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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우유강
Dec 17. 2024
루꼴라와 장원영
유방암 4기, Life goes on (2)
사람들은 스스로를 범주화하기를 즐기는 건가.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에 대한 관심은 혈액형
, 별자리
,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유행하는
MBTI에 대한 높은 관심이 증명한다.
어찌 보면
사주팔자에 대한 관심
도
신뢰하고 싶은
사주라는
카테고리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범주화하고
싶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호기심 때문에
알아본
나의
MBTI는 INFJ, INFJ-t였다.
J는 계획형 인간에 속한다고 한다.
그렇다
네...
'
나는 계획형 인간
'
이라는
점
에
고개를
끄덕여본다.
멋져.
멋져
보여
.
어려서부터
공책
뒷장
에 눈이 커다랗고 풍성하게 프릴이 달린
드레스를 입은 공주
인형
그리기를
좋아했
던 나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었다
.
그러고 보니
인형 그리기 뿐 아니라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고 노상 플랜들을 짰던 걸 생각해 보니 나는 J가 맞았다.
하지만 순간순간 일어나는 잘잘한 이벤트들 앞에서는 항상 즉흥적인 판단이 앞섰고 그러다 보면 내가 그렸던 소박하지만 의미 있을 거라 믿었던 큰 그림들은 엉뚱한 그림으로
변해
가기 마련이었다.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고
했는데
...
한걸음 한걸음이 즉흥적이고 감정에 젖어 있다 보니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그림 속 목적지로 다가가는 것은 늘 불가능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바로 그 돌발적인 판단으로 수강하고 있는 수업 하나를 째고 기차표를 변경해서 고향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데 J라고?
그런데 J의 진짜 속성은 계획을 세우는 데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계획이 틀어졌을 때 강박을 느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눈앞의
장애물들을
좌슥슥 우삭삭 베어가며 나아가는 성향이 강하면
그게 진짜 J라고
한다
.
나는 그쪽은 아니었다.
MBTI 검사를 하면서 왠지 멋져 보이는 항목에 나도 모르게
"
췤췤
"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해본다.
반복적으로 그렇게 했다면 내 안에는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삶
에 대한 갈망이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늘 엎어지고 뒤집어지며
좌충우돌 우왕좌왕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살아온
내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은 그런
스스로에게
관대하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샛길로 접어들었다가 엉뚱한 장소로 나오는 산책 습관만큼이나
달라진 목적지 앞에서
'
쏘우 쿠울~
'
하게 긍정적 리액션을 취해왔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스스로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살다보면
어떻게든
적절한
생존전략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어떻게 늘 긍정
모드일
수 있겠는가
?
세월이 흘러갈수록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세모나게 뜨기 시작했고
세상
사람들을 보면서
네모난 눈이나 가재비 눈을 뜨기 일쑤였다.
내 눈은 사실 좀 동그란 편인데...
그러니 세상 사람들이 대체로 그렇듯이
긍정 마인드인 사람을 만나면 비로소 안심하게 되고 편해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되었
다.
아이돌 가수 중 장원영이라는
친구가 있다.
사랑스럽기도 하거니와 초긍정 마인드를 장착하여 '원영적 사고'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밈의
주인공이라고
.
나는 한동안 그 사랑스러운 초긍정펄슨의 숏폼에 푹 빠져 지냈었다.
육십이 넘은 나는 그 어리고 뽀얀 영피플로부터 감동을 받고 배우고 있다.
이제 나는, 아니 어쩌면 우리 세대는
'머리에 피도 안
말랐을 것이며
세상
아무
것도 모를
게
뻔하다'라
고 함부로
판단하기
쉬운
young generations
영제네
레이션으로부터
영감을 얻고
비로소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때를 맞이한 건
지도 모른다.
기차 안에서
한 달 전쯤 인스타에 올렸던 게시물이 생각나서
글을 쓰고 게시문을
카피해 왔다.
11월 25일 작성
며칠 전 루꼴라와 바질을 두팩 한 세트씩
쿠팡에서
주문했다.
그런데 루꼴라만 네 팩이 왔다.
확인할 필요도 없는 거지만 그래도 굳이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주문목록에
루꼴라만 두 세트.
네 팩.
.
.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
다.
.
.
또
얼마
전 유튜브영상을
보며
초긍정
사고로 세상을 기쁘게도
하고
놀라게도 하는 아이돌그룹 아이브 장원영의 인터뷰를 보았다. 인생 2회 차가 틀림없을? ^^!!!
꽤 의젓한 이제 스물의 원영이 공자의 명심보감을 말한다.
[군자는 떳떳하고 소인은 늘 근심한다.]
뜨끔했다.
어딜 봐도 군자는 아닌데
스스로 늘 군자이고 싶어 했던 거짓된 욕망으로 노심초사해 온 나는
또 뒷머리를 쥐어뜯어본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읽다 던졌던 성철스님의 선어집禪語輯 을 공손한 자세로 집어 들었다.
나 홀로 벽돌책 격파에 들어가기로 한다.
성철 스님 법어집: 무엇이 너의 본래면목이냐
수학선생님들은 수학문제를 던져주고 공식이나 방법을 예시로 풀어 보인다.
그다음 문제부터는 문제집의 해석풀이를 참고하고 여러 번 익숙해지면 홀로 먼 길도 갈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서 새로운 답을 찾아가며 우주의 비밀을
풀어낸
다.
물론
대중
들은 그 공식이며 풀이과정 봐봤자 까마귀
부리에서
까치 소리만 나올 뿐이지만.
선불교의 선문답 화두풀이는
미스테리한 고대언어
보다 더 난해하다.
풀이규칙이 없다.
해석을 위한 방편이 수도 없이 종횡무진하지만 물리학자들의
(
외계어같은)
방정식들만큼이나 어렵다.
아니 그보다 더
정답에 가까이 가기 어렵다.
자연풍경의 이치
.
중의적 표현
.
혹은 반어법인가
?
아무리 고개를 갸웃거려도 알 수가 없다.
해석해볼까하고 뇌에서 즙이 나오도록 몸부림치지만
그럴수록 나락에 빠지고 '자유로움'으로부터 멀어진다.
오직 한순간 '깨달음'이 올 때 비로소 외마디(할喝)! 과 미친 몽둥이질(방棒)을 이해할 수 있고 선문답을 깨칠 수가 있다고 한다.
[섣불리 안다고 착각하지 마라. ]
소름이
돋
을 정도로
차분해지고
낮아진다.
그래서 어떤 큰스님들도 해석해주시지 않는다.
그냥 선문답이 오고 간 상황을 그려 보일 뿐.
또 다른 방편을 던질 뿐.
친절한 수학선생님을 기대했다간 절집 그림자도 못 보고 도망 나오게 된다.
성철스님은 거기에 꼭 한두 마디씩 더 보태셨다.
네 놈이 그걸 알겠으면 이 내 말도 알 것이고
이 내 말을 알면 그 말도 알 것이니
옛다~
그런데 그 보탠 한 말씀이 빙하의 꼭대기 같으니 도저히 뒤집을 수가 없다.
그 밑동을 볼 수가 없다.
돈오돈수頓悟頓修야말로
(
성질 급한 k
)
-불교에 딱! 인 것 같기도 하지만 공부 안 하고선 頓의 ㄷ에도 다가설 수 없으므로..
소인은 그저 근심하며 한줄한줄 넘어간다.
小人은 小人일
뿐이니 뭘 더
보탤
까.
삐딱해진
나는
언제나 내 본래
면목 앞에서 자유로울까.
면목이 없다.
면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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