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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마시는브라운 Nov 20. 2024

무쇠소녀단의 엔딩을 보고

 

 나에게 누군가 올해 가장 재미있게 본 예능이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단연코 '무쇠소녀단'을 꼽을 것이다. '나는 솔로'도 아니고 '흑백요리사'도 아니다. 평소 티비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 남의 연애사는 관심 밖이고 평소 대결 구도의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아서 두 프로그램 모두 보지 않은 상태다. 함께 수영을 하는 분이 '무쇠소녀단'을 요즘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말을 해주셨다.  평소 수영을 좋아하고 지난 여름 철인 2종 경기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좋아할꺼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과 함께 '무쇠소녀단'을 보게 되었다. 내 예상대로 아이들은 1화부터 재미있어했다.


 무쇠소녀단은 여자연예인 4명(유이,진서연,박주현,설인아)에 김동현 단장이 중심이 되어서 철인 3종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프로그램이다. 철인 3종은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한 번에 하는 것이다. 따로 하는 것도 힘든 운동들을 한 번에 이어서 진행해야 하고 탈락(컷오프)되지 않으려면 수영은 50분,  사이클은  1시간 40분, 10km달리기는 1시간안에 들어와야 한다.(이건 대회마다 규정이 살짝 바뀌는 것도 같다.) 만약 수영을 50분 안에 하지 못하면 자동으로 탈락되는 것이다.


  수영 선수 출신이지만 자전거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유이, 물 공포증이 있었던 진서연, 운동을 못했던 박주현, 대부분의 운동은 잘하지만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던 설인아. 이렇게 4명이 모여서 4개월간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를 연습해서 철인 3종을 나간다니 처음에는 다소 무모한 도전으로 보였다. 운동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한 가지 운동만 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 세가지를 한 번에 해야하니 말이다. 특히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바다에서 1.5km를 수영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바다는 일반 수영장과 다르게 시야확보가 되지 않는다. 즉 똑바로 수영을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사이클과 달리기는 나도 잘 못해서...뭐라 할 말이 없다^^;;;)


  연습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한계를 부딪히고 때로는 눈물도 흘렸다. 유이는 자전거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전거 타는 것을 힘들어했고 진서연은 물공포증으로 인해서 수영을 힘들어했다. 설인아는 달리기 훈련 중 무릎 부상으로 재활과 연습을 병행해야 했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던 박주현은 4개월 기간 동안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었다. 


  '통영 월드 트라이애슬론 컵' 대회 당일 유이는 사이클을 타다가 크게 넘어져서 체인이 빠지는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라이딩을 다시 시작했다. 박주현과 설인아는 다리와 무릎 통증으로 달리기를 하는 도중 힘들어했지만 참고 달렸다. 진서연은 수영 초반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마음을 다 잡고 수영, 사이클, 달리기 모두 컷오프에 아슬아슬하게 통과를 했다. '우리의 엔딩은 완주였다.' 4명 모두 완주를 해서 더욱 뜻깊었다. 누구 한 명이라도 완주를 하지 못했으면 이렇게 감동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아끼고 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되었다.


 물론 방송이라는 특성과 연예인이라는 그들의 지위로 인해서 우리와는 다른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고의 강사에게 받는 1대 1 수업 및 개인 수영장, 운동시설, 장비 등을 우리가 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운동을 하는 동안 완주를 위한 그들의 열정은 나에게 진심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한계와 끊임없이 사투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같은 여자로서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편을 보면서 난 또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딸은 살짝 웃으며 엄마 또 우냐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완주까지 그들이 흘렸을 피,땀,눈물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였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녀들의 도전은 운동 뿐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려움들에 도전하고 극복하라는 메시지를 주었다. 그녀들의 완주를 보면서 내년에 철인 3종에 도전하는 사람이 더욱 많아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 역시 그녀들 덕분에 내년에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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