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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 밥상 Dec 19. 2024

할머니, 그래서 할아버지는 만났어?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오기와라 히로시  /  (주)알에이치코리아 ]

 책을 펴고 세 번째 장을 넘길 때였다. 눈물이 앞을 가려 더 이상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얼마 전 미처 나오지 못하고 고여 있던 눈물이 그제야 터져 나오는 것 같았다.


 2024년 11월.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할머니께서 오늘을 넘기기 힘드실 것 같아. 무리하지는 말고. 그래도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원래대로라면 다음 날 병문안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쉬지 않고 달려 병원에 도착했다. 호실을 물어 올라갔을 때 할머니는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다행이다, 늦지 않았어. 엄마는 외할머니가 눈은 못 뜨시지만 소리는 들으실 수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어서 하라고 했다. 하고 싶은 말. 내가 할머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였더라.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아서 따로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할머니, 그동안 고마웠어요. 좋은 곳 가서 편하게 쉬어. 사랑해.” 그래, 딱 이 말이 하고 싶었다. 그동안 손녀딸 투정받아주고 놀아주느라 고생하셨다고, 감사했다고, 평생 병원 다니느라 힘드셨을 텐데 이제 아프지 말고 편하게 쉬시라고, 너무 당연해서 말 못 했는데... 지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사랑한다고. 엄마는 배고플 테니 얼른 가서 점심을 먹고 오라고 하셨다. 점심을 먹고 병원으로 오는 길에 엄마한테 연락이 왔다. 그렇게 외할머니는 편히 잠든 모습으로 돌아가셨다.
 장례를 치르며 그동안 가지고 있던 할머니와의 추억담을 풀어놓았다. 때로는 웃기도, 때로는 울기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할머니를 보내 드렸다. 빈소에 놓여 있던 사진 속 할머니는 참 고았다. 우리 할머니, 이렇게 이뻤었나. 참, 그래서 할아버지는 잘 만났어, 할머니? 또 만나서 티각태각 싸우고 있는 거 아니야? 그래도 행복하면 됐어. 잘 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이 있다. 글쎄. 사람은 죽어서 사람을 남기는 것 같은데... 아직 나의 가슴 깊은 곳에는 곁에 없는 소중했던 분들이 계신다. 문득 떠오를 때면 이야기보따리를 끌러 추억을 풀며 시간을 함께 한다. 세상 어딘가에 계신 것만 같은 느낌으로. 오늘도 어디에선가 안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그분들은 매일매일 나의 마음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계신다.




 곁에 없는 소중했던 사람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모두에게 안부를 전한다.

 잘 지내고 계시죠? 그곳이 어디든 모두 행복하세요:)





"구경하러 가자는 게 아니라, 성인식에 참석하자고." (29쪽)

저, 얼굴을 다시 한 번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앞머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었는지 신경이 쓰여서. (143쪽)

"...공습 당시 시간에 멈춰 선 놈, 운 좋게 아직 움직이는 놈. 그때였습니다. 내가 깨달은 게. 시계가 새기는 시간은 하나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다른 시간이 있다는 걸 말입니다. ..."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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