 1909년에 카미나요로무라(上名寄村)가 생겨났고, 1915년에 나요로정(名寄町)으로 승격, 1954년에 치에분무라(智恵文村)를 흡수, 이후 1956년에 나요로시로 최종 승격되었다. 2006년에는 후렌정(風連町)을 병합해서 크기가 더욱 늘어났다. 시의 영역은 나요로 분지의 중앙, 데시오강과 나요로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농업이 주요 산업인데 이곳은 겨울철에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에는 영상 30도까지 올라가는 겨울과 여름의 최대 기온차가 60도에 이르는 기온 변화가 심한 곳이다. 나요로로 가는 방법은 아사히카와에서 자동차로 가든지 혹은 JR을 이용해서 가야 한다.

나요로역.jpg JR나요로역

나요로역은 소야 본선상의 주요 역으로 1903년 소야본선의 전신인 데시오선의 역으로 개업했다. 1919년에는 나요로본선의 기점이 되는 역이었으나 데시오선은 이용객 부족으로 특정 지방 교통선에 지정되었다가 1989년에 폐선되었다. 그리고 나요로역은 소야본선과 나요로본선뿐만 아니라, 지금은 사라진 신메이선의 종점이기도 했다.



신메이선深名線 은 하코다테본선의 후카가와역에서 시작되어 소야 본선의 나요로까지 이어지던 철도 노선으로 개통일은 1924년 10월 25일. 일본 국유 철도 시대 말기에 영업계수가 안 좋은 노선 10 안에 항상 들 정도의 적자노선이었고 특정 지방 교통선에도 선정되었으나, 노선 주위의 교통환경이 정비되지 않은 관계로 폐지가 보류된 채로 JR 홋카이도에 이관되었다. 이후 주위 환경이 정비되면서 1995년 9월 4일에 폐선되었다. 지금 이 노선이 있었다면 삿포로에서 왓카나이로 가는 것은 단축해서 갈 수도 있겠지만 이 주변의 도시가 없기 때문에 이득이 없을 것이다.


신메이선.jpg 신메이선 노선도

신메이선의 노선도. 왼쪽 후카가와역深川駅에서 시작되어 나요로역까지 이어졌다.

신메이선1.jpg 신메이선의 운행 열차

현재 JR홋카이도의 향후 운영 방 안에서 소야 본선의 운행을 나요로까지만 계획하고 있어, 향후 나요로에서 왓카나이역까지의 운행은 중단될 수 있다. 지금도 아사히카와에서 나요로까지는 열차운행이 그럭저럭 운행되고 있으나, 나요로에서 왓카나이까지는 운행 횟수가 많지 않다. 이렇게 교통이 그리 좋지 못한 나요로를 찾아간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이곳의 해바라기를 보기 위함이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홋카이도의 해바라기 밭은 삿포로와 아사히카와 사이에 있는 호큐류초에 있다. 그렇게 호큐류초의 해바라기 밭을 다녀온 일 년 뒤에 나요로와 그 옆에 있는 치헤분의 해바라기를 보러 간 것이다.

1506_himawari_main.jpg 호큐류초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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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헤분의 해바라기를 보러 가기 위해 나요로역에서 다시 보통 열차로 바꿔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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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헤분역은 1911년에 개업한 역으로 1986년에 현재처럼 무인역이 되었다. 역명은 지역명 치에분과 같고 이는 아이누어 チェプウント(ciep-un-to) 치에푼토(물고기가 있는 늪)에서 유래되었다.


이 역에 도착하면서 우려했던 문제가 다시 시작되었다. 인터넷에서 해바라기 마을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때 나요로까지나 치헤분역까지는 접근 방안이 확인되었는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구글지도로 확인하면 가능하지만) 치에분역에서는 자전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역에서 내려서 오른쪽에 보니 자전거 보관소가 보였다. 그때 자전거를 탔더라면 이 날의 여행이 조금은 편했을 텐데..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걸어가 보기로 한 게 문제였다. 그렇게 한 여름의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맞으며 걸어서 마침내 도착한 치헤분의 해바라기 밭.

데시오강.jpg 데시오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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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바라기 밭은 1987년에 관상용으로 심기 시작했고 이 해바라기 밭이 유명해지면서 현재는 관광용으로 재배하고 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해바라기밭에 있는 해바라기의 숫자는 500만-600만 본 정도 된다. 2024년 현재 치헤분 해바라기 밭의 경작 면적이 대폭 줄어들었다. 지금은 홋카이도립 선필러 파크와 나요로 해바라기 밭 MOA 이렇게 2곳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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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한 여름에 아사히카와에서 나요로로 그리고 다시 나요로에서 치헤분까지 열차를 바꿔 타고 갔고, 치헤분역에서는 데시오강을 건너 한참을 걸어 마침내 도착한 거대한 해바라기 밭, 그때만 해도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이 드넓은 해바라기 밭에 나 혼자 있는 것 같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해바라기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 풍경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열차를 바꿔 타고 걸어간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았다.


거대한 해바라기 밭에 서 있을 때의 정적, 8월의 바람이 불어오면 해바라기들은 그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것을 보며 해바라기 사이로 걸어가는 그 순간만큼의 여행의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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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필라파크의 해바라기 밭이다. 사실 홋카이도는 너무 넓어서 짧은 일정으로 아사히카와 너머 나요로까지 해바라기밭을 보러 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름날에 아사히카와에서 왓카나이로 가는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 여행시기가 8월 초순부터 중순사이라면 이곳을 한번 들러 가보는 것도 괜찮다.


해바라기를 보러 그렇게 고생하면서 갔느냐고 친구들은 묻곤 하지만 홋카이도 가이드북을 만들어보겠다고 열심히 홋카이도 전역을 이리저리 누비던 시절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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