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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의 기하학 (2)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

by Neutron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이작 뉴턴은 별의 운동을 연구하던 중 만유인력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우주에 있는 모든 질량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이었다. 사과와 지구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서 사과나무에서 분리된 사과는 공중으로 날아가는 게 아니라 지구로 떨어진다. 그 힘은 두 물체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 뉴턴은 이 힘을 수식으로 명확하게 표현하였고 당시 사람들은 그 논리의 명확함에 감탄을 하였다. 뉴턴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의 운동 즉, 케플러 법칙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만유인력은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험에 의해 진실로 받아들여졌다. 지구에서 관측해 보니 그 어떠한 행성의 운동도 이 이론을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1687년 발행된 프린키피아 (부제 :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는 뉴턴의 우주 만물에 대한 관점과 사고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모든 물질은 질량을 가지며 이 질량에 의해 서로 끌어당긴다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생각으로 인해 인류의 과학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약 200년 후 독일의 한 엉뚱한 과학자는 이 만유인력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지구 위에서는 분명히 중력이 작용하고 우리는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지표 근처에 있는 모든 물체는 구속을 풀면 지구를 향해 돌진한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데 그 가속도는 중력가속도이다. 그런데 지구를 벗어나면 그 중력이란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정말로 질량 사이에 인력이 존재해서 서로 끌어당기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고 이 과학자는 다음과 같은 사고실험을 하게 된다.


아무런 중력이 미치지 않는 우주 공간에 밖을 내다볼 수 없는 커다란 상자가 있다. 이 상자 안에 타고 있는 A씨는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상자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내 몸과 함께 둥둥 떠 있을 것이다. 마침 그 상자 밖에 있던 B씨가 우주선을 몰고 날아와 그 상자를 우주선에 매달았다. 이제 B씨가 우주선을 몰아서 상자 위쪽으로 a의 가속도로 움직인다. 우주선에 매달려 있는 상자 안의 A씨는 갑자기 상자의 바닥 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사실 상자 밖에서 보면 A씨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지만 우주선에 매달린 상자가 움직이는 것이다. 상자 안의 A씨는 결국 상자 바닥에 발을 붙이고 설 수 있게 된다. 이때 A씨가 받는 힘을 관성력이라고 한다.


만약 우주선이 g (중력가속도)의 가속도로 날아간다면 상자 안의 A씨는 자신이 지구 어딘가에 멈춰 서 있다고 착각할 것이다. A씨가 받는 관성력이 지구 중력과 같기 때문이다. A씨는 상자 안에서 지구에 있을 때와 다름없이 행동할 것이다. 상자가 아주 커서 이 상자 안에 A씨 뿐 아니라 그의 친구들이 함께 있다면 그들은 축구나 야구 경기를 할 수 있고, 높이 뛰기나 멀리 뛰기도 할 수 있다. 마치 지구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상자 밖에서 보면 그들은 지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주 공간 어딘가를 날아가는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다.


이 엉뚱한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 점에 착안하고 우리는 관성력과 중력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파격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지구에서 중력을 받고 있지만 이 중력이라는 것은 관성력과 동일한 물리량이다. 지구가 중력을 갖는 이유는 인력이 작용해서가 아니라 관성력을 가지도록 공간과 시간이 휘어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휘어진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유일한 절대적 존재 즉, 빛의 진행 경로가 공간의 휘어짐을 말해준다. 빛은 항상 최단시간의 경로를 진행한다. 이 것이 빛의 속성이다. 만약 빛이 진행하는 공간이 휘어 저 있다면 빛은 그 휘어진 공간을 따라 최단시간의 경로로 이동하게 된다.


질량은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공간뿐 아니라 시간도 휘어진다. 시간이 휘어진다는 말이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앞에서 정의한 시공간의 개념을 적용하면 시간축도 기하학적인 모양을 갖는다. 그래서 시공간 상에서는 시간도 곡률을 가질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시공간의 곡률이 중력을 만든다고 설명하였다. 두 개의 질량은 서로 당기는 것이 아니라 각각 시공간의 곡률을 만드는 것이다. 두 개의 질량이 휘어진 시공간 안에 놓이게 되면 시공간 안에서 관성력을 갖게 되고 그 힘에 의해 운동하게 된다. 마치 서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말이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의 왼쪽 항들은 시공간의 곡률을 나타낸다. 그리고 오른쪽 항은 질량-에너지를 나타낸다. 질량과 에너지가 있는 주변의 시공간은 곡률을 가지게 되고 이 곡률은 중력장을 만든다. 질량이 크면 클수록 중력은 강해지고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개념은 우주에서 관측되는 여러 현상들을 설명할 수 있다. 질량이 클수록 시공간은 심하게 찌그러지고, 그 끝판왕이 블랙홀이다. 태양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질량이 한 점에 모이면 그 주변의 시공간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다. 빛이 블랙홀 근처를 지나갈 때 휘게 되고 블랙홀 중심에서 어느 정도 거리에 도달하면 시공간 왜곡이 절정에 달해 빛조차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블랙홀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영역을 '사건의 지평선 (event horizon)'이라고 부른다. 사건의 지평선 안쪽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정보 전달 매체인 빛조차도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중력장 방정식을 완성했을 당시까지만 해도 블랙홀이라는 존재는 상상의 영역이었다. 망원경의 기술이 발전해서 이제는 블랙홀을 볼 수 있다. 블랙홀을 이미지화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랐다. 블랙홀의 모든 관측데이터는 중력장 방정식을 벗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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