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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앤 Dec 17. 2024

내 안의 고슴도치

내 안에 고슴도치 한 마리

혈관을 타고 들어왔다고 했다

꽃 터지는 소리 소란한 불면의 밤이면

철사 같은 가시들이 일제히 살갗을 뚫고 나왔다


온몸 구석구석을 자유롭게 다니며

심장을 쪼그라들게 하고 사지를 오느라들게 하는

바로 그 항암제 속에 숨어들었다고 했다


작은 고슴도치가 무럭무럭 자랐다


처음에는 한 곳에서

그다음 곳곳에 새끼를 치고는

아무 때나 고개를 치겨들고 달리기 시작하면

뚫고 나오는 가시에 모진 통증들이 달려들었다


기억이 다 날아간 엄마는 목욕하며 물었다

-이 상처는 뭔데 여기 이렇게 있노

-내 안에 고슴도치가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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