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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가족의 식탁이 아닌 나를 위한 식탁을 차리다

중년여성 성장기-나 사용설명서 1부 04

by 지식농부

P여사는 일년 전 몸에 비교하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체중이 줄고 자신감이 올라갔습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왔을까요? 내 몸을 사랑하는 마음을 실천하니 변했습니다. 아픈 것을 누가 대신해 주진 못합니다. 중년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몸을 돌보면 좋은 지 알아보겠습니다.


나는 우리 집 잔반 처리반이었습니다


결혼 생활 30년 동안 저에게 식사란 즐거움이라기보다 매일 해치워야 할 숙제와도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클 때는 고기 반찬이 떨어질세라 매일 불판을 닦았고,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얼큰한 찌개를 끓여 대령했습니다. 정작 식탁을 차린 저는 입맛이 없어 국에 밥을 대충 말아 서서 먹거나, 식구들이 남긴 반찬이 아까워 억지로 배를 채우곤 했습니다. 엄마는 잔반 처리반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마치 제 이름표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식구들 입에 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마트에 가서도 내 손은 자연스럽게 남편이 좋아하는 햄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 봉지로 향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먹고 싶은지, 내 몸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오늘 저녁엔 또 뭘 해 먹이나 하는 메뉴 걱정뿐이었습니다.


김치찜 앞에서 수저를 내려놓던 날


가족을 최우선으로 두는 동안 제 몸은 서서히 망가져 갔습니다. 중년에 접어들면서 소화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고, 조금만 자극적인 음식을 먹어도 속이 더부룩해 밤잠을 설쳤습니다. 갱년기와 함께 찾아온 뱃살은 굶어도 빠지지 않았고, 피부는 푸석해졌습니다. 가족을 위해 풍성한 식탁을 차려내는 동안, 정작 내 몸을 위한 영양소는 텅 비어 있었던 것입니다.


어느 날 저녁, 은퇴한 남편을 위해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김치찜을 한 솥 끓였습니다.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리며 맛있게 먹었지만, 저는 몇 숟가락 뜨지도 못하고 수저를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때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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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작가. OK지식나눔연구소 소장, 은퇴, 퇴직강사. 분노조절강사, 꽃차강사 중년 여성의 건강, 경제 자립, 정신적 자유를 찾는 여정을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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