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번째 전자책

by 이세진

나의 첫 번째 전자책

내 경험과 노하우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다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렘과 동시에 편집 디자인부터 기획까지 혼자 해내야 한다는 막막함도 있었다. 처음 선택한 주제는 <직장인을 위한 바디프로필 꿀팁>이었다. 지금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포징이나 촬영 노하우를 다룬 콘텐츠가 거의 없었다. 나 역시 직접 레슨을 다니며 배워야 했다. 시중에 있던 바디프로필 전자책은 대부분 한글이나 워드로만 작성돼 완성도가 떨어졌고, 내용도 다이어트·식단·운동·준비물 같은 뻔한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실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몸은 잘 만들었는데, 컨셉을 잘못 잡아 사진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실전에 꼭 필요한 컨셉, 포징, 표정 등 촬영 스킬에 집중하기로 했다. 바디프로필을 찍을 정도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기본적인 운동과 관리 경험은 이미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진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워, 다시 몸을 만들어 추가 촬영을 진행하면서 원고를 보완해나갔다.




인디자인 배우기

글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른 배움이 시작되었다. 원고만 모으는 게 아니라, 책을 어떻게 기획하고 어떤 형태로 독자 앞에 내놓을지 고민해야 했다. 이때 가장 먼저 부딪힌 과제가 바로 편집 디자인, 즉 인디자인이었다.

워드나 한글은 문서 작성에는 적합하지만, 책 제작에는 한계가 있었다. 페이지가 많아지면 수작업이 늘어나 비효율적이었다. 반면 인디자인은 금속활자처럼 판형을 먼저 설계하는 방식이라, 초반에 구조를 잘 잡으면 작업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장점이다.


처음엔 학원 등록을 고민했지만, 일과 병행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배우기만 하면 금방 잊고 안 쓰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실전으로 배우자”는 마음으로 독학을 택했다. 출근 전 새벽마다 유튜브 무료 강의(총 60강)를 보며 따라 했다. 목차 만들기, 표지 제작, 마스터 페이지 설계 등 다양한 기능을 원고 편집에 바로 적용했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같은 어도비 툴을 다뤄본 적이 없어 처음엔 버거웠지만 원고 작업과 병행하다 보니 두 달 만에 전자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늘었다. 학원에 의존했다면 아마 지쳐서 완성을 못했을지도 모른다.


인디자인.png
출처-유튜브 <그레이몬스터님의 인디자인 강좌>







원고 작성과 퇴고의 과정

원고는 ‘3일 초안 작성 → n차 퇴고’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먼저 3일 동안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며 초안을 완성하고, 이후 구조를 다듬었다. 가장 큰 난관은 목차였다. 어떤 순서로 풀어낼지 막막했기 때문에 처음엔 단어만 나열하며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흐름이 잡히면 주제별로 글을 확장해 갔다. 목차 구성은 원고 작성의 70%를 차지할 만큼 중요했고, 뼈대만 세워지면 글은 빠르게 완성됐다. 퇴고는 출간 직전까지 반복됐고, 출간 이후에도 업데이트와 수정은 계속 이어졌다.



상세페이지 작성

원고가 끝나면 판매 플랫폼에 올릴 상세페이지를 작성해야 했다. 구매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라 진정성있게 쓰기위해 고민을 많이했다. 클래스101과 크몽 두군데를 이용했고, 플랫폼마다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상세페이지 글을 미리 작성해두고 플랫폼 특성에 맞게 수정해나갔다. 클래스101은 블로그처럼 사진과 글을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어 홍보에 유리했고, 크몽은 글과 첨부파일만 업로드가 가능했기 때문에 미리캔버스로 썸네일을 따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디자인

책 표지는 곧 책의 첫인상이다. 처음에는 검정색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지나치게 단조롭게 보였다. 대상 독자가 직장인, 특히 여성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무거운 톤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컬러풀하고 따뜻한 느낌의 디자인을 선택했다. 표지를 완성했다면, 내지 디자인은 표지 색상과 통일감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핀터레스트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컬러 조합’을 검색하면 다양한 색상표가 나오고, ‘내지 레이아웃’을 검색하면 글과 사진 배치를 미리 설계해 둔 도안 이미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이미지를 참고해 종이에 직접 배치도를 그려보며 대략적인 레이어를 잡았다. 중제목과 소제목, 사진이나 일러스트의 위치를 구상하면서 책의 완성도를 하나씩 높여갔다.


내지레이아웃.png 출처-핀터레스트-내지 레이아웃 디자인
컬러파레트.png 출처-핀터레스트 블루컬러파레트





가독성 높이기

책을 쓰려면 사소한 부분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문단 들여쓰기다. 시중 책들을 보면 문단이 바뀔 때마다 첫 줄이 살짝 들어가 있는 걸 흔히 볼 수 있다.

왜 굳이 들여쓰기를 할까?


첫번째, 시선의 자연스러운 흐름

글을 읽을 때 눈은 왼쪽 여백에서 본문으로 이동한다. 이때 들여쓰기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며 문단 시작을 인식하게 되고, 문장이 덩어리 지지 않고 더 읽기 편하다.


두번째, 집중도 향상

문단 시작이 강조되니 독자는 글쓴이가 전하고자 하는 새로운 포인트에 집중하기 쉬워진다. 특히 긴 글일수록 들여쓰기는 글을 덜 답답하게 만들어준다.


아랫쪽 예시를 보면, 문단 들여쓰기를 한쪽이 글을 읽기에 부담이 덜하다.

직장인을 위한 바디프로필 꿀팁 中



행간과 자간을 체크해야 한다

글을 읽기 편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행간(줄 간격)과 자간(글자 간격)이다. 행간은 보통 폰트 크기의 두 배 정도로 설정했을 때 가독성이 좋다. 하지만 폰트마다 특성이 달라 어떤 경우엔 1.5배 정도가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직접 여러 비율을 적용해 보며 눈이 가장 편안해지는 간격을 찾아야 한다. 나도 글을 쓰다 보면 욕심에 앞서 볼드 처리나 다양한 색상 폰트를 쓰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글 읽는 흐름만 방해됐다. 결국 검은색 폰트로 통일했을 때 집중력이 가장 높아졌다.


행간자간.png


글 재점검하기

전반적인 작업이 끝났다면 마지막으로 목차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 목차를 읽으면서 글의 흐름이 기·승·전·결 구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점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획 의도를 잊지 않는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산으로 가기 쉽다. 그래서 항상 나의 기획 의도는, “실전에서 도움되는 촬영 스킬 전하기” 라는 점을 상기하며 원고를 다듬었다.


실제로 시중에 나온 바디프로필 관련 전자책들은 다이어트, 식단, 운동, 준비물 같은 흔한 주제들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몸은 잘 만들었는데, 컨셉을 잘못 잡아 사진을 망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그래서 나는 차별화를 두기 위해 촬영 현장에서 꼭 필요한 컨셉, 포징, 표정 같은 스킬을 중심으로 다뤘다. 준비 기간, 비용, 스튜디오 선택 방법 같은 뻔한 내용은 짧게 언급하고, 촬영 스킬에 책 분량의 70% 이상을 할애했다.


이렇게 첫 전자책을 출간하긴 했지만, 아쉽게도 판매 성과는 크지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아직 나의 브랜딩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았던 탓일 수도 있고, 대중이 원하는 주제와 맞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힘으로 책을 완성했다는 경험 자체는 값졌다. 결과가 전부는 아니었다.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이후 글쓰기와 또 다른 도전에 밑거름이 되었다.



이제 누구나 책을 만들 수 있다.

GPT가 등장하면서 글쓰기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예전에는 책을 출간하기 위해 교정, 교열, 기획, 편집 등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았고, 그 과정이 나에게는 큰 장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GPT, 제미나이, 미드저니 같은 AI 도구들이 상용화되면서 원고 다듬기부터 삽화 제작, 기획까지 다방면에서 도움을 준다.


글쓰기가 훨씬 편리해진 지금은 분명 기회다. 그러나 동시에 글을 쓰기 쉬워진 만큼 저품질의 글들이 많아질 거라는 우려도 다. 내 생각을 덧붙이자면, 앞으로 개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 전개 능력이 더욱 중요해 질 것같다. 언젠가는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을 넘어,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을 꾸준히 출간하고, 언젠가 작은 온라인 서점을 차리고 싶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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