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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지 Dec 10. 2024

초보운전입니다

1부: 회사를 그만둬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제주에 내려온 지 일 년 동안 대부분 버스를 타고 다녔다. 

제주에 내려온 첫해 동안 대부분 버스를 타고 다녔다. 가까운 마트조차 없는 시골에서 장을 보려면 읍내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고, 버스 시간이 맞지 않으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프리마켓에 나가기 위해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버스를 갈아타며 이동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던 터라 처음에는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한계를 실감하게 되었다. 버스로 이동한 뒤에는 지쳐서 나가고 싶었던 마음마저 무뎌지곤 했는데 그때 친한 동네 언니가 말했다.


"운전을 배우면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질 거야."


차가 있으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가로막고 있었다. 차는 위험하다는 고정관념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프리마켓에 본격적으로 나가면서 대중교통으로 많은 짐을 옮기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졌고, 오랜 두려움을 넘어 운전면허 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먼저 중고차 시장으로 가서 오래된 은색 투싼을 골랐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동안 딜러가 면허증을 달라고 했지만, 아직 면허 시험을 보기 전이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면허를 따지 않을 것 같았다."며 딜러에게 이제 시험 보러 갈 거니 꼭 합격하겠다고 약속했다. 다행히 필기, 기능, 도로주행까지 모두 한 번에 합격하며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불안감이 밀려왔다. "정말 이대로 도로에 나가도 되는 걸까?"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도로로 나섰다. 처음 운전한 날은 긴장되고 두려웠지만, 무사히 집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며칠 뒤, 서귀포에서 예정된 개인전을 위해 함덕에서 서귀포까지 운전을 해야 했다. 내비게이션은 악명 높은 516 도로를 안내했다. 급커브가 많고 좁은 2차선 도로를 넘어가야 했지만 이미 시작한 이상 되돌릴 수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열심히 커브를 돌고 있었고 그렇게 지금까지 무사고로 안전운전을 이어가고 있다.

운전을 배우며 얻게 된 자유는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섰다.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사실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귀촌을 계획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말한다.
"제일 먼저 운전면허부터 따세요. 시골에서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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