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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태진 Nov 23. 2024

물리학으로 바라보는 세상

고전역학 - 미래는 예측 가능하다 (1)

두발 자전거는 왜 쓰러지지 않는가 - 원심력


누구나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일곱살 즈음 필자는 두발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이틀 정도를 계속 넘어지는 데 할애했다. 셋 째날 밤 꿈속에서 필자는 두발 자전거를 타고 싱싱 달리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꿈을 꾼 다음날 마침내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필자는 그 꿈속에서 원심력의 존재를 무의식 중에 발견하고 그 힘에 몸을 맡겼는 지도 모른다.


두발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곧장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나, 실은 직선으로만 달리면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앞 바퀴를 좌우로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켜 놓은 두발 자전거는 매우 균형 감각이 뛰어난 사람 아니고는 탈 수 없다. 우리가 자전거 핸들을 수 없이 좌우로 꺾어 가면서 페달을 밟을 때 넘어지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자전거, 오토바이 등 바퀴 두 개로 움직이는 탈 것은 모두 해당된다. 앞 바퀴를 좌우로 틀지 못하게 고정시켜 놓은 두발 자전거를 타고서 넘어지지 않고 달리는 것은 뾰족하게 깎은 연필심을 아래로 하여 연필을 수직으로 탁자 위에 세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 왜 핸들을 좌우로 꺾을 수 있어야 두발 자전거를 넘어지지 않고 탈 수 있는 것인가? 여기에는 아주 기본적인 물리 법칙이 숨어 있다. 바로 원심력이라는 가상의 힘 때문이다. 원심력은 실제로 존재하는 힘이 아니고, 관성력 (관성의 법칙 : 모든 물체는 외부로부터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기존의 등속 운동을 계속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진다)의 한 종류이다. 원심력은 등속 운동하는 물체의 진행 방향이 바뀌는 도중에 발생하는 힘으로, 대개 물체가 원운동을 할 때 나타난다. 급커브를 도는 자동차 안에서 몸이 자동차가 도는 반대 방향으로 쏠리게 되는데, 바로 원심력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몸은 자동차가 방향을 틀기 전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가고자 하는 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자동차가 방향을 바꿈으로 인하여 그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상대적인 힘을 받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원심력은 계속 직진 운동을 하고자 하는 물체에 가해지는 가상의 힘이다. 원운동은 구심력이라는 외부의 힘이 끊임 없이 작용하는 것이므로 관성운동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림. 자전거의 진행 방향과 원심력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갈 때, 아주 미세하지만 우리는 주기적으로 핸들을 좌우로 꺾는다. 이 때 주기적인 원심력이 작용하여 자전거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을 때 자전거는 오른쪽을 약간 기울고, 자전거 바퀴의 궤적 기준으로 순간적으로 시계 방향 원운동을 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속도를 줄이면 자전거는 오른쪽으로 넘어지게 된다. 그러나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이 때 원심력이 왼쪽으로 작용하여 힘의 균형을 맞추어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넘어지는 것을 막아 준다. 우리의 목표는 전방으로 나아가는 것이므로, 다시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데, 이 때도 자전거 바퀴의 궤적은 반시계 방향의 원을 그리게 되고, 동시에 오른쪽으로의 원심력이 작용하여 자전거가 왼쪽으로 넘어지는 것을 막아 준다. 이렇게 조금씩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것을 “중심을 잡는다”라고 부른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 원심력이라는 가상의 힘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원의 궤적을 그리면서 방향을 틀 때 어느 정도 속도가 유지되어야만 원심력을 얻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탈 때 달리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넘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 사람에게는 불가능하고 심지어 중심 잡기 묘기로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기 조건을 알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 운동방정식


그림. 돌팔매 그림


원운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파고 들기 위해 어렸을 때 즐겼던 돌팔매 놀이를 가만히 생각해 보자. 줄에 헝겊을 달고 이 헝겊으로 돌맹이를 감싼 다음 줄을 잡고 힘차게 돌린다. 그리고 줄 한쪽을 놓으면 돌맹이는 멀리 날아간다. 줄을 잡고 있는 것은 내가 힘 (구심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돌맹이는 구심력의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가상의 힘 (원심력)을 받고 있다. 잡고 있던 한쪽 줄을 놓는 순간 구심력이 사라지고, 돌맹이는 관성에 의한 초기 속도를 가지고 줄을 탈출한다. 구심력과 원심력은 그 힘의 크기가 정확히 같고, 방향은 정 반대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거리가 생긴다. 돌팔매 놀이에서 한 쪽 줄을 놓았을 때, 줄을 놓은 위치에서 돌이 날아가는 방향과 속도를 계산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돌이 날아가는 거리도 계산 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것을 예측하려면, 현재 이 돌맹이에 가해지는 물리적 변수 (Parameter)들을 정의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줄의 길이, 줄의 굵기, 돌맹이의 질량, 돌맹이의 부피, 줄이 회전하는 각속도, 돌맹이의 선속도 등이 돌맹이의 운동에 영향을 줄 것 같다. 다른 인자는 없을까? 가령 돌맹이의 모양이라던지, 대기 압력이라던지, 주변 공기의 온도라던지...

이런 인자들은 현실 세계에서 돌멩이의 운동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변수가 너무 많으면 묘사해야 하는 방정식이 너무 복잡해 져 핵심을 놓칠 수가 있기때문에, 진공 상태에서 돌팔매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이지만, 마찰이나 공기 저항 등의 요인이 제거되어 원운동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기때문에, 그리 나쁜 가정은 아니다.

주변에 공기가 없으므로 돌의 부피나 형태에 따라 발생하는 변수는 없어진다. 오로지 돌의 질량과 회전 속도만이 원심력을 좌우한다. 돌을 매달아 돌리는 끈의 길이도 고려해야 한다. 돌의 질량이 크면 클수록 내가 끈을 잡고 있어야 하는 힘은 더 커진다.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잡고 있어야 하는 힘이 더 커진다. 동일한 질량과 회전 속도라면 끈의 길이가 길수록 끈을 잡고 있는 힘은 더 커야 한다. 이상은 우리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돌팔매의 경험이 없다면 지금 당장 돌맹이 하나를 끈에 묶어 돌려보면서 느껴보기 바란다.


공기가 없는 이상적인 상황을 만들어 놓으면, 돌팔매에 관여되는 인자들이 명확해 지고, 이 물리적 거동을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물리적 거동을 수학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운동 방정식을 만든다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부터 운동방정식을 만들 것이다. 이 방정식으로부터 알고 싶은 값을 얻기 위해서는 나머지 변수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으면 구하고자 하는 물리량을 계산에 의해 얻을 수 있다. 단지, 그 방정식을 구성하고 있는 변수들이 필요충분한가 하는 것이 검증되어야 한다. 물론, 실험을 통하여 검증되어야 하겠지만, 그에 앞서 방정식이 만들어진 과정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지가 매우 중요하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여기에 관여되는 인자는 돌맹이의 질량, 회전 속도, 줄의 길이, 그리고 끈을 잡고 있는 힘이다.


그림. 원운동 그림 (질량, 줄의 길이, 선속도, 각속도)


원의 기하학적 묘사로부터 호의 길이 s와 원의 반지름 r과 각도 θ의 관계식을 구할 수 있다.


s  = r θ


각도 θ를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움직이게 만들면, 호의 길이 s는 직선으로 수렴할 것이다. 호의 길이 Δs를 매우 작은 선분으로 쪼개다 보면 직선의 선분 Δl 과 같아지고, 매우 짧은 시간에 움직인 각도는 Δθ로 표현되어야 한다.


Δl = r Δθ  


매우 짧은 시간 Δt 동안 움직인 거리 Δl는 돌맹이의 평균 속도를 나타낸다. 평균 속도는 시간 t 동안 한 점 A에서 점 B로 이동한 거리를 말한다. 점 A와 B 사이의 거리를 d라고 하면 v_av = d / t 가 성립한다. 물론 점 A와 B 사이를 지나면서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며 속도가 바뀔 수도 있다. 평균 속도는 이러한 속도 변화의 과정은 무시한다. 고속도로 구간 단속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벌금을 내지 않으려면 단속 시작과 끝 점을 정해진 시간 밖에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 200km/h로 달리던 50km/h로 달리던 단속 카메라는 관심이 없다.


Δl / Δt = r Δθ / Δt = v_av


이 때, Δt를 0에 근접시키면 평균 속도는 순간 속도가 되며, 줄의 길이 r은 변하지 않으므로 아래 식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결국, 이 순간 속도는 원의 접선이라는 방향을 갖게 된다. 원운동의 선속도는 접선 방향이다.


v = r dθ / dt = r ω


지금부터는 차근차근 내용을 곱씹으며 잘 따라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필과 종이를 준비해서 끄적거려가며 글을 읽어도 좋다. 돌맹이를 돌리고 있는 동안, 돌맹이는 원운동의 궤적을 따라 일정한 각속도로 움직인다고 가정하면, 선속도는 벡터의 개념이므로 원운동 중에 그 방향이 지속적으로 바뀐다. 이렇게 바뀌는 선속도의 방향때문에 선속도 벡터가 변하며, 이에 따라 구심가속도가 발생한다. 벡터라는 것은 크기와 방향을 함께 지니고 있는 물리량이다. 속도 (Velocity)는 속력 (Speed)이라는 크기 (scala 량)과 방향 (Direction) 정보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운동이 정확히 묘사된다. 돌을 던지는 데 얼마의 힘으로 어느 방향으로 던지는 가를 알아야 그 돌이 어디에 떨어질 지 예측이 가능하다. 물리학에서 대표적인 벡터량은 속도와 힘이 있다. 대표적인 스칼라 량은 질량과 온도, 에너지 등이다. 벡터량과 스칼라 량에 대해서 조금 더 머릿속으로 생각해 보기 바란다. 벡터에서는 크기와 방향 중 어느 한 가지가 변하면 벡터가 변하였다고 말한다. 스칼라 량에서는 변할 수 있는 것이 크기 한 가지밖에 없다.


위 식에서, v는 선속도, r은 원의 중심에서의 거리, ω는 각속도이고 각도의 시간에 대한 미분이다. 각속도의 단위는 rad/s 이다. 1초 동안 몇 radian의 각도로 회전하였는가를 평가하는 척도이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기하학적으로 선속도 v는 각속도 ω에 비례하고, 원의 중심에서의 거리 r이 변한다고 하면 r에 정확히 비례한다. 따라서, 선속도는 각속도와 중심에서의 거리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2π radian은 원의 전체 각도이고 360˚와 같은 값이다. 따라서, 1 radian = 360˚ / 2π = 57.3˚와 같다.)


지금까지는 Δt 시간 동안의 각도의 변화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다음으로 Δt 시간 동안의 속도의 변화를 살펴보자. Δt는 아주 작은 시간을 나타낸다 (0.1초가 될 수도 있고, 0.0000001초가 될 수도 있다). 또, 이제부터 속도의 방향을 바꿀 것이므로 우리는 벡터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v1은 초기 속도벡터, v2는 Δt 시간 후의 속도벡터이다. 등속 원운동이므로 v1과 v2는 그 크기는 v로 같고 방향만 다르다. Δt 시간 후에 돌맹이가 옮겨 간 위치를 직선으로 연결하면 Δl 이 되고, v2 - v1 = Δv로 놓을 수 있다. 도형의 닮은꼴을 이용하면 다음의 식이 성립한다.


그림. 미소 시간동안 선속도 방향 변화와 구심가속도의 기하학적 도시


Δv : v = Δl : r

v Δl = r Δv


이 때, v = Δl / Δt 로 쓸 수 있는데, Δt를 매우 작은 0에 가까운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원호의 길이 Δs는 직선 길이 Δl 에 수렴하여 같아질 것이다. 식을 정리하면,


Δl = v Δt


이 식을 먼저 식에 대입하면,


v² Δt = r Δv

Δv / Δt = v² / r 이 된다.


여기서, Δv / Δt 는 아주 작은 시간 동안 속도의 변화량을 나타내고, 우리는 이 것을 가속도라고 부른다. 또, 각속도를 사용하여 나타내면, v = r ω의 관계가 있으므로,


a = Δv / Δt = r ω² 이 된다.


이 것이 바로 구심 가속도이다. 그 크기는 위의 식과 같으며, 방향은 원의 중심을 향한다.

뉴튼 역학에서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이다. 위에서 구한 구심 가속도에 돌맹이의 질량 m을 곱한 값 즉, m r ω² 이 끈을 잡고 있는 힘 (구심력)이 된다.


F = m r ω²


질량 m인 돌맹이를 길이 r인 끈에 매달아 각속도 ω로 돌리려면 그 끈을 잡고 있는 힘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끈을 잡고 있는 힘은 돌맹이의 질량이 크면 클수록, 줄의 길이기 길면 길수록, 돌리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커져야 한다는 우리의 경험과 일치한다. 이 것이 운동방정식이다. 실제로는 미분방정식이 조금 더 광범위하게 운동을 설명할 수 있고, 위의 식도 미분방정식의 형태로 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물리학 전공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므로, 이러한 근사적인 방정식으로 만족해도 좋다.


자 이제, 돌맹이를 돌리던 끈을 놓았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알아 보자. 끈을 놓는 순간, 돌맹이에 작용했던 모든 힘이 사라지며 관성 운동을 하게 된다. 관성 운동은 힘이 작용하지 않는 계에서의 운동이다. 운동하던 물체는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계속 운동하고, 멈춰있던 물체는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있는 것이 관성 운동이다. 돌팔매의 돌맹이로 돌아 가서, 잡고 있던 끈을 놓아 관성 운동 상태로 만들면 돌맹이는 힘이 사라진 순간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한다. 힘이 사라진 순간의 속도는 선속도 v이고, 그 방향은 원운동하던 원의 접선 방향이다. 따라서, 돌맹이는 원의 접선 방향으로 v의 속도를 가지고 날아가게 된다. 별도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이 돌맹이는 한 방향으로 영원히 v의 속도를 가지고 등속도 운동을 하게 된다. 그 v의 크기가 r ω와 같음은 앞에서 설명하였다.


어려운 내용을 잘 따라와 준 독자에게 위로와 감사를 보낸다. 다음 편에서는 여기서 파악한 원운동의 본질을 이용해 인공위성이 지구 상공에 떠있는 메커니즘을 이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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