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들어보는 클래식 21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작곡한 아홉 번째 교향곡이자 마지막 교향곡이다. '신세계로부터' 또는 '신세계 교향곡'이라는 부제로도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그가 미국을 방문 중이던 1893년 작곡되었으며, 드보르자크의 가장 유명한 교향곡이면서 현대 레퍼토리 중 가장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아메리카 대륙을 주제로 한 것으로 흑인영가와 인디언 음악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으며, 지방색이 풍부하고 선율미와 구성미가 뛰어나다. 원제목은 <<신세계로부터>>이며, 모두 4악장으로 구성된다. 이 중 제2악장의 <<라르고>>가 유명하다.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 미국 시대의 작품에 인기가 집중된 것은 이 곡이 체코 민족음악의 특징뿐만 아니라 미국의 인디언 및 흑인 음악의 특징도 채택하고 있어 명쾌하고 알기 쉬운 윤곽으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향곡에서 사용한 순환형식풍의 구성은 특히 친숙해지기 쉬운 재료로, 듣는 사람에게 깊은 감명과 인상을 주는 데 효과적이다. 드보르자크는 같은 피억압 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흑인과 인디언에 대하여 깊은 동정과 공감을 품었던 것이다.
안토닌 레오폴트 드보르자크(체코어: Antonín Leopold Dvořák [ˈantoɲiːn ˈlɛopold ˈdvor̝aːk]는 1841년에 태어났으며 국민악파 시대에 활동한 체코의 작곡가이다. 드보르 자크는 이러한 풍의 여러 작품을 작곡했는데, 특히 관현악과 실내악에서 모국 보헤미아의 민속 음악적 작품성 음색과 선율을 표현하였다.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에 의하여 확립된 체코 민족주의 음악을 세계적인 음악으로 만든 음악가이다. 드보르자크는 6살 때부터 바이올린 연주에 특출한 능력을 드러냈다. 1872년 프라하에서 첫 공연을 가졌고, 1873년에는 31세의 나이로 특별한 성공을 거두었다. 프라하 이외의 지역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위해 독일에서 열린 시상식에 교향곡 제1번의 악보를 제출했지만, 우승하지는 못했다. 이 작품은 분실되었다가 수십 년 뒤에서야 발견되었다. 1874년에는 오스트리아 작곡상에 두 개의 교향곡과 다른 작품들의 악보를 제출했다. 심사위원이었던 요하네스 브람스는 드보르자크의 곡에 큰 감명을 받았다. 드보르자크는 1874년과 1876년에 브람스와 음악비평가 에두아르트 한슬리크로부터 오스트리아 작곡상을 수상했다. 브람스는 드보르자크를 자신의 전속 출판사 N. 짐로크에게 추천했고, N. 짐로크는 드보르자크에게 슬라브 무곡의 작곡을 의뢰했다. 슬라브 무곡은 1878년 베를린 음악 평론가 루이 엘레르트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피아노 4 핸드 버전의 악보가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다. 드보르자크의 명성이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순간이었다. [출처 : 네이버]
이 곡은 교향곡이면서도 하나의 서사시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느껴지는 주요 이유는 각 악장에서 등장하는 주요 주제가 서로 연관성을 가지며 반복되는 소나타 형식과 변주기법이 활용된 결과이다.
● 1악장 (Adagio - Allegro molto)은 곡의 서론 역할을 하며, 이후 등장할 주제들이 단편적으로 제시된다. 이 1악장은 불확실한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찬 느낌을 주고 있다.
● 2악장 (Largo)은 가장 유명한 '고향의 노래' 선율이 등장하는 악장으로, 곡 전체의 감정적 중심 역할을 하며 시온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깊게 전달한다.
● 3악장 (Scherzo: Molto vivace)은 1악장에서 사용된 리듬이 변형되어 등장하며, 음악적 통일성을 유지한다. 이 악장은 역종적인 움직임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느끼게 해 준다.
● 4악장 (Allegro con fuoco)은 앞선 악장들의 주제들이 다시 등장하며 마치 이야기의 결말을 맺듯이 마무리시켜 준다. 영화 '죠스'의 등장 시 사용되어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멜로디이며 축적되어 온 모든 감정을 장대한 결말로 폭발시켜 스펙터클한 결말을 선사한다.
신세계를 향한 거친 도전의 발걸음과 그 도달을 위해 가는 도중 겪게 되는 수많은 고난과 위험, 그리고 그 여정에서 느껴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가 진하게 들어있다. 고난의 행군과 역경의 연속,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의지로 마침내 신세계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신세계에서 느껴지는 역동적인 문명의 힘찬 고동소리, 새로움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맥박이 기차의 바퀴소리처럼 밝아오는 지평선을 향해 울려 퍼진다.
이 곡은 듣는 청자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전달해 주고 있다.
1악장에서는 칡흑같이 어두운 밤, 바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태평양의 어느 한 곳, 돗이 찢어질 듯 불어대는 태풍과 앞이 보이지 않는 거친 파도. 그 막막함 속을 홀로 거칠게 항거하는 한 척의 클리퍼 (19 새기 범선)의 고고한 항해를 보여준다. 멀리 보이는 작은 불빛. 간신히 도착한 작은 항구. 사방에 널려있는 찢어진 돗은 여정의 험난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 부서지고 긁히고 상한 배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 듯 지친 선원들의 모습도 처참하다. 그럼에도 모든 이는 살았다는 안도감에 기쁨이 넘친다. 대양을 넘어 도착한 대륙의 끝자락. 그렇게 다시 오른 모험의 길. 안도감을 느끼는 것도 잠시 광대한 사막과 황야가 그들을 맞이한다. 막막함에 고요해지는 대원들의 분위기. 그래도 이내 자신을 추스르고 내일의 전진을 위해 오늘을 준비한다.
2악장은 붉은색의 흙과 바위만이 존재하는 거친 황야의 밤이 펼쳐진다. 멀리서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석양에 물들어 간다. 아찔한 절벽 아래 그나마 가장 안전해 보이는 구릉에 마차를 세운다. 저녁밥 짓는 소리, 경계를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 모닥불이 군데군데 피워지고 식사가 끝나면 지친 몸을 차가운 황야 위에 눕힌다. 죽을 듯이 피곤하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 커다랗게 떠 있는 둥근 달빛이 가슴에 내려 꽂힌다. 고향의 달도 저렇게 둥글게 떠있겠지? 마음 한 구석이 노스탤지어의 감상으로 천천히 젖어드는 순간 누군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하모니카를 분다.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은 내 고향. 마음을 촉촉이 적시던 뭉클한 감정이 눈에 촉촉하게 차오른다. 저절로 나오는 고향의 노래. 모두의 애닮은 합창 소리에 황야의 밤은 고요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잠들어 간다.
3악장에서는 2장에서의 거친 행진이 끈질기게 이어져 나간다. 넓은 사막, 거친 황야, 간혹 보이는 작은 마을에서 목을 축이고 목욕을 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정은 그렇지 못하다. 부족한 식사,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 타는 듯한 목마름, 위험한 짐승의 습격 그리고 믿지 못할 인간들.... 지난하게 닥쳐오는 고난들, 그러나 그에 대항하는 인간의 꺾기지 않는 의지가 기나긴 그들의 여정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반복되는 그렇고 그런 날들의 하루 중 어느 날. 누군가 붉은색의 지평선을 바라보며 외친다. "기차다! 기차가 보인다." 그들에게는 그것은 기차가 아니라 신세계에 도착을 알리는 희망이었다.
4악장에 도달한 이들의 감정은 클라이 막스로 오른다. 새로운 문물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격하게 터져 나오는 환희의 감정. 모든 고난과 어려움을 뚫고 이겨낸 자에게 주어지는 기쁨과 포상. 절로 들썩이는 어깨춤사위가 사막의 열기에 거칠게 타 버린 입술을 비집고 터져 나온다. 드디어 도착한 안락한 세상,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회상, 새로운 세상에 딛는 최초의 한 발자국이 조심스러움과 설렘을 가득 담는다. 그리고 간간이 떠오르는 사람들, 고향에 두고 온 가족과 이곳에 이르지 못하고 거친 황야에 버려진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점점 빠르게 클라이맥스로 오르는 음악의 열기는 이 무모하고 용감함 도전자들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점차 퍼져나가며 그들의 새로운 세계를 이루는 희망의 멜로디로 변하고 강력한 도전을 위한 응원의 선율이 된다. 그렇게 그들은 끝내 이겨내고 자신들만의 신세계를 지상에 구현한다.
차이콥스키가 피아노협주곡 1번이 신세계에 도달하여 느끼는 벅찬 감동을 표현한 것이라 하면, 드보르 자크의 이 교향곡은 차이콥스키의 신세계에 도달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그린 서사시일 것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유명한 영화 '반지원정대'의 1,2,3편에 해당한다고 할까? (물론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4편에 해당될 것이다.) 서로 다르지만 어딘가 연결되는 듯한 느낌과 감정의 흐름이 다른 작가의 마음을 동일하게 자극하였던 것 같다.
이 곡에서 가장 알려진 부분은 2악장과 4악장이다. 2악장은 중학교 음악교재에 실린 '꿈속의 고향'이란 애수 어린 노래로 접하여 보았고 4악장은 유명한 영화 죠스에서 들어 보았을 것이다. '꿈속에 그려라 그리운 고향~'이란 가사로 이 곡의 2악장에 드보르자크의 제자인 월리엄 피셔가 만든 'Going Home'을 번안한 곡으로 향수병을 일으킬 만큼 풍부한 감성이 가미된 흑인 영가풍의 노래이다. 또한 4악장의 도입부인 "빠밤 빠밤 빠밤빠밤빠밤'하는 부분이 영화에 차용되었다. 매우 유명한 '죠스'라는 영화로 바다 밑에서 은밀하게 다가오는 상어의 공포를 연상시키는 효과음악으로 사용되었다. 물론 드보르자크는 미국에서 처음 보았던 증기 기관차의 출발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같은 음악도 어떻게 연주하고 어떤 환경에서 듣느냐에 따라 정말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일까?
나는 이 곡에서 4악장의 도입부 이후 연이어 나오는 "빠빠빠 빠빠빰'하는 관악기의 합주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뭔가 가슴이 웅장하고 뜨거워지며 둥~둥~ 거리는 북소리가 울릴 때면 나의 심장도 둥둥거리며 같이 공명한다. 무언가에 막혔던 가슴이 탁 트이며 광활하게 퍼져나가는 느낌에 절로 눈이 감기며 환희의 감정에 젖어들곤 한다. 마음이 복잡하고 답답할 때 카타르시스와 희열감을 한가득 전달한다. 터져나가는 트럼펫의 소리는 그 절정을 이루어 마치 높은 절벽 위에서 푸른 바다와 하늘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치는 포효성처럼 마음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힘들고 답답한 세상을 사는 당신! 이런 시원함, 안식과 힐링이 필요하지는 않은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 과감히 들어가 보자. 그래도 조금은 오늘이 살만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https://youtu.be/ZbD9Ra7CuYE?si=1QFsJg8rNFCdD40W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마단조 신세계로부터. [출처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