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고슴도치 한 마리
혈관을 타고 들어왔다고 했다
꽃 터지는 소리 소란한 불면의 밤이면
철사 같은 가시들이 일제히 살갗을 뚫고 나왔다
온몸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다니며
심장을 쪼그라들게 하고 사지를 오느라들게 하는
바로 그 항암제 속에 숨어들었다고 했다
작은 고슴도치가 무럭무럭 자랐다
처음에는 한 곳에서
그다음 곳곳에 새끼를 치고는
아무 때나 고개를 치겨들고 달리기 시작하면
뚫고 나오는 가시에 모진 통증들이 달려들었다
기억이 다 날아간 엄마는 목욕하며 물었다
-이 상처는 뭔데 여기 이렇게 있노
-내 안에 고슴도치가 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