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지연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내 친구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그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이지만 확실한 건 나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와 내 친구의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다르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나와 상대속도 v로 운동하는 계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그 정도는 v에 달려있고 속도가 빠를수록 효과가 커진다. 이전 글(작가의 브런치북 '물리학으로 바라보는 세상 1')에서 우리는 나와 상대속도 v로 운동하는 우주선에서 천장 방향과 진행 방향으로 빛을 쏘는 사고실험을 했고 우주선 안에서 관측하던 우주선 밖에서 관측하던 빛의 속도가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시간 지연(팽창)과 길이 수축을 유도해 내었다. 이번에는 민코프스키 시공간 좌표계에서 시간 지연이 어떻게 유도되는지 알아볼 것이다. 여기서도 빛의 속도 c는 정지해 있는 내가 보아도, 움직이고 있는 내 친구가 보아도 동일한 c라는 가정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시공간으로 들어가기 전에 '좌표계'에 대해 조금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좌표계는 직각좌표계이다. x축과 그에 수직인 y축이 있고 x축과 y축이 이루는 무한 평면 위의 한 점은 (x, y)로 정의된다. 그런데 x축과 y축이 직각을 이루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x축은 그대로 있고 y축이 시계 방향으로 약간 기울었다고 가정하면 이 좌표계는 무한 평면 위의 한 점을 표현할 수 있을까?
좌표계가 직각이 아니라 찌그러져있다면 그 평면 위의 모든 격자도 같은 모양으로 찌그러져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평면 위의 한 점 (4,3)은 위 그림과 같이 표현된다. 찌그러진 좌표계도 평면 위의 한 점을 명백히 표현할 수 있으므로 좌표계라 불릴 수 있다. 찌그러진 좌표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제 진짜 민코프스키 시공간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까지는 시공간 개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간축을 실수(Real Number)인 ct로 정의했다. 그러나 시공간 좌표의 변화에 따라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의 효과를 정확히 묘사하기 위해서는 시간축이 실수 ct가 아닌 허수(Imaginary Number) ict가 되어야 한다. 왜 허수가 되어야 하는가 하면, 그래야 상대성이론의 효과를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수 i의 성질은 i² = -1이다). 민코프스키 시공간 도입의 목적은 상대성이론을 수학적(특히 기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함이다.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려면 시간축이 허수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이제 나에 대해 상대속도 v로 움직이는 내 친구의 좌표계를 생각해 볼 것이다. 나의 두 좌표축 x와 ict는 서로 수직이다. 이제 나의 좌표축을 통해서 나에 대해 움직이는 내 친구 좌표축의 원점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추적 해 보자.
나와 내 친구가 동일 시공간에서 겹쳤다고 하자. 내 친구는 동일 시각, 동일 장소에서 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멀어져 간다. 나의 시공간 좌표계 원점 (0, 0)은 내 친구의 시공간 좌표계 원점과 같다. 나는 그 자리에 계속 가만히 서 있었는데 시공간 좌표계에서 나는 시간축을 따라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좌표는 시간 t가 흘러간 후 시공간 상의 점 (0, ict)에 위치하게 된다. 내 친구는 나에 대하여 v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으므로 내 친구의 위치는 시간축을 따라 이동할 뿐 아니라 공간축을 따라서도 이동한다. 나의 시공간 좌표계에서 보면 시간 t 후에 내 친구의 위치는 (vt, ict)가 된다. 내가 볼 때 내 친구의 ict' 축은 내 ict 축에 비해 약간 기울어지게 된다.
이번에는 나와 내 친구가 겹쳐진 그 순간 그 지점에서 레이저를 쏘았다고 해 보자. 내가 보았을 때 레이저 빛 입자는 시간 t가 지난 후 (ict, ict) 지점에 도달할 것이다. 빛의 속도는 나에 대하여 상대속도 v로 움직이는 내 친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동일해야 하므로 내 친구의 좌표계에서 보면 시간 t' 후에 빛 입자가 도달한 지점은 (ict', ict')가 된다.
빛의 세계선을 기준으로 ict 축과 x 축이 대칭이듯이 ict' 축과 x' 축도 대칭이어야 한다. 빛의 세계선이 절대적 기준이며 모든 시공간은 이를 기준으로 변형된다. 이것이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의 핵심 아이디어이다.
나를 B라고 할 때 내 입장에서 본 내 친구 A의 좌표계는 왼쪽처럼 찌그러지게 되고 내 친구 입장에서 본 내 좌표계는 오른쪽처럼 찌그러지게 된다.
그럼 나의 좌표계와 내 친구의 좌표계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나의 좌표계를 기준으로 보면 나는 공간상에서 정지해 있고 시간축을 따라서만 움직이고 있다. 내가 보는 내 친구의 위치는 시간축과 공간축 모두를 따라 움직이고 있으므로 그림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그림. 나의 시공간 좌표계와 친구의 시공간 좌표계 사이의 관계
기하학적 형상에 의해 ict와 vt, 그리고 ict'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이 형상은 직각삼각형이고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적용된다.
(ict')² = (ict)² + (vt)²
- (ct')² = - (ct)² + (vt)²
(ct')² = (ct)² - (vt)²
c²t'² = c²t² - v²t²
이제 양 변을 c²으로 나누어 보자.
t'² = t² - (v² / c²) t²
t'² = {1 - (v² / c²)} t²
양 변에 제곱근을 씌우고 식을 정리하면,
t = t' / √(1 - v² / c²)
속도 v가 빛의 속도 c를 넘어설 수 없어 √(1 - v² / c²) 값은 항상 1보다 작으므로, 내가 내 친구에 대하여 느끼는 시간 t는 내 친구가 자신에 대하여 느끼는 고유 시간 t' 보다 크다. 내 친구가 메트로놈을 들고 0.6c의 속도로 내 옆을 지나간다고 하자. 메트로놈이 한 번 '똑딱'하고 왕복을 한 사건을 두고 내 친구의 시계가 1초를 가리켰다면 내 시계는 1.58초를 가리킨다는 말이다. 내가 볼 때 그 메트로놈은 정지해 있을 때보다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분은 방금 민코프스키 시공간에서 상대성이론의 시간 지연 현상을 계산해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