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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준지 크리스마스

※크로테스크한 사진이 있습니다.

by 하성운

안녕하세요 하성운입니다.

처음으로 소설이 아닌 일상 이야기로 글을 적습니다. 브런치에 온 지 약 한 달 만에 일상 에세이를 쓴다니, 참으로 모순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 글을 얼마나 봐주실지는 모르겠다만 정성을 다해 써보겠습니다.

아무튼 야외 벤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서두를 시작 하겠습니다.


먼저 이토준지 작가님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토준지(伊藤潤二, 1963년 7월 31일~)는 일본을 대표하는 공포 만화가로, 특유의 불쾌하고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러브크래프트적 공포와 일본 특유의 미학을 결합한 독창적인 스타일로 전 세계를 매료시킨 기괴미의 거장이지요.


왼쪽은 이토준지 작가이고 오른쪽은 그의 작품 속 한 장면입니다. 반려묘와 본인 얼굴을 그린 것으로 추정됩니다. 역시 공포만화의 거장은 그림 소재부터가 다른 것 같습니다.

대표작은 [소용돌이], [토미에], [소이치의 저주일기] 등이 있습니다.



시기가 정말 감탄스럽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크리스마스에도 오픈하는 이토준지 전시회라니, 올해 들어 가장 큰 행운입니다.

장르가 19이긴 하지만 티켓을 살 때 청소년이란 문구가 있었으니 그 누구도 문제 삼을 수 없다 생각하며 본문으로 이어지겠습니다.


들어가자마자 그의 작품 중 간판 얼굴인 '토미에'와 '소이치'가 보입니다.

이토준지 특유의 섬뜩하면서도 인간 내면의 복잡함을 잘 표현하는 인물들로, 두 캐릭터의 이야기는 단순 공포를 넘어 심리적인 혼란과 충격을 선사합니다. 그의 작품 중 대중들에게 알려진 가장 유명한 캐릭터 터지 않을까 싶네요.



고퀄리티의 등신대와 가면이 보입니다. 가면은 무료로 받을 수 있으니 집에서 소이치 놀이를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사진은 조금 무섭습니다.



무릎을 탁 치고 갈 센스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목매는 기구'라는 제목으로 영화화까지 될 정도로 정말 유명한 단편만화입니다. 이토준지의 만화는 다소 난해한 내용이 많은데, 이 단편 또한 마찬가지로 해석이 다양합니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이 풍선처럼 밖에서 둥둥 떠다니다 타인을 발견하면 그 사람의 머리를 밧줄에 매달아 버립니다. '사람의 억압된 욕망'을 상징한다는 것이 정설인 것으로 보입니다.

체험을 끝내고 나오면 이렇게 이토준지 컬렉션 애니메이션 원화와 이토준지 작가님의 인터뷰가 나오는 아날로그 TV를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 질문의 답은 삼계탕입니다.

체험은 유명 에피소드들의 장면들을 재현해 놓은 곳을 구경하는 것이 메인 콘텐츠 같았습니다. 중간중간의 배우들의 명연기가 인상 깊었지만, 소리 지르는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상당히 뻘쭘했습니다. 커플 분들이 오기에 적절한 장소 같습니다. 이벤트 코스로 추천드립니다.



이토준지 컬렉션 애니메이션 원화입니다. 액자 테두리가 기괴한 것이 잘 어울립니다. 애니메이션도 재밌으니 한 번씩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사진 주의하세요.



크로테스크한 포토존입니다. 만화 속 장면 주인공이 될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흘려보내는 것이 인생입니다. 다음 사진 진짜 조심하세요.


이것도 정말 유명한 에피소드 중 하나로 제목은 '소용돌이'입니다. 제현을 정말 잘해놔서 절로 박수가 나왔습니다. 주인공이 불가사의한 소용돌이와 관련된 사건을 경험하는 내용으로, 불안정한 상태와 변형된 현실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토준지 라이브 드로잉 그림과 컬러 그림도 보입니다. 굿즈도 정말 특색 있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학생은 구경만 하다 나옵니다.


올해 최고의 경험이었던 이토준지 전시회였습니다. 전시회를 자발적으로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또 친구와 가보고 싶습니다.

좋은 경험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찾아올 수 있고, 찾아갈 수 있습니다. 다들 즐복한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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