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못했던 말
그동안 1대 1 수업만 하다가 5:1 그룹 수업을 맡게 되었다. 적응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매일같이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상황에 놓인 기분이었고, 늘 긴장 상태였다.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고, 자다가 숨이 막혀 깬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가슴이 뛰어 잠을 설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앞에서 수업하는 것 자체는 조금씩 나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한계를 느꼈다.
내가 그만두게 된 첫 번째 이유는 센터 직원들과의 마찰 때문이였다. 원인은 내 성향이 센터 분위기와 잘 맞지 않았던 것부터 출발했다. 강사로 일하면서 회원님들과 트러블이 생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간식을 챙겨주시거나 밥을 사주실 정도로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회원님들이 수업을 통해 운동에 흥미를 느끼고, 조금씩 삶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문제는 센터 관리자나 강사들 사이의 마찰에서 비롯되었다.
초반에 적응이 오래 걸린 것도 사실이다. 그룹 수업이 처음이라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 자체가 긴장이 많이 되었다. 나는 차분하게 수업을 진행하는 편인데, 이곳은 유난히 강사들의 목소리가 컸다. 그들의 에너지를 따라가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수업 중에도 회원님들 앞에서 “목소리 좀 크게 하세요”라는 말을 열 번은 넘게 들었던 것 같다.
심지어 대표는 “저는 그래도 이 동네에서 유명한데, 선생님은 뭐 없으시잖아요”, “선생님은 자존심은 센데 자존감은 낮잖아요” 같은, 인격을 깎아내리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만두고 난 뒤, 친했던 회원님께서 해준 말이 있다.
“수업 들으러 갈 때마다 강사님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아, 보는 게 불편해서 그만 다니고 싶었다.”
회원님이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그만큼 수업 중 간섭과 선 넘는 행동이 많았다는 뜻일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 위축되었고, 자존감은 낮아졌다. 다른 환경이었다면 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을 쓰다가 화가나서 이야기가 딴 길로 샜는데 이어서 이야기하자면, 물론 목소리가 크고 에너지가 넘치면 수업이 더 재미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원님이 정확한 자세로 운동하고 있는지, 자극점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티칭할 수 있는 실력,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 무조건 땀을 많이 흘리고 숨이 차야만 운동이 되는 건 아니니까. 오래 운동을 하려면 무엇보다 관절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정확한 동작으로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대충 100개를 하는 것보다, 올바른 자세로 50개를 하는 편이 훨씬 낫다.
두 번째 이유는 트레이닝 방향성의 차이였다. 이곳에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님들이 있었다. 특히 연세가 있는 분들은 무릎, 허리, 어깨 등 아픈 곳이 많았다. 이런 분들일수록 체계적인 시퀀스가 필요하다. 나는 개인 레슨을 할 때 웜업에만 최소 10~15분은 투자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전체 수업 시간이 15분 남짓이었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고강도로 운동을 시켜야 했고, 당연히 부상을 당하는 회원님들이 생겼다.
아무리 관절이 튼튼한 사람이라도 이런 방식으로 운동을 지속하면 관절에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결국은 예고 없이 부상이 터지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정확한 자세로 효율적으로 운동을 지도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에 7개월 남짓 일하고 센터를 그만두었다. 다른 센터들처럼 최소한 50분 수업으로 진행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