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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환상즉흥곡 - 물위에 조영 되는 발레리나의 춤사위

이제야 들어보는 클래식 22

by 곰탱구리

환상 즉흥곡(올림 다단조 작품번호 66)(幻想卽興曲, 프랑스어: Fantaisie-Impromptu) - 피아노위를 나는 듯한 환상적 서정의 어울림



프레데리크 쇼팽의 피아노 작품(즉흥곡)이다. 네 개의 마주르카(Op. 17)와 화려한 대왈츠(Op. 18)를 작곡할 때와 비슷한 때인 1834년에 작곡되었으나, 쇼팽은 죽을 때까지 이 환상 즉흥곡을 출판하지 않았다. 하지만 1855년에 환상 즉흥곡이 유작으로 출판된 이후로, 이 곡은 쇼팽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되었다.


원제는 'Fantaisie - Impromptu'로, 본제가 '즉흥곡'이고 부제가 '환상'이므로 환상 즉흥곡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다만 워낙 즉흥 환상곡 쪽의 인지도가 높아 이렇게 부르는 쪽이 오히려 어색한 편이다. 그런데 '환상 즉흥곡(Fantaisie - Impromptu)' 또한 엄밀히 따지면 이 곡의 제목이 아니다. 사실 이 곡은 쇼팽이 공식적으로 남긴 제목이 없다. 쇼팽은 생전에 이 곡을 정식으로 출판하지 않았고 또한 쇼팽이 직접 작성한 이 곡의 악보에는 어떠한 제목도 적혀있지 않다. 널리 알려진 'Fantaisie - Impromptu'라는 제목은 쇼팽의 사망 이후 율리안 폰타나가 출판 과정에서 붙인 제목이다.


쇼팽의 즉흥곡 중 4번째이며, 가장 유명하고 가장 많이 연주된다. 다만 쇼팽 본인은 사후 폐기해 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으나 쇼팽의 친구였던 출판업자 율리안 폰타나가 이를 어기고 출판하여 대히트가 된 곡이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표절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됐으며, 이그나츠 모셸레스(Ignaz Moscheles)의 즉흥곡 E ♭장조(Op.89)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3악장과의 표절 시비 때문에 쇼팽이 출판을 원하지 않았다는 설이 있다. 또는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1960년 파리에서 데스테 부인(Baroness d'Este)을 위해 작곡했다고 적혀있는 쇼팽의 자필 악보를 입수했는데, 커미션을 받고 쓴 '특정 인물을 위한 곡'이었다는 가능성을 들어서 쇼팽이 출판을 꺼렸다는 주장이 있기도 했다. 이 판본은 루빈스타인 에디션으로 1962년에 출판되었고, Ekier 판본에서 앞에 실린 버전으로 수록되었다. 우리가 아는 익숙한 버전은 그 뒤에 실렸다.


매우 서정적인 곡이기 때문에 음정의 강약 조절과 연결이 중요한데, 곡의 템포가 빨라 음악적 표현을 신경 쓰기 힘들다. 전문적인 피아노 연주자들은 이 정도야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일반인에게는 빠른 템포, 왼손과 오른손의 폴리리듬, 악센트와 박자의 배분 등의 어려움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새끼손가락으로 악센트를 주는 부분이 특히 까다롭다. 전후 다른 음에도 힘이 들어갈 수 있다.


환상곡(幻想曲, 이탈리아어 : fantasia, 영어: fantasy)은 악곡의 형식 중 하나로, 대체로 즉흥적인 성향을 띤다. 형식적 제약을 받지 않고 몽상적인 기분이나 로맨틱한 환상을 표현한 소품곡이다.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로 양상을 바꾸고 있지만, 당시의 작곡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형식으로 환상을 추구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크 시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그 당시에는 푸가 풍의 것이 애호되었었다. 바흐의 오르간이나 클라비어곡에는 바로크 시대의 환상곡의 좋은 예가 있다.


고전파 시대에서는 소나타 형식의 것이 많아졌지만 매우 자유로운 형식으로 된 것도 있었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의 〈다단조 피아노곡〉(K396)은 소나타 형식이며 또 다른 하나의 〈다단조 피아노곡〉(K475)은 접속곡풍이다. 낭만파 시대에 들어서는 자기 환상을 자유롭게 추구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환상곡이 많이 작곡되었다. 그리고 다악장 구성에 가까운 것도 나타났다. 슈베르트의 피아노용 《유랑인의 환상곡》이나 슈만의 《환상곡》은 그 좋은 예이다. 한편 소품을 모은 슈만의 《환상소품집》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도 나왔다. 그리고 근대에 이르러서는 환상곡은 점차로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 곡은 A-B-A’-종결구의 형태로 되어 있는 전형적인 3부 형식의 피아노곡이다. 앞서 말 한 바와 같이 아무리 즉흥곡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형식미는 가지고 있다. A 부분은 빠르고 화려한 분위기다. 이 부분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4:3의 리듬이다. 즉 오른손이 16분 음표 4개를 연주할 때 왼손은 8분 음표의 3 연음부를 연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4:3의 리듬이 서로 부딪히면서 마치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B부분은 매우 부드럽고 고요하며 따뜻한 장조의 선율이 나온다. A 부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이렇게 서정적인 멜로디가 나온 후 A‘ 부분이 등장하여 더욱 격정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게 되는데, 이러한 대조가 바로 이 곡의 매력이다. A’ 부분 이후에는 종결구가 나오는데, 이 종결구에는 A 부분의 멜로디와 B 부분의 멜로디도 다시 등장하여 청취자들에게 일종의 “각인”효과를 주게 된다. [출처 : 나무위키]


쇼팽의 환상즉흥곡을 들으면 한 편의 아름다운 발레 공연을 보고 있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 시작과 동시에 몰아치는 빠르고 화려한 선율은 피아노의 건반을 매끄럽게 두드리며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춤을 추듯이 달려간다. 쉴 틈 없이 빠르게 백건과 흑건을 옮겨 다니던 손가락은 분홍빛의 아름다운 리본이 매듭지어진 발레리나의 토슈즈로 변한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발레리나는 거침없이 빙글빙글 돌며 평화로운 숲 속을 누빈다. 초록의 이끼 위에 그 보다 더 초록으로 물든 커다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 그 끝에 맺힌 이슬 방울이 고고한 달 빛의 산란을 도와 주변을 환히 밝힌다. 무채색의 비로드 같은 포근한 밤의 장막이 산란된 방울들의 여백을 세세히 파고들어 스며들면 세상에는 오로지 안온함 만이 깃든다.


춤사위에 취해버린 자정의 달빛이 18세의 아리따운 발레리나의 투명한 손가락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잔잔한 호수 위에 내려앉는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옆으로 바람의 유희에 동조하여 흔들린다. 거친 풍랑을 맞서 항해하는 범선처럼 거침없이 달빛을 타고 올라 힘찬 연어의 비늘을 사방에 뿌려댄다. 물 위를 스치 듯 발레리나의 발 끝에서 작은 동심원이 생겨난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무수한 파장으로 전파된다. 그녀의 발 끝이 닫는 모든 곳이 새로운 동심원을 만들고 세상 너머로 퍼져나간다. 하나의 동심원은 하나의 세계로 다른 하나의 동심원에서 밀려오는 세상과 원의 파장으로 만난다. 하나의 파장은 좌에서, 우에서, 앞에서, 뒤에서 다가오는 파장과 부딪쳐 하나가 둘로, 둘이 넷으로 그리고 무수한 파장으로 무한의 세상을 창조한다. 이슬방울 속에서 산란된 달빛이 파장과 파장의 사이의 시공으로 스며든다. 이제 호수라는 공간은

흔들리는 무수한 빛의 파장과 바람에 흔들리는 빛이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부서지고 다시 뭉치고 흔들리고 떨어져 더 이상 어둡지 않은 밤을 무대로 변화한다. 산들바람 따라 날아다니던 반딧불은 무채색 장막 위에 촘촘히 깃들어 미리내가 교교히 흐르는 별빛이 된다.


빠르고 화려한 연주에도 불구하고 듣는 이의 마음은 차분함과 평화가 가득하다. B부분의 차분하고 느린 선율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다단조 작품번호 13. '비창'의 2악장과 매우 비슷한 느낌을 준다. 춤사위에 한껏 흔들린 동심원이 세상 끝까지 퍼져나가 사라진 조용한 호수, 조심스레 발끝을 들고 조영 되는 달빛에 자신을 비춰보는 발레리나, 미세한 빛의 흐름 하나조차 방해하지 않으려는 발레리나의 세심한 손짓, 초록의 잔디를 베고 누워 그 아리따운 춤사위에 빠져든다. 세상의 끝을 만나 다시 돌아오는 동심원은 달빛에 산란되어 더 많은 파장을 품고 호수 위에 새로운 세상의 동심원을 창조하여 감동의 향연을 만들어 낸다.


제약 없는 무한의 시공간. 세상의 끝을 찍고 다시 돌아온 동심원들은 모이고 흩어지고 합쳐지고 산란되어 현실을 4차원으로 흘러 보내고 다시 2차원으로 돌아와 1차원의 점으로 집약시킨다. 1차원에 점들은 동심원의 파장을 타고 직선에서 곡선으로 변화하고, 곡선들을 모아 3차원의 현실을 재구성한다. 환원의 세계에서 막 도착한 나는 초록의 잔디 위에 느긋하게 누워 곡에 심취한 감상자로 재창조된다. 비로소 마음속에는 평화와 안정을 가득 머금은 내가 된다.


힘들고 피곤한 세상에 잠시 눈을 감고 어여쁜 발레리나의 손길에 몸을 맡기 보라. 쇼팽의 선물이 새로운 세상의 당신으로 가슴과 머리를 새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https://youtu.be/23 jrUYsiht8? si=y0 DqMUUpbZocSH3 r 환상 즉흥곡(올림 다단조 작품번호 66) [출처 :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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