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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푸딩, 플란 (Flan)

by 은수자


오늘은 디저트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푸딩 이야기를 조금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식 푸딩이 제일 맛있긴 하지만, 오늘은 스페인의 푸딩인 Flan에 대해 알아 볼게요.

찾아보니 일본에서는 푸딩을 "푸린"이라고 발음한다고 하네요. 푸딩이란 말의 어감을 들으면 몽실몽실하고, 부드럽고, 계란이 훅 하고 부풀러오른 것 같은 이미지가 연상되는, 참 소프트한 단어에요.


해외출장에서 현지 식당에 갔을 때, 후식으로 늘 푸딩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푸딩을 너무 좋아했던 저는 매일 푸딩을 후식으로 즐겼고, 푸딩이 얼마나 고열량 디저트인지 돌아와서 알게 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푸딩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어쩌면 계란으로 만든 모든 음식을 사랑한다는 게 더 맞는 말일거 같습니다.

오믈렛, 계란찜, 프렌치 토스트, 카스테라, 계란빵, 계란후라이, 계란 장조림, 삶은 계란 샐런드, 계란말이, 푸딩, 심지어 떡국에 올라가는 지단까지 좋아하니 말이죠.


스페인어로 후식, 디저트는 POSTRE (뽀스뜨레) 라고 합니다.

어원이 짐작이 가시죠? 네, "~後에" 라는 의미의 POSTREMUS에서 유래된 말이죠. 식후에 먹는 음식으로요.

스페인의 디저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제일 좋아하는 게 플란이기도 하고, 또 실제로 원없이 먹어본 디저트이기도 합니다.


스페인의 국민 디저트, 플란 (Flan)

플란(Flan)은 스페인의 디저트을 대표하는 가장 대중적인 디저트로서, 부드러운 커스터드와 달콤한 캐러멜 소스의 조화가 일품인 푸딩 요리입니다. 계란, 우유, 설탕을 주재료로 하여 만든 커스터드 기반의 디저트로서 부드럽고 탄력 있는 질감과, 뒤집었을 때 위에서 흘러내리는 갈색의 달콤한 캐러멀 소스는 정말 환상이죠.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보면, 엄마가 왕따로 속상해하는 어린 딸을 위해, 달큰한 크렘 브륄레 (Crème Brûlée)를 만들어 주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프랑스어로 **"태운 크림(Burnt Cream)"**이라는 뜻을 가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인데요. 플란의 사촌 쯤 되는 응용요리가 아닌가 싶어요.

특히나 윗면에 설탕을 뿌리고 토치를 이용하여 태워서 바삭거리는 캐러멀 설탕 레이어가 만들어지잖아요? 스푼으로 지지직 부셔서 먹는 멋진 디저트. 마치 얼음판을 깨고 나면 그 아래 겨울의 세찬 강물이 있듯이, 그 아래에는 달걀노른자, 생크림, 우유, 설탕, 바닐라 등을 섞어 구운 부드럽고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 짠 하고 있는 그 반전.


어쨌든 스페인의 플란은, 중남미 지역에서도 일괄적으로 다 플란으로 통칭하며 사랑받고 있습니다.






플란은 언제 생겨서 내려 온 음식일까요?

로마인들은 계란 요리를 즐겨 먹었는데, 이 요리들이 현대 플란의 초기 형태가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savory(짭짤한) 플란도 많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한국의 새우젓으로 간을 한 보들보들한 계란찜의 형태가 아니었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러다가, 스페인에서 달콤한 커스터드 디저트로 발전했으며, 스페인의 식민 통치 기간 동안 멕시코, 필리핀,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로 전파되어 각 지역의 특색을 입으며 대중적인 디저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플란은 어떻게 만들까요?

커스터드 [계란+우유+설탕의 조합물]에, 바닐라 에센스, 레몬이나 오렌지 제스트 등의 향미를 더하고, 설탕과 물을 끓여 조린 캐러멜 소스와 만나게 되죠.

이후, 캐러멜을 깔아둔 틀에 커스터드 혼합물을 붓고, 중탕(Bain-Marie) 방식으로 오븐에 넣어 천천히 익힙니다. 중탕이야말로, 부드럽고 균일한 플란의 식감을 만드는 최고의 비법인 셈이죠. 계란찜도 중탕으로 하면 특유의 부드러움이 배가되듯이 말이죠. 완전히 식힌 후, 틀을 접시에 뒤집어 내면 캐러멜 소스가 위에서 흘러내리며 완벽한 플란이 완성됩니다.


플란은 계란이 대표적인 재료이지만, 지역에 따라 아래와 같은 종류들이 있습니다. ;

플란 데 우에보 (Flan de Huevo):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달걀 커스터드 플란입니다.

플란 데 치즈 (Flan de Queso): 크림 치즈를 첨가하여 더 진하고 부드러운 맛을 낸 플란입니다.

레체 플란 (Leche Flan): 주로 필리핀에서 인기가 많으며, 연유를 사용하여 매우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에 아울러, 스페인의 지역색을 첨가하여, 각 지역의 특산물을 가미한 플란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카탈루냐(Cataluña), 바스크(País Vasco)

레몬 제스트(껍질)나, 계피(Canela) 등을 우유에 넣고 끓여서 커스터드에 향을 입히는 방식이 흔합니다. 이는 플란이 가진 달걀의 비린 맛을 잡고 풍미를 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계피를 너무 좋아해서 이 플란의 맛이 제일 궁금합니다.


발렌시아(Valencia), 무르시아(Murcia)

오렌지나 레몬 등 감귤류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서는 오렌지 즙(Jugo de Naranja)나, 제스트를 커스터드에 넣어 상큼한 맛을 더하기도 합니다. (Flan de Naranja) 이 맛은, 아마도 제주에서 늘 사갖고 오는 감귤 초콜렛의 맛과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안달루시아(Andalucía) 등

달걀 노른자를 더 많이 사용하거나, 설탕 대신 꿀(Miel), 우유에 연유 등의 농축유를 더해서 진하고 풍부한 맛을 선호하는 응용 플란이 있다고 하네요.


북부 지역 (바스크, 갈리시아)

치즈 문화가 발달한 스페인 북부에서는 크림 치즈(Queso Crema)를 섞어 더 밀도 있고 묵직한 식감의 플란을 만들기도 합니다. (Flan de Queso)


스페인의 플란은 기본적으로 클래식한 Flan de Huevo (달걀 플란)이지만, 지역별 특산물(감귤류, 치즈, 꿀 등)을 활용해 향과 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즐겨왔습니다.


PS) 한국 음식을 너무 사랑하지만, 정말 친해지기 어려운 한국음식이 있다면 저는 한과 및 전통 다과류인데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디저트의 단맛은 기본적으로 곡류에서 나온 조청과 꿀을 사용하기 때문인지,느끼해서 싫어해요. 명절마다 저한테 한과 주시는 분들에게 매우 미안합니다 (웃음), 늘 다른 분께 선물하거든요.

다른 건 모두 K-CULTURE가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디저트만은 서양의 손을 들어줘야 되지 않나 하는게 저의 생각입니다. ㅎㅎㅎ


연말에 다들 달콤하고 맛있는 디저트 즐기시구요, 멋진 연말을 잘 마무리 하세요

La vida tan dulce como postre para ti ( 디저트같이 달콤한 인생이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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