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에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같은 계열사에 다니던 지인이 건강과 운동에 관한 사내잡지 콘텐츠를 맡게 되면서, 나에게 원고 작성을 부탁한 것이다. 그때가 내 생애 첫 글쓰기였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 대회 준비 과정, 바디프로필 촬영 후기 등 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짧은 원고였지만, 글로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가 새롭고 흥미로웠다.
그때 깨달았다. 기록의 힘은 시간이 쌓일수록 엄청나다는 것을. 기록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 내가 무엇을 했는지조차 희미해진다. 반대로 예전에 써둔 글을 다시 읽으면 그 시절의 감정과 기억이 생생히 되살아난다. 앞으로 글을 쓸 때도 이런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거라 생각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지식과 노하우를 꾸준히 공유하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간다. 나 역시 운동 경험과 노하우를 글로 정리해 알린다면 언젠가 기회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특히 글을 쓰는 트레이너는 거의 없으니, 글쓰기 능력을 갖춘다면 분명 차별점이 될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병원을 알아볼 때도 그랬다. 유튜브나 SNS에 꾸준히 콘텐츠를 올린 병원이 더 기억에 남아 결국 방문하게 된 적이 있었다. 물론 노골적으로 상업적인 접근은 오히려 신뢰를 깎는다. 공포감을 조장해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은 특히 역효과가 크다. 반면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분히 설명하는 의사는 훨씬 신뢰가 갔다. 온라인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전문가들은 실제로 만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만큼 장벽이 허물어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출판사에 원고를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야만 책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와디즈, 텀블벅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나 클래스101, 크몽, 스마트스토어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1인 출판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관심이 커지던 시기, 출판사에서 주관하는 [8주 동안 책 쓰기] 프로그램을 알아본 적이 있었다. 원고 교정, 디자인, 홍보, 마케팅까지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받으며 8주 동안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과정이었다.
교육을 마치면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서점에 유통되어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었는데, 나름 괜찮은 비즈니스 모델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교육을 듣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비용이 500만 원에 달할 만큼 부담스러웠다. 둘째, 출판사가 원하는 책의 방향성과 내가 쓰고 싶은 책이 달랐다. 출판사는 대중적인 주제를 원했지만, 내가 구상한 건 동화책이었다. 동화책은 제작비가 많이 들고 수요가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책 한 권을 출간하는 데 들어가는 인쇄·홍보·디자인 비용도 상당했고, 만약 몇 천 부를 찍어놓고 팔리지 않으면 손실을 모두 출판사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이해할 수 있었다. 출판사의 틀에 맞추기보다, 나답게 자유롭게 쓰고 싶다. 그래서 교육 대신 다른 길을 선택했다.
1인 출판사를 꿈꾸며, 초기 자본이 거의 들지 않는 전자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종이책은 인쇄비와 유통비가 많이 들지만, 전자책은 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대신 내 시간과 노력을 갈아 넣어야 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전자책의 매력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 원고 작성, 디자인, 마케팅과 홍보까지 모두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책을 기획할 수 있고, 시스템만 잘 갖추면 작은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기분으로 출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자책은 핵심만 압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업 출판물, 특히 자기계발서나 실용서의 경우 출판사의 요구나 가격 책정을 고려해 원고를 필요 이상으로 늘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 내용은 100쪽이면 충분한데, 사례와 부록을 과하게 붙여 200쪽 이상으로 맞추는 식이다. 이런 책들은 독자들이 중간에 흥미를 잃고 완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전자책은 이런 한계를 보완한다. 꼭 필요한 메시지만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