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 시메노 나기 / 더퀘스트 ]
상처가 떠난 자리에는 흉터가 남는다. 흉터를 지우기 위해 상처가 생기기 전으로 돌아가보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 그저 남겨진 흉터를 더듬으며 상처를 되새길 뿐이다. 회상에 온몸이 젖어들면 후회와 반성에 사로잡혀 결국 과거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오늘도 과거를 벗어나지 못한 채 떠나간 상처에 잠식되어 버린다. 상처가 작다면 흉터도 작을 것이고, 상처가 크다면 흉터도 클 것이다. 작은 흉터는 가릴 수 있지만 큰 흉터는 가릴 수 없다. 그래서 큰 흉터를 가진 사람들은 흉터를 숨기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숨긴다. 더 깊숙이 숨어들어 그곳에서 홀로 아파한다.
상처를 피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상처는 내가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처는 불시에 다가온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상처는 피할 수 없다. 그러면 상처를 즐겨야 하나. 이 무슨 되지도 않는 소리지.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상처를 보고 즐거워하라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상처를 인정하라는 말인가. 아무래도 상처를 부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인 것 같다. 그때의 내가 겪었던 모든 일들은 현실이었고, 그 당시의 내가 했던 모든 선택은 최선이었다. 그 순간 느꼈던 모든 감정들은 진짜 나의 감정들이었고, 그 순간 들었던 모든 생각들은 진짜 나의 생각들이었다. 돌이켜보면 "옳다, 그르다"라는 판단을 할 수 있지만 그건 오늘 나의 감정이고 생각일 뿐 그날의 감정과 생각이 아니다. 그 자체로 들여다봐야 한다. 후회, 반성, 노력은 그다음에 할 일이다. 일단 나에게 일어났던 모든 변화를 본래의 모습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게 나를 사랑하는 첫 번째 길이다.
나를 사랑한 후 바라보는 흉터는 나의 옛 모습에 대한 추억이 된다.
'맞아, 그땐 그랬지. 지금에 와서 보니까 그때는 참 어렸어.'
'내가 요즘도 그러던가... 에휴, 나도 참 안 변한다.'
'뭐, 어때. 이게 또 내 매력일지도 모르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올라오는 생각들은 어느새 나에게 위로가 된다. 주변에서 말하는 어쭙잖은 위로는 순간을 모면하게 해 줄지는 몰라도 평생을 보듬어주지는 못한다. 나에게의 위로는 내가 하는 게 맞다.
나는 나에게 위로를 하기 위해 '흉터를 위한 자그마한 공간'을 마음에 마련했다. 우연히 마주친 흉터로 인해 그날의 상처가 떠오르는 날, 이 공간에서 흉터와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고, 회포를 푼다. 그리고 밝은 미소로 다음에 또 마주치게 되면 이렇게 차 한 잔 하며 이야기하자고 인사한다. 그곳에서 먹을 요리와 적당한 음료까지 준비하면 흉터와의 담소는 만찬이 된다. 나는 이 공간을 '여유'라고 부른다. 흉터를 마주해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 지나간 시간을 배웅할 수도 있고, 현재를 즐길 수도 있고, 다가오는 시간에게 마중 나갈 수도 있다.
각박한 세상, 개인주의 사회, 불안한 하루, 그 속에서 함께 흐르고 있는 우리의 오늘. 갓생을 외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과거 어느 한 편에 두고 온 것은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한번쯤 들여다보는 것도, 마음 한 곳에 '카페 도도'와 같은 카페를 차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 더퀘스트]
"심플한 게 좋습니다. 좋은가, 싫은가? 좋아하면 계속하면 돼요. 자기 나름의 걷는 방식을 찾아내서요. 간단한 일입니다." (253쪽)
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시메노 나기 / 더퀘스트]
"그분들이 정말로 손님 편일까요? 스스로 좋은 말을 한다는 기분에 젖어 있는 것처럼, 저는 들리는데요." 진심으로 위로하고 공감한다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소로리가 말한다. "말은 쉬워도 실천은 어려운 법이죠." (121쪽)
"타인과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때가 많으니까." (2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