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엔 13년째 함께 살고 있는 달마씨가 있답니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또
"이 무슨 멍뭉이소리야~" 할 겁니다.
같이 사는 쌍둥이 멍뭉이들도 이제 만 10살인데 또 누가?
아! 어떤 스님이 그리신 저보다 초큼 작은 달마도 전신화입니다.
원래 제가 얼빠인데다 차은우 보다는 제이홉이나 로이킴같이 갸름하고 곱상한 아이돌을 좋아하는지라 달마도에서 보는 바, 심술곰탱이같은 그런 초상화를 끌어안고 살게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달마대사님이 원래는 어느 나라의 왕자출신으로 마음의 지혜를 중요하게 여기며 불법을 열심히 공부한, 게다가 엄청 미남이셨는데 득도 후, 마귀에게 속아 영혼이 자유자재로 몸을 드나들다가 잠깐 몸을 비운 사이에 심술곰탱이에 고주망태 산도둑의 영혼이 대사님 몸이 비어있는걸 보고 그 몸을 주워입고는 신이나서 도망쳐 버리는 바람에 그 심술곰탱이 고주망태 육신을 개의치않고 그대로 입으셨다고 합니다.
저는 속으로 원래는 미남, 원래는 미남!하고 주문을 외우....
달마대사님은 선禪불교의 시조십니다.
우리나라(중국, 일본도 비슷) 불교 주류가 바로 선禪불교이기에 달마대사님은 무척 소중히 모셔지는 부처님이기도 합니다.
중국 사찰에서는 본적이 없어도 일본 사찰에서는 달마도가 방장실에 크게 걸려있는걸 본적이 있답니다.
저는 약간의 기복의 마음으로 그림을 구입해 액자에 멋지게 모시고 살았었지요.
물론 육조단경을 읽으며 금강경, 반야심경에 성큼 갈수 있었기에 달마대사님께 경외감과 함께 수없이 많은 백팔배를 (벽보고 절!하는 것 보다는 좀 나아보일거 같아서) 올리곤 했답니다.
물론 우상숭배는 아닙니다.
소중히 하되 집착하여 모시는 경지는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런데 그런 저희집 달마대사님이 그제밤에는 난데없이 "달마씨"가 되어 저에게 봉변을 당했지 뭡니까....
ㅜㅜ
그러니까요.
통증이 이렇게 무섭네요..
흉수천자를 하고 돌아와서
다시
처방해준 진통제를 다 때려 먹어도
등과 겨드랑이 앞갈비뼈 흉골 통증이 사라지지않으니 낭패감과 함께 공포감이 찾아오더라고요.
의사를 만나려면 또 3주를 기다려야하는데 어떻게하지? 어떻게 견디지?
밤은 깊어가고 뭘 어떻게 해야 되나 궁리해봐도 미친듯이 위장보호제와 진통제들을 차례로 하나씩 더 먹어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어요.
응급실요?
어림도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병원 응급실에는 대놓고 쓰여있답니다.
[암환자, 만성통증 환자의 통증 치료는 응급실에서 하지 않습니다. ]
이해합니다.
암환자가 얼마나 많은데 통증올 때마다 응급실 쫒아오면 사회적 낭비지요.
어쨌든 방법은 없고 아들까지 집에 없으니
갑자기 서러움이 확 터지더라고요.
그래서 엉엉 울기 시작했답니다.
이 나이에 엉엉~ 이라니요...
남사스럽기 그지 없습니다만.....
통증 때문에 '아이고 엄마~'를 외치며
몇번 끙끙거린적은 있어도
암 진단 받고도 여지껏 울어본적이 없었거든요.
인과 因果에 의해 일어날 일이 일어났겄지
서러울 것도 원망할 것도 없다고 나름 쿨했거든요.
근데요.
통증이 심해지니 쿨은 무슨 얼어죽을!!!!
진통제 처방해준 의사선생님한테까지 온갖 비난을 다하며 원망하고...
왜 시원하게 처방해주지않고 효과도 없는 약들만 줬냐:는 비난의 원인이고요,
비난이라함은 ... 있잖아요. 소새ㅇ,개새ㅇ, 멍00 등등 온갖 욕을 드립하게되더라는..
그러다가 달마도가 보이더라고요.
냅다 눈물콧물 다 흘리면서 푸념 및 원망? 을 시작했지요.
그동안 지켜본 게 있으면 나한테 이러시면 안되죠.
내가 무슨 부모형제를 죽였나, 요
나라를 팔아먹었냐, 요
남의 지갑에서 돈을 뽑아쓰기를 했냐, 요
부족하고 지혜가 모자라 저와 주변의 심신이 고단한 적이 적지 않았겠으나:
(사실, 참으로 부족함이야말로 참회의 모든 것인데다가 적지 않다는 게 문제긴 하죠. 하지만 완벽하면 제가 달마대사지 별 볼 일 없이 발버둥치며 살아온 쪼매난 육십 넘은 할매겠냐고요~를 외치며 뻔뻔하게 살아온 걸 감안하고요)
싫어하는 사람 생기면 나부터 반성하고 그사람 잘되라고 기도부터하고 살아왔는데
뉴스에 보면, TV에 보면,
악당들이 천지인 이 세상에서
나한테 왜 이러는거냐....고요
너무하는거 아니냐... 고요
이렇게까지 해야하냐... 고요
퍼부었습니다.
목소리에 기운이 없으니 그래봤자 새소리처럼 흘러나와서 망정이고 꼭대기 층 외벽 쪽인 집의 외벽 쪽이 안방이라 다행이긴 했지만
어쩌면 아래층에서는 오밤중에
여자 우는 소리가 귀신소리처럼 난다고 식겁했을지도요... (죄송합니다.)
어쨌든 달마대사 그림씨께는 무슨 죄가 있겄어요.
엎드려 백팔배할 때는
닮으리라, 닮으리라 부처님이시여, 스승이시여, 선지식이시여 !!! 해놓고
통증에 눈 뒤집히고 이성을 잃으니
난데없이 멱살잡고 울고불고
"나한테 왜이러는건데~"를 시전하다니요...
그래도 울다보니 그런거 있잖아요.
아. 나도 속으로는 병이 난것에 대해 뭔가 나 아닌 바깥에 탓을 하고 원망하는 마음이 있었구나!
서럽다, 외롭다 생각 안하는줄 알았는데 울며 불며 하소연한 말 중에 서럽고 외롭다는 푸념도 있구나! 를 보게 된것이죠.
진즉에 한번 울어볼 걸!!!!!
시원하게 한번 세상 탓도 하고 서럽게 울어볼 걸!!!!!
어차피 혼자와서 혼자 가는 삶이니 외롭다고 할거 뭐 있냐며
외롭다고 말하면 혹시라도 누가 들을세라 꼭꼭 감추고 씩씩한추룩 살았구나.
한두번쯤은
외롭네!!!
사는 게 진짜 외롭네!!라고 말하고 살것을!!!!
통증 때문에
겁나 유치해졌다가
다시 겁나 센치해졌던
어제오늘 바지호주머니는 이렇게 불현듯 또 삐져나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