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풀이:이상과 현실 1
앞으로 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한국인으로 살아남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봐주길 바란다
문득 유년 시절의 기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양주시에 위치한 아파트에 살았을 적에 친구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던 주제는 집의 크기와 방의 개수였다.
"우리 집은 40평에 방 3개야"
"우리 집은 50평이야"
"우리 집 컴퓨터가 너네 집보다 좋아"
유치한 자랑을 나누며 부족하지 않은 삶을 누구보다 누렸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이 말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부족한 삶에 대해 몰랐던 나에게 가난은 혼내듯이 찾아왔다.
"안녕, 가난이야"
갑자기 서울로 이사를 간다는 엄마의 말에 친구들과 떨어짐에 대한 슬픔보다 기쁨이 찾아왔다.
등교를 했을 때 입가에 미소를 품고 나는 친구들에게 서울로 간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나에게 서울이란 좋았던 기억만 있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별의 아쉬움도 잊은 채 그렇게 강서구 공항동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당일,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이 직감은 우리의 짐을 실은 트럭이 공항동의 한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내 옆에 앉아있는 쌍둥이 여동생의 표정도 나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이, 설마'
전에 살던 집의 화장실과 비슷한 크기의 방 한 칸과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거실, 그리고 판자촌들 사이에서도 구석에 위치한 우리집이 작은 눈동자에 들어왔다. 울고 싶지만 울지도 못했다. 어리광을 부리기에는 이미 둘 다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집이 망했다"
그렇게 한없이 어렸던 내가 성공에 대한 갈망으로 살아가는 인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