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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물결 Dec 04. 2024

마뗑킴은 어떻게 1,000억을 벌었나?

국내 패션 브랜드의 성장 

[Intro] 

마뗑킴은 2-30대 여성의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넘어 여의도 투자업계에 까지 침투했다. Covid 전 후로 '쿠션'과 '파운데이션'의 심오한 차이에 대해서 공부하던 여의도 아저씨들은 이제 '한섬'과 소위 '무신사 브랜드'들의 차이는 무엇인지 연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으로 시작해 성공을 거둔 패션 브랜드들은 꽤 있었지만 론칭 약 8년 만에 1,000억 원의 매출을 앞두고 매각에 성공한 국내 패션 브랜드는 전례가 없다. 하지만, 마뗑킴이 단순한 아웃라이어였다면, 여의도 아저씨들이 무신사 앱을 다운로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23년 기준으로 무신사 내에서만 거래액이 100억 원을 돌파한 브랜드는 40곳에 달했다. 2~3년 전만 해도 '온라인 패션 브랜드의 성장 매출 한계선은 100억 원'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음을 고려하면, 마뗑킴은 '사건'이 아닌 '흐름'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무서운 성장의 배경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무려 아식스와도 콜라보를 진행한 마뗑킴.


[국내 패션 브랜드의 변천사] 

마뗑킴을 위시한 소위 '무신사 브랜드'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 위해서는 국내 패션 시장의 변화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국산 패션 브랜드는 항상 존재해 왔으나, 소비자들의 니즈의 변화에 따라서 그 특성이 조금씩 달라져 왔기 때문이다.

① ('95년~06년) Legacy 브랜드 주도 하 '패션 브랜드'에 대한 인식 확산

Legacy 브랜드란, 국내 패션 대기업 (삼성물산, LF, 한섬 등) 산하 브랜드와 국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의미한다. 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초반까지 국민 소득이 증대되고 문화가 개방되면서 패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백화점/ 브랜드 직영 매장에서 옷을 사며 옷의 브랜드를 따지는, '브랜드 편향' 소비가 특히, 중산층과 X세대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게 된다. 

E-Land를 옷의 로고로 박아 팔던 시절이 있었다. 

② ('06년~'15년) SPA 브랜드 등장에 따른 '가성비 의류' 시장 성장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중국에 대규모 의류 제조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Uniqlo, Zara, H&M 과 같은 SPA 브랜드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이 보장되어 있다면, 브랜드를 따지지 않고 중저가 수준의 가격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8 Seconds, Spao, Top Ten과 같은 SPA 브랜드들을 론칭해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맞대응하기도 했었다. 

SPA  옥석 가리기가 끝난 후 역사의 뒤꼍길로 사라진 Forever 21

③ ('15년~) 온라인 기반 도메스틱 브랜드들의 Mainstream 화

오늘날 소비자들은 브랜드 벨류보다는 브랜드의 '감성'을, 가성비보다는 '가심비'를 중요시한다. 패션 전문 유통 플랫폼들과 SNS 가 매우 효과적이고 대중적인 마케팅 Tool의 역할을 하며, 다양한 브랜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 소수의 ToM (Top of Mind) 브랜드가 아닌, 다수의 Long-tail 브랜드가 세분화된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국내 Long-tail 브랜드들을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본문에서는 '도메스틱 브랜드'로 통칭하고자 한다. 이 도메스틱 브랜드들은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Fandom을 보유한,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이다. 브랜드의 콘셉트와 트렌드를 반영한 의류를 직접 기획/디자인하되, 재단/ 봉제는 국내 공장에서 외주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 SNS를 시작으로 D2C 채널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후 매출 극대화, 브랜드 인지도 강화 등이 목적에서 대형 유통 채널에 입점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Legacy 브랜드를 운영하던 한섬은, 도메스틱 브랜드 전문 커머스를 운영함으로써 이 흐름에 탑승했다.


[도메스틱 브랜드의 성장 배경] 

① 의류 품질의 상향평준화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네임벨류 보다 '감성'과 '가심비'를 중요시할 수 있게 된 배경 중 하나는 의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서울 중심에는 소위 '원스톱 제조 인프라'가 밀집되어 구축이 되어 있다. 원/ 부자재 도매업체만 2만여 개가 넘으며, 재단/ 봉제 업체는 약 3만여 개 수준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국내 Legacy 브랜드와 Soho (소위 동대문 도매 브랜드)가 주요 고객이었으나, 두 Player의 생산기지가 공히 중국/ 베트남 등으로 이동하면서, 도메스틱 브랜드들에게도 비교적 적은 MoQ를 고품질로 생산할 기회가 왔다. 실제로 현재는 자본과 경험이 적은 브랜드들도 퀄리티 있는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브랜드 무관, 제품의 품질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으니, 소비자들은 본인의 심미안에 부합하는 옷이라면 다소 생소한 브랜드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대문에 위치한 한 봉제공장의 모습

② 유행 주기의 단축, '적기 구매'의 중요성 증가

패션계에서는 이제 '시즌 트렌드'라는 말이 무색해질 만큼, 트렌드가 말 그대로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SNS 가 견인하고 있는 이 트렌드는 무서운 속도로 콘텐츠를 생산해 낸다. 콘텐츠 과잉은 빠르게 피로도를 축적시킨다. 큰 인기를 끈 유행일수록, 그 주기가 짧을 수 있다. 콘텐츠가 성공할 경우, SNS 특성상 모두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 승수 효과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짧은 유행 주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트렌디한 디자인의 제품을 '적기'에 구매하는 것을 가장 중시하게 되었다. 시즌이 명확히 구분되어 기획/ 생산된 옷이 아니라 SNS 등을 통해 개성 및 독창성을 강조하면서도 유행을 반영한 제품을 선호한다. 

도메스틱 브랜드는 온라인에 기반한 트렌드를 수시로 포착하고, Key Man 중심의 신속한 상품기획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브랜드가 시스템화되지 않았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환경에서는 규모와 시스템 보다, 즉흥성과 유연성을 갖춘 브랜드들이 성공하기에 유리하다. 

올여름 전혀 다른 심미안을 대변하는 Brat과 Demure 가 동시에 유행했다.

③ 취사선택에 대한 높은 스트레스, 'Look & Feel' 중시

정보 과잉 시대에 '풍요 속 빈곤'은 넷플릭스에서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블랙 브이넥 니트'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쇼핑을 시작해도 1시간 넘게 인스타그램과 Wconcept 을 헤매기도 한다. 시장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고 다양해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소재에 따라 블랙의 빛깔이 너무 다양하며, 브이넥도 파임의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미쳐 고려하지 못 한 기장, 할인 혜택, 후기 등 까지 보다 보면 장바구니는 가득 차지만, 선뜻 결제 버튼을 누르기는 어렵다. 이에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정보를 비교 분석해 결정을 내리기보다 ‘Look & Feel’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어떤 브랜드, 어떤 제품보다는 ‘누가 사용하는가’를 중시하는 '디토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신뢰하고 추종하는 인플루언서를 취향을 쫓으면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네이티브인 도메스틱 브랜드들은 타깃 고객의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를 SNS을 통해 유통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SNS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의 개성과 정체성이 담긴 스토리텔링을 전개해 나가고, 디자인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과의 쌍방향 소통을 활발하게 진행해, 고객의 관여도과 충성도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선택지가 너무 많은 시대에는 가격/ 품질 차별화 보다 '콘텐츠 차별화'가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한 모객 방법일 수 있다. 

Open YY의 인스타그램 피드. 일단 팔로우를 하고 싶은 감도 높은 게시물이 올라온다.


[Outro] 

전통적으로 패션 브랜드는 투자 업계가 선호하는 섹터가 아니었다. 패션 브랜드의 성장 Driver 요소들을 정의하고 평가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발시키는 심리, 제품의 완성도와 디자인을 평가하는 기준, 유통채널의 적절한 Mix 등 수치화해 비교평가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더욱이 브랜드 사업은 단기적인 재무 성과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이것이 많은 도메스틱 브랜드들이 매출을 희생하더라도 무신사, Wconcept 과 같은 채널에 진출하지 않고 브랜드 이미지 소모를 최소화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향후 패션 브랜드 Deal 늘어날 것으로 판단되고, Deal 검토 단계에서 패션 브랜드에 대한 어떤 흥미로운 관점들이 시도될지 우려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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