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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바다, L'Océan de Léa

종이로 만들어진 환상의 세계, L'Ocean de Lea의 매력

by Selly 정

지하철 노선도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정말 묘~한 사진을 발견했다. 파란빛과 하얗고 연한 오렌지빛이 어우러진,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이게 뭐야? 무슨 아트 박물관인가?’ 궁금증에 검색을 더 해봤다. 그런데, 박물관도 아니고, 티켓팅 사이트도 없었다. ‘뭐야, 공짜인가? 그럼 오늘 당장 가봐야지!’ 하고는 신나게 길을 나섰다.

6번과 14번 지하철을 갈아타고 생 우앙(Mairie de Saint- Ouen) 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2분 거리라더니, 아무리 둘러봐도 그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어딜까? 설마 내가 잘못 온 건 아니겠지?’ 버스 정류장 앞에 서 있던 경찰관 두 명에게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물어봤다. 그런데 웬걸, 친절하게 엉뚱한 곳을 알려줬다!

경찰이 알려준 곳에서 다시 돌아와 구글 지도를 보며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아니 이게 뭐야! 역 바로 맞은편에 그 장소가 있었다니! ‘그래서 구글맵에서 2분 거리라고 한 거였구나!’ 나 자신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허허 웃음만 나왔다.

입구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거대한 체격의 흑인 경비원이 나를 불렀다. “마담!” 하고 부르더니 티켓이 필요하단다. ‘어? 공짜 아니었나?’ 속으로 생각하며 티켓값을 물어보니, 12.50유로라고 했다. 속으로 ‘엄청 비싸네!’ 하면서 발걸음을 돌릴까 고민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긴 아쉬웠다. ‘그래, 이왕 온 김에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거금?을 결제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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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허름한 철제 계단을 따라 한참 올라갔다. 그런데 계단 끝에서 드디어 사진 속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와… 진짜 말문이 막혔다. 천장부터 벽, 바닥까지 사방이 종이로 만들어진 바다 속 풍경이었다. 종이와 빛으로 꾸며진 이 공간은 마치 환상의 나라 같았다. 특히 깊은 심연 속 동굴처럼 꾸며진 공간에서는 바다라기보다 오히려 오로라가 찰랑거리는 밤하늘 같은 느낌이었다. ‘아니, 이건 뭐야? 내가 지금 바다 속에 있는 거야? 아니면 우주 속에 있는 거야?’ 혼란스러우면서도 황홀했다.

아이들도 신기했는지 엄마에게 뭐라고 뭐라고 쫑알쫑알 흥분해서 떠들었다. 눈이 크고 똥그란 여자아이는 뒤뚱뒤뚱 아장아장 걷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그러면서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막의 밤하늘 같기도 하고… 아니면 별빛 여행을 떠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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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계속 들어오는 게 아닌가! ‘아니, 저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곳을 알고 온 거지? 나는 우연히 지하철 노선 검색하다가 발견했는데…’ 너무 궁금해서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내 불어 실력이 탄로 날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인터넷으로 알아보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전시를 계속 즐겼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입구 쪽으로 향하는데, 기념품 부티크샵 앞에서 어떤 여성이 다가왔다. 친절하게 “2층에 가면 전시에 대한 설명과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요”라고 알려줬다. 호기심에 2층으로 올라갔다. 작은 커피숍과 함께 작가 중 한 명이 직접 종이 작품 제작 과정을 시연하고 있었다! 몇몇 관람객들은 작가와 함께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작품을 만들어보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종이를 가지고 신나게 종이접기를 하고 있었다.

이제야 이곳이 어떤 곳인지 이해가 되었다. Exposition’팻말이 붙은 곳으로 가보니, 이 장소를 꾸민 작가들의 사진과 그들의 프로필이 전시되어있었다.


프리츠 자케(Junior Fritz Jacquet)의 불어 설명을 잘 이해할 수 없어서 밑에 적혀있는 글을 대충 읽었습니다.
이 곳은 다음과 같은 전시회였습니다.
'L'Océan de Léa'는 파리 근교 생투앙(Saint-Ouen)의 옛 스케이트장에서 열리는 전시회입니다. 이 전시는 2024년 12월 6일부터 2025년 3월 30일까지 연장 운영됩니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창작자: 종이 접기 대가인 주니어 프리츠 자케(Junior Fritz Jacquet)가 제작했습니다. 그는 종이로 다양한 해양 생물을 재현하는 데 탁월한 기술을 보였습니다.
규모: 1,500m² 이상의 공간에 7톤의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여 대규모 설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상상 속의 해저 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주제: 가오리, 해파리, 해초, 동굴 등 다양한 해양 생물과 환경을 표현하며, 방문객들에게 해양 생태계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감각적 경험: 빛, 소리, 해양 향기를 통해 완벽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는 방문객들이 해저 세계에 실제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환경 메시지: 2025년 '해양의 해'를 맞아 해양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해양 생태계 보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부대 행사: 종이 접기 워크샵, 컨퍼런스, 스토리텔링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방문객들이 전시회에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입장료: 성인은 12.50€, 어린이(3-12세)는 9€입니다. 방문 전에 정확한 가격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전시회는 예술적 경험뿐만 아니라 해양 생태계 보존에 대한 교육적 목적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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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플릿과 비디오를 통해 이 전시회와 작가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니 모든 게 이해됐다.

방명록에는 “정말 감사합니다! 이곳은 최고이며 신비롭고 놀라운 곳입니다”라고 적으며 감사의 마음을 남겼다.

부티크샵에서 뭔가 하나라도 사고 싶었지만 가격대를 보고는 과감히 발길을 돌렸다. 그래도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한 이 전시회는 정말 놀라웠다! 종이라는 단순한 재료로 이렇게 환상적인 세계를 창조해낸 작가들이 새삼 대단해 보였다. 인간의 재능은 정말 끝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허술하고 낡은 장소였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여기는 절대 실망하지 않을 곳이에요!”



주소 : 4 Rue du Docteur Bauer, 93400 Saint-Ouen-sur-Seine

이곳은 지하철 13번과 14번 노선의 Mairie de Saint-Ouen역에서 도보로 약 500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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