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초콜렛과의 환상콤비
우리나라의 꽈배기와는 달리, 추로는 긴 장대같은 반죽에 긴 라인을 파낸 문양으로, 옆에서 잘라보면 별처럼 보이기도 하는 페이스트리 튀김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로를 알게 된 계기는, 아는 분이 찬 비가 오던 초겨울 쯤, 우리집에 이 추로를 사갖고 와서 처음 먹어 본 게 계기였는데요. 오랜 유학생활을 한 그녀는, 추로는 이렇게 추운 날 걸축하게 중탕해 녹인 뜨거운 핫 초콜렛을 발라서, 더 뜨거운 코코아와 먹는게 일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먹은 추로는 추로의 맛도 맛이었지만, 우중충한 비오는 날의 정취가 그 맛을 배가시켰다고 생각해요.
스키장에서 먹는 컵라면, 비오는 날 등산 가서 마시는 커피믹스, 스케이트장에서 먹던 오뎅 같은 절묘한 매치처럼 말이죠.
스페인이 아랍의 통치를 받은 역사가 있다는 건 아마 다 아실거에요, 그래서 스페인 문화 전반에는 아랍의 색채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데요. 실제로 스페인어에는 Ojalá 라는 표현아 남아 있습니다. 오할라 라고 읽는데요. 이것은 오 알라신이여 할 때의 그 Oh! Ala 에서 기인한 말로서, 문장 앞에서 큰 소원이나 소망을 말할 때 쓴답니다. 부디 모쪼록 ~~ 하게 해줘요, 하는 의미, 영어의 I wish 의 몇 배는 되는 강렬한 어감이라고 할수 있어요. 진짜 진짜 무언가를 희망할 때.
오늘날 전 세계에서 즐기는 맛있는 튀긴 반죽 페이스트리인 츄러스, 아랍의 무어인들이 점령하던 시절, 그들이 먹던 'teules'라는 페이스트리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페인 사람들은 이것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길쭉한 별모양의 츄로로 변형시켰고, 겉은 바삭하고 씹으면 쫄깃하고 보드라운 반죽의 속살이 있는 맛있는 간식으로 발전한 것이라는 거죠.
스페인어로 튀김은 후리또 (Frito) 라고 하는데요. 음식 뒤에 후리또가 붙으면 튀겼다는 얘깁니다.
감자튀김은 빠따따스 후리따스 (Patatas Fritas) 라고 하죠. 왜 후리따스냐구요 ? 감자는 여성명사기 때문이에요, 통상 감자튀김은 복수로 쓰이니 성수 일치 원칙에 따라 뒤에 붙는 형용사도 여성 복수형이 된 것이지요.
츄로는 이 후리또 분야의 대표적인 간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좋아하지는 않아요 ㅎㅎ 저희 단지 앞 상가에도 한동안 이 츄로스 가게가 있었는데, 몇년을 살면서도 한번도 안 갔더니, 그 가게는 사라졌어요. 아마 저 같은 사람이 많았던 걸까요?
한국에서는 크게 저변이 있는 음식 같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스페인은 "여행"으로만 크게 선호되는 콘텐츠가 아닌가 싶어요. 언어나 음식, 문화는 아직도 크게 팬덤이 없는 거 같은데, 유독 여행지로서의 스페인은 독보적인 선호국가이니 말이죠.
외국인 중에 한국만큼 산티아고 길 걷기 열풍에 크게 동요된 민족이 있나 싶어요. 주변에는 정말 산티아고 길을 갔거나, 몇 번이나 갔거나, 갈 계획이 있는 사람들로 넘쳐 납니다.
제가 볼 땐 그냥 동네 둘레길인데 말이죠 (웃음), 아주 조금 긴 둘레길 정도.
그 길을 그 불편한 숙박과 음식을 감수하면서, 하루 수십 km 씩 강행군을 내 돈주고 긴 시간 비행기까지 타고 가서 걷고 온다는 열정이 저는 놀랍고 또 부럽기도 합니다.
츄로와 관련해서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에도 이와 비슷한 꽈배기가 있다는 거에요. 중국의 유타오 (油條). 다문화 국가 한국에서는, 대림동 등의 중국인 밀집가 식당에서 흔히 보게 된다는 음식인데요. TV에서 보면 아침식사 대용으로 두유에 찍어 먹더군요. 먹어보진 않았지만, 탄수화물과 식물성 단백질의 결합이니 좋은 궁합이다 싶어요, 맛도 담백하니 괜찮을거 같습니다. 가격이 정말 매우 싸더라구요, 천원 정도 하는 거 같았어요. 남자분들인 보통 한 자리에서 두 세개씩은 드시는 게 여행 프로그램에 나왔더랬죠.
개인적 순위를 매겨볼게요.
1. 맛으로는 한국 꽈배기 > 츄로 > 유타오 (안 먹어봐서 ㅎㅎ)
2. 가격으로는 유타오 > 한국 꽈배기 > 츄로 (한국에선 꽈배기보단 비싸더군요)
3. 가성비로는 유타오 (간식 및 식사도 됨) > 한국 꽈배기 = 츄로 (그냥 둘 다 간식 정도로)
Ojalá coma churros con chocolate caliente contigo hoy
오늘 너와 함께 따뜻한 초콜릿에 츄러스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
비오는 주말 오후에 꽈배기 얘기 한번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