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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증명

열등감

by 강인한

나는 유행에 굉장히 둔감한 편이다. 어느 정도로 둔감한 편이냐면 최근 들어서야 드라마 도깨비를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한창 유행하는 드라마를 추천받을 때는 뭔가 보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데, 유행이 식어버리고 나면 그제야 한번 볼까…?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본다. 그렇기에 7년도 더 된 드라마를 혼자서 박수를 치며 보고 앉아있는 현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스토리도 재미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도 한 몫했다.


‘우와.. 공유 진짜 잘생겼네…’


티브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말속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다. 그중에는 감탄도 있었고, 부러움도 있었으며, 그 부러움 속에는 ’나도 공유처럼 되고 싶다’는 작은 마음이 숨어 있었다. 그 마음의 이름은 바로 열등감이었다.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외모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아 본 적은 없었다. 그렇게 잘 난 외모도 아니었지만, 못났다고도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외적인 측면에서 공유의 외모는 열등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내가 공유가 된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실제 배우의 삶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멋대로 화려한 상상을 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스스로의 가치를 갉아먹는 느낌이 들었기도 했고, 몇몇 배우들의 소리 없는 고통의 이면을 보았기 때문이었을까. 사람들 앞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도 속으로는 다양한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나의 생각에는 큰 오점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외적인 측면‘에서는 배우가 뛰어날지도 모르지만, 그 배우들도 다른 측면들에 대해서는 열등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어쩌면 그들도 다른 측면에 있어서 남들이 알지 못하는 문제점이나 고민을 안고 있을 수도 있다.


한 측면이 너무 뛰어나버리면, 그 사람의 다른 측면들은 그늘에 가려지곤 한다. 가지고 있는 돈이 많다거나, 좋은 대학을 나왔다거나, 몸이 좋다거나, 공부를 잘한다거나. 그런 것들은 어둠 속에 있는 모닥불처럼 우리의 시선을 한 곳에만 집중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상대방의 뛰어난 측면에만 집중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상대방 주변에 있는 어둠을 보지 못하고, 쉽게 상대방에 대해 오해를 할 수 있게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에게 일종의 외로움과 공허감을 가져다준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자신은 온전히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타인의 뛰어난 측면만을 바라보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낮아지고, 곧이어 거기에 대한 공허감이 찾아오게 된다. 이런 경향은 현실 속 관계뿐만 아니라, SNS나 방송 매체 속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렇기에 내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내 안에 있는 스스로의 특별한 점일 것이다. 상대방이 특별하게 뛰어난 부분이 있듯, 내 안에도 그런 특별한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큰 차이를 가져다준다.


내가 나의 특별한 점을 발견하게 되면, 상대방의 특별한 점에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된다. 나도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듯, 상대방 또한 나름 특별한 측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특별한 점을 마냥 부러워 하기보다는 그것을 배우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게 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공부를 잘한다고 하면, 그것을 계속 부러워 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다가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게 된다. 그 태도의 시작점은 상대방과 나는 같다는 존재의 평등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 나는 정말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이 세상에 있어도 괜찮은 사람인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지만 타인을 통해 얻는 존재의 증명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불안정한 방식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스스로를 진정으로 인정해 줄 때, 그제야 열등감보다는 존재에 대한 안정감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인정은,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

당신이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약간의 용기가 있다면, 그것 또한 당신의 특별한 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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