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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지 Dec 13. 2024

갤러리 호텔에서 개인전을 열다

1부: 내가 선택한 오늘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

귀덕리의 작은 이층 집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1층의 비어 있던 공간을 그림과 핸드메이드 작업실로 꾸미고, 제주 풍경을 담은 작품들을 전시하며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라는 이름의 전시를 시작했다. 뜻밖에도 이 작은 공간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갔다. 여러 언론사에서 전시 소식을 듣고 찾아왔고, 한 신문은 인터뷰 기사를 한 면 가득 실어주었다. 그 덕분에 전시장에는 특별한 방문객들이 찾아왔다.


어느 날, 한 할아버지가 인터뷰가 실린 신문을 손에 들고 전시장을 찾아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신문을 보다가 고향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겼다고 해서 궁금해서 찾아와 봤어요.”


할아버지는 시골 풍경을 그린 그림들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며, 마을의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길 건너 위쪽 큰 집이 예전에 병원이었고, 그곳은 단순한 의료시설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에게 응급실처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였다.


“이 시골에 이렇게 좋은 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오래오래 해줬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의 따뜻한 말에 마음속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 번은 제주에서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전시장을 찾아왔는데 함께 그림을 감상하고 차마 시며 이야기했던 시간은 전시 공간을 따뜻한 대화로 채워주었고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전시를 통해 예술이 단순히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 간의 깊은 교감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구젱기 딱살에 들어앉은 집게>

뜻밖의 소식이 찾아왔다. 1300K에서 운영하는 제주 갤러리 측에서 개인전을 제안해 온 것이다. 망설임 없이 함께하기로 결심했다. 갤러리는 제주의 조용한 마을, 송당에 자리하고 있었다. 햇살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카페와 함께 운영되는 이 공간은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방문객들이 천천히 머물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고 제주 풍경을 담은 작은 소품 작업을 중심으로 전시를 열었다.


이곳의 여유롭고 온화한 분위기는 작품들과 어우러지며 관람객들에게 공감과 이해의 힘으로 전달되었다.

전시가 끝난 후, 공간을 떠나기 전 한동안 창가에 앉아 있었다. 갤러리 밖으로 보이는 제주의 풍경은 여전히 나를 사로잡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잔잔한 파도 소리,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구름들. 

작품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순간, 서로에게 가지는 공감과 이해의 힘으로 바뀐다. 



제주 켄싱턴 갤러리 호텔 개인전 <부름>

네팔에 머물던 어느 날, 호수에서 카약을 타고 돌아와 근처 카페에 들렀다. 따뜻한 진저레몬티 한 잔을 시켜놓고 핸드폰을 켰을 때 알림 창 하나가 떴다. 떠나기 전에 켄싱턴 갤러리 호텔에서 진행하는 작가 공모에 지원서를 냈던 일이 떠올랐다. 화면에는 “축하합니다.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순간 마음이 벅차올라 속으로 내적 댄스를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한 달간 개인전을 열 기회와 함께 도록 제작, 도슨트 투어, 50만 원 상당의 호텔 숙박권까지 전폭적인 지원이 주어진다고 들었을 때는 꿈만 같았다.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여름 성수기를 전시 기간으로 선택했고, 밤낮없이 그림에 몰두하며 준비에 온 힘을 쏟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관객은 2년간 활동했던 예술어탁회(물고기 탁본) 회원분들이었다. 손녀처럼 예뻐해 주셨던 어르신들은 전시 날짜에 맞춰 다 함께 전시장을 방문해 주셨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서귀포 예술어탁회”라는 이름이 적힌 봉투를 건네주시며 덕분에 좋은 추억이 하나 더 생겼다 말씀하셨다. 타지에서 혼자 애쓰던 날들 속에서 느낀 따뜻한 소속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다. 


이 전시를 준비하며 또 하나의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그것을 통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사실이었다. 소장된 그림들이 그들의 일상 속에서도 평화로움을 스며들게 하고, 각자의 마음에 평화와 여유를 가져다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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