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에게도 당근과 채찍이 통할까?

가까이하기에 먼 직원

by 다온

9시가3월인데도 겨울 패딩을 입어야 하는 날씨다. 일찍 자는 습관 덕분에 도연은 아침 5시가 되면 누구의 잔소리도 없이 기계처럼 일어나 이를 닦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어도 아침 시간은 초고속 로켓을 탑재한 듯 순식간에 지나기 때문에 다른 감정이입을 할 여유가 없다.


건강을 위해 염증에 효과 있는 생강, 위에 좋은 양배추, 눈에 좋은 당근, 의사를 안 볼 수 있다는 사과와 새콤달콤한 요구르트를 뒤석은 달콤한 주스를 마신다.



직장경력만큼이나 오래된 차를 타고 출근한다. 내 손에 익숙해진 오래된 차라 오히려 운전이 편하고 어디에 부딪쳐도 마음 편한 차다. 그녀는 사람들이 차를 몇 년 끌다가 새 차로 뽑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회사까지 거리는 멀지 않지만 사무실 가는 길이 신호만 잘 맞아도 왠지 오늘 일이 잘 풀릴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일을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은 냉기로 가득 차 있지만 따뜻한 차 한잔으로 손과 마음을 녹인다. 조용한 사무실 출입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박지수는 씽긋 웃으며 분주히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한다. 아이가 둘이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박지수는 늘 남들에게 먼저 다가간다.


내가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도 그녀는 예전에 알던 사람처럼 먼저 다가왔다. 먼저 다가가는 것이 쉬어 보이지만 나는 거절받기 싫은 마음에 다가가지 못한다. 늘 그랬듯이 그녀는 내 곁으로 다가와서 주말에 보낸 일들을 참새처럼 알려준다.


솔직히 나는 그녀의 일상적인 대화가 관심 없지만 관심 있는 척 호응해 준다. 아침 시간은 다른 시간보다도 귀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까칠한 심현실 과장에게 쓴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김팀장은 빼앗긴 시간을 복구라도 하듯 자료 정리에 분주하다. 9시가 되면 간 치료를 위해 먹기 싫은 약을 목에 던지듯 넣고 물로 꿀꺽 삼긴다.



출근시간 직전에 도착한 일하기 싫어하는 송태만은 오늘도 무거운 몸을 슬그머니 의자에 던져버린다. 그의 몸무게는 세 자릿수이다. 그의 동작은 성격 급한 나에게 답답하게 느껴진다.


그는 어기적거리며 의자의 바퀴를 책상 속으로 끌고 간다. 나는 약간의 의자 흔들림에 흘끗 쳐다보는 강잘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서로 겸연쩍게 키득거린다. 송태만은 서류를 펼치자마자 냉장고 쪽으로 가서 음료수와 과자를 들고 자리에 온다. 일은 늦장 부리면서 입은 뭔가를 먹느라 바쁘게 움직인다.



남일 참견하기 좋아하는 강잘나는 일하기 싫어하는 송태만의 일을 투덜대며 한다. 불만은 많지만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둘의 관계는 묘하다. 강잘나는 송태만의 게으름을 욕하면서도 대신 일을 한다. 송태만은 일은 하기 싫은데 체면은 지키려 한다.


그녀가 다음 주 예정인 행사준비로 출장을 가려는데 이태만이 역할도 없이 출장을 따라가려 한다. 송태만이 출장 가려 하자 심 과장은 송태만에게 가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한다. 송태만은 그 말로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출장 못 가는 아쉬움을 과장이 자기를 차별대우한다고 본인을 합리화한다. 김도연 팀장이 송태만에게 본인의 역할이 없는데 왜 가려하냐고 물으니 본인은 출장 가서 바람을 쐬고 싶다고 한다.


김팀장은 송태만에게 출장을 가고 싶으면 앞으로 행사 업무를 맡아서 하라고 말했다. 송태만은 전임자도 안 했으니 본인도 안 하겠다고 답한다. 김팀장은 송태만의 대답에 그 어떤 조언도 하고 싶지 않았다. 본인 일을 사원에게 떠넘기려고만 하는 송태만의 업무방식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월요일 오전은 조용하지만 타닥거리는 키보드소리와 함께 조용히 흘렀다.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직장에서 한 사람이 일을 하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한다. 남을 돕지 않을지언정 내 몫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송태만은 남들보다 승진이 뒤쳐진 상태이다. 그는 승진이 늦어진 것에 대해 불만은 있으나 일은 하지 않고 사원인 강미영에게 넘긴다.



지난주에도 송태만은 본인에게 오는 업무메일을 본인이 파악하지도 않은 채 박지수에게 보냈다. 박지수는 지속되는 송태만의 업무방식에 대해 나에게 몇 차례 상담을 요청한 상태이다. 태만이 부서로 온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어제 발령받은 사람처럼 본인 업무를 챙기지 않고, 사원에게 자기 업무를 강요시키는 것은 문제이다. 박지수가 병원진료로 조퇴를 해도 그녀에게 계속 전화로 해결방안을 요청하는 것은 담당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일 안 하던 사람도 승진 전에는 열심히 하거나, 열심히 하는 척이라도 한다. 그는 노력은 안 하고 열매만 따려고 한다. 나는 일을 안 하려는 송태만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한다. 그가 능력이 안 되는 걸까? 아니면 능력은 되지만 길 가다가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 바라는 걸까?



조직이 정확하게 일만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사람이 살다 보면 몸이 아파서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을 계속 회피하는 것은 문제 있다. 조직에서 만나는 사람이 입사부터 퇴사까지 계속 같이 근무하지 않는다. 짧게는 1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을 근무한다.



근무하는 동안 어떠한 사람으로 평가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3달 전 태만이 우리 부서로 오기 전 심과장과 인사담당자는 다툼을 했다. 그 이유는 태만의 세평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소문이 안 좋았지만, 설마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본인이 알지 못하는 세평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 세평은 가끔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아무리 잘해도 좋은 세평을 듣기는 쉽지 않다. 사람들은 남을 실제 상황보다는 냉혹하게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세평이 나쁜 사람이 나에게 나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세평의 대부분은 맞는 경우가 많다.



남에게 평가를 받는 것은 불편하지만 조직생활을 하는 동안은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성향인 사람들이 서로 일을 위해 만나서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맞혀가며 일을 한다. 사람들은 장점과 단점이 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은 드물다. 착한 성격이지만 일을 회피하는 송태만에게 일을 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는 책임지는 것을 싫어한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살기가 어렵다. 책을 선물해 볼까? 그의 나이가 40대 중반이라 스파르타식으로 강요하기도 어렵다. 그의 학력도 그를 무능하다고 하기에 어렵다.


여러 사람이 그의 업무방식을 탓하는 것을 보면 그에게 문제가 있긴 하다. 당근과 채찍이 그에게 통할까?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