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

by 연구소장

전투가 끝난 들판은 고요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피비린내와 타 타버린 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진나라 병사들이 버리고 간 깃발들이 찢어진 채 펄럭였고, 그 아래에는 주인을 잃은 창검들이 묘비처럼 꽂혀 있었다.


모소는 그 참혹한 풍경 속을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기름때 묻은 망치가 들려 있었지만, 지금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자신이 만든 기계가 저지른 결과물이었다.


연발 쇠뇌거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말 그대로 다진 고기처럼 변해 있었다. 갑옷도, 뼈도, 인간의 존엄도 모소의 기계 앞에서는 종잇장만도 못했다.


"이, 이게…… 내가 만든……."


모소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대장간에서 쇠를 두드릴 때는 몰랐다. 자신이 0.1푼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밤을 새웠던 그 정교함이, 누군가의 심장을 이토록 정확하고 잔인하게 꿰뚫을 줄은.


"토할 것 같나?"


등 뒤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무였다. 그는 뒷짐을 진 채 시체들을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 나리. 저는…… 저는 그저 화살이 똑바로 날아가길 바랐을 뿐입니다. 사람을 이렇게…… 백정처럼 죽이려고 만든 게 아닙니다."


모소가 울먹였다. 장인의 순수한 열정이 살육의 도구로 쓰였다는 자괴감이 그를 덮쳤다.


강무는 모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모소. 고개를 들어라. 네가 만든 기계 덕분에 저기 누워 있는 시체가 조나라 병사가 아닌 진나라 병사가 된 것이다."


강무는 성벽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살아남은 조나라 병사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안도했고, 누군가는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오열했다.


"기술에는 선악이 없다. 다만 효율이 있을 뿐이지. 네가 만든 '압도적인 효율'이 아군의 희생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었다. 살인 기계를 만든 게 아니다. 너는 구명(救命) 기계를 만든 거야."


모소는 성벽 위의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기술이 지켜낸 생명들. 그제야 그의 떨림이 조금 잦아들었다.


"하지만…… 너무 끔찍합니다."


"전쟁은 원래 끔찍한 비즈니스다. 그러니까 빨리 끝내야지. 네 기술이 더 발전할수록, 전쟁은 더 짧아지고 더 많은 아군이 살게 될 거다. 그게 네가 짊어져야 할 업(Karma)이자 자부심이다."


강무는 모소의 손에 들린 망치를 꽉 쥐여주었다.


"가서 쉬어라. 내일부터는 더 정교한 놈을 만들어야 하니까."


모소가 절뚝거리며 사라지자, 강무는 품에서 장부를 꺼냈다.


[모소: 죄책감 상승. 직업윤리 강화 필요. 보너스 지급 요망.]


강무는 펜을 놀리며 중얼거렸다.


"엔지니어 멘탈 관리도 PM의 업무지."


한단성 안은 축제 분위기였다. 거리마다 술판이 벌어졌고, 사람들은 강무와 이목 장군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그 환호성 뒤편, 성 안의 경제는 요동치고 있었다.


승전 소식과 함께 물가가 폭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쌀값이 어제보다 두 배나 올랐다고? 이게 말이 돼?" "전쟁 이겼다며! 왜 쌀이 더 없어?"


시장의 상인들은 쌀을 감춰두고 가격이 더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전쟁이 끝나자마자 풀린 막대한 양의 전리품과 보상금 때문에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전형적인 전후(戰後) 인플레이션이었다.


강무의 집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평원군 조승이었다. 그는 기쁜 표정이라기보다는 무언가 쫓기는 사람처럼 불안해 보였다.


"선생! 큰일 났소! 귀족 놈들이 채권을 들고 몰려오고 있소!"


"채권 상환을 요구합니까?"


"그렇소! 전쟁 이겼으니 약속대로 원금에 이자 2할을 쳐서 내놓으라고 아우성이오. 국고에 있는 금괴로는 턱도 없소! 당장 내 집 문을 부술 기세란 말이오!"


애국채. 승리하면 대박을 터뜨려주겠다고 약속했던 그 채권이 이제는 거대한 부채 덩어리가 되어 돌아왔다. 귀족들은 강무가 흉노에게 줄 전리품을 챙기고 남은 국고 상황을 뻔히 알고 있었다. 현금이 부족하다는 것을 눈치챈 그들은 '뱅크런(Bank Run)'을 시도하고 있었다.


"진정하십시오, 주군. 현금이 없으면 현금 말고 다른 걸 주면 됩니다."


"다른 거? 줄 게 뭐가 있소? 땅이라도 떼어주란 말이오?"


"땅보다 더 비싼 걸 줘야죠. '미래의 이익' 말입니다."


강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광장에는 채권 증서를 든 귀족들이 성난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서 집사, 준비해둔 방문을 내걸어라."


잠시 후, 광장 중앙 게시판에 거대한 방이 붙었다.


[승전 기념 특별 조치: 애국채의 '주식(株式)' 전환 허용.]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주식? 그게 뭐란 말인가?


강무가 직접 단상 위에 올랐다. 귀족들이 그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강무! 내 돈 내놔라!" "이자 쳐서 준다고 했잖아!"


강무는 손을 들어 좌중을 진정시켰다.


"여러분. 약속대로 돈을 드립니다. 지금 당장 금고를 열어 원금과 이자를 정산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무는 짐짓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받아 가신 돈, 어디에 쓰실 겁니까? 지금 쌀값이 폭등해서 금 한 냥으로 쌀 한 가마니도 사기 힘든 세상입니다. 기껏 목숨 걸고 투자해서 번 돈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도둑에게 털리게 두실 겁니까?"


귀족들이 멈칫했다. 사실이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더 좋은 제안을 가져왔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그 채권을, 제가 새로 설립할 '천하 상회(天下商會)'의 지분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천하 상회?"


"예. 이번 전쟁으로 우리는 진나라와 위나라의 무역로를 장악했습니다. 앞으로 소금, 철, 비단 등 6국의 모든 물자가 우리 한단을 거쳐 가게 될 것입니다. 천하 상회의 지분을 가진 분들은, 매년 그 무역 수익의 일부를 배당금(Dividend)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강무는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금괴는 쓰면 사라지지만, 무역로의 권리는 자손 대대로 남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시겠습니까, 아니면 거위를 키워 평생 황금알을 받으시겠습니까?"


전환사채(Convertible Bond)의 개념이었다. 빚을 갚는 대신, 회사의 주인이 될 권리를 주는 것.


귀족들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들은 탐욕스러웠지만, 동시에 계산에 밝았다. 조나라가 승리했고, 강무의 능력을 확인했다. 그가 만드는 상회라면 정말로 돈방석에 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 나는 주식으로 바꾸겠소!" "나도! 내 채권 전부를 지분으로 바꿔줘!"


한 명이 손을 들자,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떼돈을 벌 기회를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포모(FOMO) 증후군이 발동했다.


강무는 미소를 지으며 평원군을 돌아보았다.


"보십시오. 빚쟁이들이 주주(Shareholder)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이로써 강무는 국가 부도 위기를 넘겼을 뿐만 아니라, 조나라 귀족 전체를 자신의 사업 파트너로 묶어버렸다. 이제 그들은 강무가 망하면 자신들도 망하기 때문에, 죽을힘을 다해 강무를 지켜줄 것이다.


그날 밤, 성 안의 작은 주막.


위무기 장군(제나라)은 구석진 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낯선 군복을 입은 사내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얼마 전 투항한 위나라 병사들이었다.


"장군님. 정말 저희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저희는…… 배신자들입니다."


위나라 병사 중 십장(十長) 노릇을 하던 사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들은 밥과 돈을 받고 넘어왔지만, 전쟁이 끝난 후 토사구팽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위무기는 말없이 술병을 들어 그들의 잔을 채워주었다.


"배신이라. 굶주린 처자식을 위해 자존심을 버린 게 배신이라면, 세상에 충신이 어디 있겠느냐."


위무기는 자신의 낡은 갑옷을 두드렸다.


"나도 제나라를 떠나 남의 나라 밥을 얻어먹는 처지다. 우리 같은 군인들에게 나라는 잠시 머무는 객잔일 뿐이야. 중요한 건 내 등 뒤에 있는 전우가 누구냐는 거지."


그는 탁자 위에 놓인 고기 접시를 병사들 앞으로 밀어주었다.


"먹어라. 강무 선생이 너희 몫으로 챙겨준 특식이다. 잘 먹고 힘을 써야 우리 조나라…… 아니, 우리 '용병단'의 밥값을 할 게 아니냐."


위나라 병사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들은 신릉군 밑에서는 귀족들의 장기말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밥값'을 하는 존재, 즉 기능적인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장군님!"


병사들이 잔을 들어 올렸다. 위무기는 씁쓸하게 웃으며 잔을 부딪쳤다.


'강무 선생. 당신은 사람의 마음마저 돈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거요? 아니면…… 돈으로 샀기 때문에 더 확실하다고 믿는 거요?'


위무기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강무가 만든 이 기묘한 시스템 속에서 자신과 병사들이 굶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이었다.


궁궐 후원, 달빛이 쏟아지는 정자.


연회가 한창인 대전의 소란스러움을 피해, 강무는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향긋한 바람과 함께 향희가 나타났다.


"여기 계셨군요. 주인공이 자리를 비우면 섭섭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인공이라뇨. 오늘 밤의 주인공은 전하와 평원군이십니다. 저는 무대 뒤의 연출가로 족합니다."


강무는 향희에게 맞은편 자리를 권했다. 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앉아 자연스럽게 술을 따랐다.


"선생. 궁금한 게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선생은 왜 왕이 되려 하지 않으십니까? 채권으로 귀족들을 장악했고, 병권은 위무기 장군에게 있고, 민심은 선생을 향해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 무능한 효성왕을 내쫓고 용대(龍臺)의 주인이 되실 수 있을 텐데요."


향희의 질문은 예리했다. 사실 곽개를 비롯한 간신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가 그것이었다.


강무는 술잔을 달빛에 비추어 보았다.


"왕이라…… 향희 낭자. 왕은 '무한책임사원'입니다."


"무한책임사원요?"


"국가의 모든 재난, 기근, 전쟁의 책임을 혼자 져야 하는 자리죠. 비효율적입니다. 게다가 왕이 되는 순간, 저는 시스템의 '설계자'가 아니라 시스템의 '부품'이 되어버립니다. 명분과 예법에 묶여 자유롭게 장사도 못 하고, 신하들의 눈치나 봐야 하죠."


강무는 피식 웃었다.


"저는 왕보다 더 높은 곳에 있고 싶습니다."


"더 높은 곳이라뇨?"


"왕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Creditor)이죠. 왕은 제게 빚을 졌고, 귀족들은 제 회사의 주주입니다. 제가 망하면 나라가 망하게 설계해 두었습니다. 그러니 그들은 저를 왕보다 더 극진히 모실 겁니다. 권력은 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빚문서에서 나오는 법이니까요."


향희는 멍하니 강무를 바라보았다. 이 남자의 야망은 기존의 영웅들과 궤가 달랐다. 그는 천하를 지배하려는 게 아니라, 천하를 '소유'하려 하고 있었다.


"무서운 분이군요."


"매력적이라는 말로 듣겠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전우애와 호기심, 그리고 알 수 없는 이끌림이 섞인 공기였다.


그때, 서 집사가 헐레벌떡 정자로 뛰어왔다. 분위기를 깨는 불청객이었다.


"나리! 나리! 급보입니다!"


"무슨 일이야? 진나라가 다시 쳐들어오기라도 했나?"


"아닙니다! 진나라에서 사신이 왔는데…… 그 사람이 보통 사신이 아닙니다."


"누군데?"


"여불위(呂不韋)! 진나라 승상 여불위가 직접 왔습니다!"


강무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향희와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증발하고, 비즈니스맨의 냉철함만이 남았다.


"여불위가 직접 왔다고?"


여불위. 장사꾼 출신으로 진나라의 승상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강무가 이 시대에서 유일하게 '동족'이라고 느끼는 존재.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경쟁자.


"전쟁이 실패하니까 바로 협상 테이블을 들고 왔군요. 역시 빠릅니다."


강무는 술잔을 비우고 일어섰다.


"가보시죠. 천하를 놓고 벌이는 진짜 상인들의 회담을 시작해야겠습니다."


다음 날, 조나라의 접견실.


공기는 무거웠다. 효성왕과 대신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고, 맞은편에는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중년 사내가 여유롭게 부채를 부치고 있었다. 여불위였다. 그의 눈매는 매처럼 날카로웠지만, 입가에는 장사꾼 특유의 능글맞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패전국의 승상이 이토록 당당하다니, 진나라의 예법은 참으로 독특하군요."


강무가 걸어 들어오며 도발했다. 여불위의 시선이 강무에게 꽂혔다.


"패전이라니. 투자를 잠시 '손절'했을 뿐이오. 그리고 자네가 바로 그 강무로군. 내 7만 대군을 밥값 계산하듯 털어먹은 놈이."


"과찬이십니다. 승상께서 너무 방만하게 운영하시길래 구조조정을 좀 도와드렸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무력은 없었지만, 그 어떤 칼싸움보다 치열한 기세 싸움이었다.


여불위가 부채를 탁 접었다.


"본론만 말하지. 나는 전쟁을 하러 온 게 아니라, 동업을 제안하러 왔소."


"동업?"


"진나라와 조나라가 손을 잡고 천하의 상권을 양분하자. 서쪽은 우리 진나라가, 동쪽은 자네 조나라가. 대신……."


여불위는 탁자 위에 작은 상자 하나를 올려놓았다.


"위나라 신릉군의 목을 내놓으시오. 그자가 내 뒤통수를 친 대가는 받아야겠으니."


좌중이 술렁거렸다. 신릉군은 지금 위나라로 도망쳤지만, 여전히 6국 합종의 구심점이었다. 조나라가 신릉군을 치면, 합종은 깨지고 조나라는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다.


강무는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고 웃었다.


"승상. 저를 너무 얕보시는군요. 독과점(Duopoly)은 매력적이지만, 파트너가 진나라라면 언제 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데 제가 왜 그런 리스크를 감수합니까?"


"그럼 거절인가?"


"아뇨. 역제안(Counter Offer)을 하죠."


강무는 품에서 자신이 만든 '천하 상회'의 사업 계획서를 꺼내 여불위 앞에 던졌다.


"상권을 나누는 게 아니라, '통합'합시다. 관세를 철폐하고, 화폐를 통일하고, 도로를 연결하는 겁니다. 대신 진나라는 조나라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불가침 조약을 맺으십시오."


여불위의 눈이 커졌다.


"관세 철폐와 화폐 통일? 자네…… 제정신인가? 그건 나라의 국경을 없애자는 소리나 다름없네."


"어차피 승상께서도 칼로 국경을 없애려던 것 아닙니까? 저는 돈으로 없애자는 겁니다. 피 흘리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히지 않겠습니까?"


여불위는 잠시 말을 잃었다. 자신도 상인 출신이라 실용주의자라 자부했지만, 강무의 발상은 시대를 몇백 년 앞서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평화 조약이 아니라,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 공동체 구상이었다.


여불위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미친놈인 줄 알았더니, 진짜 미친놈이었군. 좋아. 흥미롭네. 하지만 우리 대왕(진시황)께서 칼을 버리고 돈을 택할 것 같나?"


"그건 승상의 능력이죠. 대왕을 설득하십시오. 실패하면…… 제가 만든 신무기가 다음번엔 진나라의 함양(도읍)을 불태울 겁니다."


강무의 협박에 여불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좋다. 이 제안서, 가져가서 검토해보지. 하지만 명심하게. 장사꾼의 악수는 계약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팔을 비틀기 위한 준비 동작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여불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만날 때는 동업자가 될지, 아니면 내가 자네 회사를 인수합병하러 올지 두고 보지."


여불위가 떠나고, 강무는 긴 숨을 내쉬었다. 등 뒤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어떻습니까, 선생? 여불위가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평원군이 물었다.


"아뇨.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진시황은 돈으로 만족할 위인이 아닙니다."


강무는 창밖의 북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시간 벌기용입니다. 여불위가 저 제안서를 들고 고민하는 동안, 우리는 진짜 힘을 길러야 합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구걸일 뿐이니까요."


강무는 장부를 펼쳤다.


[Chapter 3: 무역 전쟁(Trade War) 준비.] [목표: 6국 화폐 통합 및 기술 독점.]


전쟁터의 포성은 멈췄지만, 더 거대하고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10화 끝)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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