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내 몸은
붉은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푸르던 날들이 저물고,
부드럽게 붉은색으로 물들며
마지막 무대에 선다
햇살은 내 어깨를 가볍게 감싸고,
바람은 살며시 귓가를 스친다
나는 그 바람에 몸을 실어
천천히 하늘로 오를 준비를 한다
깃털처럼 가벼워지며
붉음과 황금의 결을 따라
흩어질 시간이 다가온다
바람에 나를 맡기고
햇살의 부름을 따라
어디로 흩어지든
고운 빛을 남기리라
흙으로 돌아가는 날이 와도
이 순간만은
찬란하게 빛나며
후회 없이 떠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