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이 월급을 받을 때는 일한 대가와 사람 간의 생기는 감정노동의 결과이다. 김도연은 30년 넘게 직장을 다녔지만 인간관계는 연차가 지날수록 힘들어진다. 특히 업무가 적을수록 직원들은 서로 일을 적게 하려고 한다. 몸이 약한 것을 무기로 한주희 팀장은 맡은 일이 적은데도 본인 일에 대한 어려움을 임미령 과장에게 계속 말한다.
한주희 팀장은 병가를 일주일에 2~3회를 하고, 이주일 전쯤 수술을 한다고 병가를 들어갔다. 출근일보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임미령 과장은 이런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한주희 팀장의 축사와 보도자료 쓰는 일을 메일로 김도연 팀장에게 지시한다. 이런 일은 최소 대면으로 함 들지만 부탁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거절하는 것에 서투른 김도연 팀장은 화가 많이 났다. 하지만 어떻게 본인 감정을 표현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축사와 보도자료를 쓰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매사 아무렇지 않게 본인에게 일이 넘겨지는 것에 화가 난다. 일을 넘기는 한팀장은 전혀 미안한 감정도 없다. 매번 이렇게 아무런 일 없듯이 받기만 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인간은 이성과 감정을 조화롭게 유지하며 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반복되는 업무주기에 화가 난 김도연 팀장은 임미령 과장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일이 본인에게 넘어오는 것이 맞는지를 물었다. 업무의 변경도 말했다. 임 과장은 한팀장이 할 수 없다는 말로 거절했다. 본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만 말한다.
서로가 조심하자는 말로 별 이득없이 대화는 끝났다. 김도연 팀장은 축사와 보도자료를 한팀장이 작성하던 틀로 유사하게 작성했다. 사람마다 문서를 검토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기존 방식이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새롭게 하면서 기운을 빼기 싫었다.
별로 기대는 안 했지만 임 과장은 본인이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불투명한 의견만 한다. 상사를 이기는 직원은 현명하지 않다. 이기려고 할수록 상사의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상 하조직 사회에서 직원이 윗사람을 이해시켜야 하고, 윗사람이 이해를 못 하면 아랫사람이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윗사람의 설명에 직원이 이해를 못 하면 직원이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직장생활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러한 상황이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지만 내공이 쌓인다 생각하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다.
말은 꺼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직장 내에서 만나는 상사, 동료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 일을 처리할 없을 정도로 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일은 적게 하며 매일 불평으로 가득 찬 한팀장의 일을 조용히 김팀장에게 넘기는 임 과장에게 더 화가 난다.
인사부서에 부서이동을 요청한 상태이니 지금은 아니라도 인사가 나기를 기다린다. 있는 동안은 감정 드러내지 않고 일을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박지수 사원이 오늘까지 일하고 퇴직을 한다. 퇴직사유는 송태만과의 불편한 관계를 풀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다. 박지수 사원은 한 달 전부터 다른 직장에 원서를 냈고 최종 합격을 했다.
사람과의 관계는 복잡하다. 어떤 이와는 편하고 어떤 이하고는 계속 충돌한다.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는 없다.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적당히 맞추고 적당히 스트레스를 안고 가야 한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나면 우연히 만났을 때 가볍게 웃으며 덕담을 나눌 수 있다면 그로 만족하는 것이다. 저녁 송별식을 했고, 참석자들은 일자리를 벗어나 일상적인 이야기로 이어졌다. 맛있는 커피집이 어디가 있고, 옛날과 달라진.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했다. 술자리는 늘 그렇듯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의미 있게 남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사무실에서의 일이 말끔히 끝나지 않듯 인간관계는 복잡 미묘하다.
이렇게 사람은 계속 같이 있을 것 같지만 어느 날 갑자기 떠난다. 있는 동안 서로에게 순영행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기운이 나고, 말 한마디로 괴로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것을 알면서도 쉽지 않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다. 말하기 전에 1분 정도 생각하고 한다면 좀 더 낳지 않을까!
김도연은 2년 전에 토론토에서 유학을 하고 왔다. 그 당시에 토론토에서 직장의 분위기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캐나다의 대부분 직장은 일을 하지 않으려는 직원에게는 일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일을 주지 않고 한동안을 지켜보다가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바로 해고를 한다. 어떻게 보면 무섭기도 하지만, 무임승차를 없애는 방식이다. 일을 주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이 역시 재미있다.
일을 더 하는 만큼 눈에 띄는 인센티브나 포인트 제도가 있다면 서로 더 하려고 할 것이다. 나는 사장이 아니지만 이런 제도는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필요하다.
바뀌지 않고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현상 유지가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다. 제대로 된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