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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 연금, 돈보다 시급한 노후 준비

중년여성 성장기-나 사용설명서 1부 03

by 지식농부

노후 준비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대부분은 통장 잔고나 국민연금 수령액, 혹은 꼬박꼬박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같은 것들을 떠올릴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남편의 정년퇴직이 가까워지면서 가장 불안했던 건 역시 돈이었습니다.

100세 시대라는데 과연 우리가 가진 자산으로 남은 30년, 40년을 버틸 수 있을까.

계산기를 두드리고 은행을 오가며 재테크 서적을 뒤적였습니다.

돈이 곧 노후의 존엄을 지켜줄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믿음이 얼마나 반쪽짜리였는지 깨닫게 된 건 아주 사소한 계기였습니다.

어느 날 큰 무우 하나 사고 당근, 과일 조금 산 시장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점검 중이라 집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단숨에 올라갔을 높이였는데 3층쯤 이르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시장 가방을 쥔 손아귀에는 힘이 풀렸습니다.

결국 계단에 시장가방을 내려놓고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 쉬어야 했습니다.


그때 불현듯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통장에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내 집 들어가는 계단 하나를 내 힘으로 오르지 못하는데.


그날 밤 저는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제 몸을 찬찬히 뜯어보았습니다.

갱년기를 지나며 배와 옆구리에는 튜브를 낀 것처럼 살이 붙었는데,

허벅지와 엉덩이는 눈에 띄게 빈약해져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단단하게 저를 지탱해주던 근육들은 온데간데없고,

만지면 흐물거리는 살들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학 칼럼에서나 보던 근감소증의 전조 증상이구나 싶었습니다.


우리는 노후 자금이 떨어지는 것은 두려워하면서 정작 내 몸을 지탱하는

근육 자산이 소멸하는 것에는 너무나 무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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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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