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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습관

작은 진심

by 강인한

하나의 행동으로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하겠지만, 그 하나의 행동으로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아는 상대방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아주 작은 관심과 관찰력이면 충분하다. 상대방의 행동 하나에 그 사람의 과거가 묻어있고, 말투 하나로도 그 사람의 생각이 드러난다. 습관은 사람에 대한 고유함이다. 웃기 직전 입꼬리가 아주 살짝 떨린다던지, 밥을 먹고 식탁을 닦기 전 티슈로 입을 닦는다던지 하는 작은 습관은 고유한 상대방을 나타낸다. 재밌는 점은, 그런 작은 습관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말해줘야지만 그제야 자신에게 그런 습관이 있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만큼 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그것이 드러난다 해도 본인은 알지 못하기에 습관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의 시작은 보통 가면을 쓰는 것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진심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좋은 측면만 보여주려고 인위적인 노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좋은 측면만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그런 부자연스러움은 상대방에게 역으로 경계심을 가지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아무리 좋은 측면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해도,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러한 진실은 아주 사소한 습관을 통해 결국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신, 좋은 습관 하나만 들여놓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마음을 살 수 있다.


그렇기에 습관이란 것은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 내 마음이 부정으로 가득 차있다면 그 속에서 좋은 행동은 드러날 수가 없다. 한평생을 그런 태도로 살아왔는데, 그 마음을 약간의 가식으로 숨긴다 한들 가려지지도 않고 결국 스스로 지치기 마련일 테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람은 잘 바뀌지 않지만, 내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사소한 좋은 행동을 쌓아 올려야만 한다. 사람의 행동은 돌탑과도 같아서, 쌓아 올리는 데는 지름길이 없다. 그럼에도 길가에 버려진 담배꽁초 한 개비를 매일 줍는다거나, 상대방에게 한 마디의 칭찬을 더 하려고 노력을 한다거나 하는 사소함을 곁들인다면 당신은 반드시 좋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습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 세상을 대하는 마음이 어떠한가를 들여다봐야 한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의 진심에서 나온 행동들을 돌이켜 봐야 한다. 그러나 내가 계속해서 스스로의 행동을 의식하고 있으면 진실된 행동을 제대로 관찰할 수 없다. 우리는 상대방이 필요하다. 나는 나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지 못하지만, 상대방은 관찰한다. 그렇기에 무언가 갈등이 생긴다면, 내가 상대방에게 화난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나의 어떤 행동으로 화가 났는지 물어보고 내 행동을 되돌아보는 편이 좋다. 그러한 행동에서 나의 무의식적 생각과, 그 생각이 나를 어디로 이끌었는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긴 시간을 같이한 상대방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습관은 무엇인지 솔직하게 물어본다면 내가 세상을 어떻게 대하는지 잠시나마 엿볼 수 있다.


그렇게 내가 나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면, 나는 타인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된다. 당신이 습관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당신은 사람을 볼 때 상대방의 사소한 습관에 집중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원한다면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은 아닌지 등을 간파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작은 습관으로도 타인의 진심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 그것은 당신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자, 관계의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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