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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Nov 15. 2024

긍정의 끝

이혼하지 않기로 했다 5

무수한 감정이 널을 뛰는 지난 날 동안 내 감정을 기록하고 싶었지만 펜을 들었다 놨다 했다. 

글을 쓰려면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했기에 이는 치유이면서도 내게 상처주는 일이었다.

극복하기로 결심하니 오히려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웃기게도 이 일이 내 인생의 글감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내린 긍정들을 기록해본다.


1. 우리 둘 관계에 금은 갔으나, 세상을 조금 더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전에는 어리석다고 여겼을 타인의 결정들도, 가십거리로 여겼을 타인의 상처들도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2. 나는 부던히 남 눈치를 많이 보고 거절을 못 하며 인간 관계에 연연하는 사람이었다. 이 일을 겪으며 내 자신만 생각하다보니 인간관계를 챙기는 행위가 조금은 부질없게 느껴졌다. 옆에 있을 사람은 있고, 떠날 사람은 떠난다. 굳이 내 힘듦과 버거움을 견뎌가며 유지해야할 관계는 없다. 이 일이 없었으면 어쩜 평생 꾸역 꾸역 이어갔을 인간관계를 한번에 정리했다.


3.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딱 내 나이에 비슷한 이유로 아빠와 갈등을 겪고 결국은 20년 뒤에 헤어진 엄마.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밉기도 한 우리 엄마. 그런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때 엄마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무심결에 '그렇게 자식 걱정했다면서 결국 헤어졌으면서'라고 말해버린 내 자신이 부끄럽다. 


4. 세상에는 더 큰 어려움도 있을텐데, 이전에는 무방비 상태로 맞닥뜨렸다면 이젠 어떤 어려움도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성 문제든 금전 문제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를 이제 100% 믿지는 못 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빠르게 사전 차단이 가능해졌다. 조금은 슬프지만. 


5. 마지막으로 내 스스로가 강인해졌다. 이러나 저러나 뭐 그리 대수일 일이 있겠느냐 싶다. 난 늘 경험주의를 지향했었는데 이런 경험까지 갖게 되다니. 늘 부르짖던 삶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해보고 가고 싶다는 말을 이렇게 실천하고 있구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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