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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사기를 당하는가 (10)

by Kema

손이 벌벌 떨리고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일 리가 없다, 거짓이길 바랬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녀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내 행운을 시기해서?

아니다. 그녀도 나와 같은 ‘선택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그녀가 뭔가를 오해한 걸까.

생의 마지막에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베풀려는 선한 목사를 사기꾼이라 착각했다는 이야기인가. 의심이 들고 확신이 없다면, 그냥 자기만 조용히 빠지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굳이 나에게까지 이런 경고를 건네는 것일까.



아무리 되짚어도 한 가지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와 달리 그녀에겐 확인할 수 있는 루트가 있었으니까. 혹시나 싶어 경찰 정보과 지인에게 부탁했다는 신원 조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목사는 전과자였고, 죄목은 다름 아닌 사기였다. 게다가 현재도 유사한 사건으로 소송에 휘말려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 지인은 절대 엮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나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필사적으로 기억을 되짚었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르며 섬뜩하게 맞물리기 시작했다.


네이버 지도에서 하루 만에 찾은 토지에는 그토록 칭찬을 해서 나를 들뜨게 만들더니, 정작 실제 토지를 찾을 때에는 생고생을 시킨 것도 수상했다. 말도 안 되는 땅을 죽도록 찾아다니게 만든 건, 지금 이 제안이 달콤하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던 게 아닌가. 지옥을 맛보게 한 뒤 천국을 내미는 수법.


고깃집에서의 장면도 머리를 울렸다.

'부자는 쓰고 싶을 때 돈을 쓸 수 있 수 있는 사람'이라며 호탕하게 말했지만, 실제 나온 고기 양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내가 부족해하는 듯한 사람들의 분위기를 보고 더 시킬까요 했을 때, 갑자기 건너편에 있던 사람이 실례라며, 그냥 주신 것만 먹자고 막았던 모습. 그때는 내가 철부지같이 느껴졌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한패의 연기였을지도 모른다. 혹시 그는 사실 돈이 궁했던 것은 아닐까.


자기소개서를 써 오라던 것도 떠올랐다.

그에게 나의 진심과 성실성을 보여줄 기회라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 직업과 형편, 대출 여력까지 낱낱이 파악하기 위한 절묘한 도구였을 수도 있다. 맞벌이 직장인, 물정 모르고 남을 잘 믿는 성격, 대출 가능성까지… 나는 오래도록 피를 빨 수 있는 싱싱한 먹잇감이었을까.


또 '실제로 살 수 있는 땅만 가져오라'던 말 역시 현실적인 조언이라 믿었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가진 현금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려는 장치였다. 결국 내가 가진 돈, 딱 1억이라는 숫자가 어떻게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부동산 연구소’라는 곳. 허술한 집기며 꺼림칙한 분위기에도, 나는 효율성 운운하며 아내의 경고를 무시했다. 이제야 깨닫는다. 그런 땅은 애초에 호구만 찾는 땅이었고, 늦은 저녁 시간까지 눈을 빛내며 열정적으로 설명을 늘어놓던 그 사람은 이미 그런 땅을 보여달라는 내가 호구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씩 꿰어 맞춰지니 퍼즐은 결국 하나의 그림을 드러냈다.

내가 믿어왔던 모든 장면들이 사실은 정교하게 짜인 무대였다.

목사의 한마디, 성도들의 눈빛, 고깃집에서의 손사래, 심지어 내가 직접 써낸 자기소개서까지… 모두가 나를 향한 그물망이었던 것이다.



나는 몸서리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세상에, 구원이라 믿었던 손길이, 실은 가장 치밀하게 설계된 덫이었음을 이제야 알아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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